'어쩌다벤져스'가 골키퍼 김동현의 퇴장이라는 초유의 악재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24일 방송된 JTBC <뭉쳐야 찬다> 시즌2 12회에서는 어쩌다벤져스의 첫 주장 선거 그리고 인천의 강호 FC 브로스와의 경기가 펼쳐졌다.
 
맏형인 김용만은 어쩌다벤져스 멤버들의 단체 단톡방 외에 별도로 막내라인만의 단톡방이 만들어졌다고 폭로했다. 허민호는 "아무래도 신입 멤버들이 다 막내 쪽이라 단톡방에서 잘 말 못하는 것 같아 총대를 메고 1990년대생들만 초대했다"고 밝혔다. 발끈하는 형님들에게 허민호는 "앞자리에 8과 9는 엄연히 세대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막내 단톡방의 용도가 선배들에 대한 '뒷담화'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형들에게 이장군은 "방송이 낯선 신입 멤버들끼리 방송을 보면서 본방사수를 독려하고 서로 모니터링과 칭찬도 해준다"고 해명했다.

이어 '어쩌다벤져스'를 이끌어갈 첫 공식 주장 선거가 진행됐다. 안정환은 주장에 선임되면 부주장-총무 선발권, 선발출전 5회 보장, 소원 쿠폰 1회 등을 약속했다. 멤버들의 추천으로 이장군, 김태술, 안드레진, 모태범, 이형택 등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이형택이 전체 15명 중 무려 11표의 지지를 얻어 1기에 이어 다시 한번 주장에 연임됐다. 이형택은 "멤버들과 힘을 합쳐서 전국제패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형택은 부주장에 이장군을, 총무에는 허민호를 지명하며 어쩌다벤져스의 새 집행부가 완성됐다.
 
어쩌다벤져스는 리턴패스와 전술 훈련을 진행했다. 감독 안정환은 공수 밸런스를 추구하는 4-2-3-1을 어쩌다벤져스의 향후 주포메이션으로 선언하며 측면 크로스를 통한 슈팅 훈련을 집중 훈련했다.
 
어쩌다벤져스의 다섯 번째 공식 경기 상대는 인천 계양구 랭킹 1위의 강호 FC 브로스. 최근 4년간 공식경기 승률이 80.9%에 이르며 공식경기 36연승까지 기록한 조기축구 정상급 강팀이었다. 브로스는 사전 예상에서 3-0 승리를 자신했다. 어쩌다벤져스는 골키퍼 김동현에, 포백에는 김준현-안드레진-이형택-김태술,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강칠구-허민호, 2선에는 박태환-이대훈-김준호, 원톱에 이장군을 배치하는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경기 초반 어쩌다벤져스는 노련한 브로스에게 중원싸움에서 밀린 데다 연이은 패스 실수까지 겹치며 주도권을 내줬다. 코치 이동국은 "지금까지 만난 가장 강한 상대같다"고 경계했다. 안정환은 "괜찮다. 이런 흐름도 견뎌내야한다"며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고전하던 어쩌다벤져스는 전반 중반 이후 패스플레이에 의한 김준현의 슈팅, 이장군의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역습으로 찬스를 만들어내며 조금씩 흐름을 끌어올렸다.
 
팽팽한 0대 0의 균형이 이어지던 전반 막판 뜻밖의 변수가 발생했다. 브로스의 역습 찬스에서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이 되자 공을 걷어내려고 달려나오던 김동현이 그만 페널티라인 밖에서 상대 슛을 손으로 펀칭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심판은 명백한 득점찬스였다고 판단하고 김동현에게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1기를 통틀어 어쩌다벤져스의 공식 경기 첫 퇴장이었다. 김동현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못했다.

예비 골키퍼가 없는 상황에서 안정환은 고심 끝에 김요한을 교체 골키퍼로 투입하고 김준호를 교체했다. 다행히 어쩌다벤져스는 전반을 0-0으로 실점없이 마쳤다.

