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제주도민은 4.3의 비극을 겪었다. 내가 집권하면 억울하게 공산당으로 몰린 사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사람들의 원한을 풀어주겠다." 1987년 11월 30일, 제13대 평화민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 <사진 = 전시 도록에서>
 "제주도민은 4.3의 비극을 겪었다. 내가 집권하면 억울하게 공산당으로 몰린 사건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억울한 사람들의 원한을 풀어주겠다." 1987년 11월 30일, 제13대 평화민주당 대통령 후보 김대중. <사진 = 전시 도록에서>
ⓒ 강소하

관련사진보기

오늘 우리는 새 역사의 부름을 받아 평화민주당을 창당하고, 민족의 지도자 김대중 총재를 우리의 대통령 후보로 추대함에 즈음하여, 우리의 뜻과 정열과 결의를 한데 묶어 다음과 같이 전애국 국민 앞에 선언하는 바이다.

무릇 역사는 변전하나 정의는 변치 않으며, 정치는 변전하나 민의는 변치 않았음에 마침내 우리는 민주화의 새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음을 인식하고, 이 역사의 분수령에서 모든 기성정당적 적폐를 벗어난 새 정당으로서 우리가 무엇을 해내야 할 것인지 드높은 사명의식에 불타 있다.

지난 6월의 국민항쟁을 통해 마침내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가슴터질 듯 벅찬 전기에 우리는 서 있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할 것이며, 두 번 다시 독재자나 특정 세력집단에 이 신성한 권리를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지 않고 직접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있는 권리를 되찾는데 우리는 왜 15년이나 긴 세월이 필요했던가? 왜 그토록 많은 기만과 탄압과 희생을 감수해야만 했던가?

이제 우리는 피나게 싸워 쟁취한 이 주권자의 권리를 통해 길이 이 나라의 역사를 빛낼 민주화의 초석을 굳게 다질 것이다. 어떤 기성세력이나 잔당세력이나 위장세력에도 우리는 결코 기만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갈 길을 똑똑히 내다보고 있다. 우리는 어떤 훼방이나 탄압이나 왜곡에도 굴치 않고 오직 국민의 힘, 국민의 힘찬 함성만을 믿으며 끝까지 싸워 이기고 성취할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 나라의 분단을 애통한다. 우리 조국은 42년간이나 남북으로 분단되어 왔다. 한반도를 분단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외국의 강대세력들이다.

조국 분단은 민족간의 비극적 전쟁의 원인이었고, 모든 민족 불행의 씨앗이었다.
그 동안 독재세력들은 통일문제를 자기 권력의 유지에 악용해 왔다. 또 어떤 세력은 통일 자체를 기피해 왔으며, 심지어 통일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위험시하였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하루 바삐 우리의 자주역량을 키워 조국의 통일을 촉진시켜야 한다. 지금 많은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우리나라가 정당한 이유도 없이 이렇게 오랫동안 비극적 분단상태에 놓여온 데 대해 분노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단상태를 극복, 통일을 이루고자 몸부림치고 있다.
11월 13일 거행된 평화민주당 현판식
 11월 13일 거행된 평화민주당 현판식
ⓒ 김삼웅 블로그

관련사진보기

 
그렇다! 조국의 통일 없이는 진정한 평화도 자유도 행복도 우리한테는 없다. 통일을 열망하고, 통일을 외치고,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고 무엇이 죄악인가?

우리는 남북간의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3단계 통일정책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그리하여 통일에 대한 모든 패배주의적 사고방식을 쓸어내고 가장 떳떳하고 가장 올바른 통일에의 중추세력이 될 것이다.

우리 평화민주당은 특히 경제적으로 소외당한 계층의 생활상태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그들의 정당한 권익회복을 위해 싸워 나갈 것이다.

오늘의 경제발전은 농어민과 노동자, 도시서민 및 중소기업가들의 공로와 희생 위에서 이루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그 성장과실은 소수의 대기업에 의해 농단당해 왔다. 이것은 정의