미안함에 차마 고개를 들지못하는 김동현에게 안정환은 "괜찮다, 경기에서는 이런 변수도 생기는 것"이라며 따뜻하게 격려했다. 후반 수적열세를 안고 싸워야하는 상황을 두고 안정환은 "그냥 김용만도 같이 뛰고 있다고 생각하라"는 여유로운 농담으로 웃음을 자아내며 사기가 위축된 선수들의 부담을 풀어줬다.
 
후반 초반은 또다시 어쩌다벤져스가 밀리는 흐름이었지만 급하게 투입된 김요한이 의외로 괜찮은 선방능력을 보여주며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어쩌다벤져스는 이대훈이 하프라인 부근에서 문전으로 한번에 올려준 크로스를 '이동국의 남자' 허민호가 가슴트래핑에 이어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수적 열세도 불구하고 먼저 선제골을 뽑아냈다.
 
일격을 당한 브로스는 동점골을 위하여 파상공세를 펼쳤다. 코너킥 상황에서 브로스가 득점을 올렸으나 다행히 핸드볼 파울로 득점이 취소됐다. 어쩌다벤져스는 수비에 좀더 치중하며 선수교체를 통하여 흐름을 끊으려고 했다.
 
하지만 브로스의 강력한 전방압박에 막힌 어쩌다벤져스는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상대 중거리슛에 끝내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윤동식의 패스미스에 이어 상대 슈팅이 이형택의 다리 사이에 맞고 굴절되었고, 수비수들에게 시야가 가린 골키퍼 김요한의 반응이 늦어지는 불운까지 겹쳤다. 경기는 결국 승부를 가리지못하고 1-1 동점으로 끝났다.
 
퇴장이후 조마조마하게 경기를 지켜봤던 김동현은 "미치는 줄 알았다. 이기고 있을때는 시간이 더 안 가더라"며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김성주와 김용만은 "퇴장 당했을 때 나라잃은 표정이었다"고 놀렸다.
 
안정환은 웃으며 "김동현이 한번 경험을 해봤으니 같은 실수는 안 할 것"이라며 격려했다. 이어 "축구는 수적 열세 상황에서 이기는 경기는 드물다. 비기기만 해도 성공한 것. 오늘 경기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매 경기 이렇게 (우리 팀의 성장에) 깜짝 놀라도 되나 싶을 정도다"라고 팀원들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정환은 "오늘 경기는 최우수 선수를 뽑을 수 없다. 차라리 다음 주에 두 분을 뽑겠다.모두가 잘해줬기에 이런 경기에서 누구 한 분을 뽑는 건 아닌 것 같다"며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주장과 집행부 선출, 주전술과 베스트 11확정, 갑작스런 수적열세라는 돌발변수를 팀워크로 극복하는 과정,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바꾸는 안정환의 노련한 리더십까지, 유난히 드라마틱했던 이날 하루는 어쩌다벤져스가 초기의 시행착오를 딛고 점점 '하나의 팀'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이날 경기의 수확은 김요한이라는 백업 골키퍼를 발굴했다는 데 있다. 1기의 주전 공격수였던 김요한은 2기에서는 부상 후유증과 불확실한 포지션, 신입멤버들에 밀리는 기량으로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김요한은 2미터의 장신에 배구선수라는 이점을 활용하여 높이와 순발력 등에서 골키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원조 에이스' 이대훈의 복귀도 주목할만하다. 어쩌다벤져스가 수적열세라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강팀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 끝에 무승부를 기록할수 있었던 것은 넓은 공간을 두루 커버하는 이대훈의 활동량과 공수가담 능력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대훈은 오랜만의 축구 복귀전인데다 경기장 넓어진 11대 11 경기이다보니 아직 몸이 덜풀린 듯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순간에 허민호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클래스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대훈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되면서 어쩌다벤져스는 확실한 전술의 중심을 얻었고 애매했던 각 선수들의 주 포지션, 선발과 교체 멤버의 역할 분담이 서서히 자리잡아가는 모습이었다.
 
이어진 다음 주 예고편에서는 안드레진의 친정인 럭비팀이 출연하여 특유의 압도적인 피지컬과 함께 강도 높은 몸싸움 특별훈련을 진행할 것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점점 성장하고 있는 어쩌다벤져스가 다음 주에는 2승 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뭉쳐야찬다 김동현 안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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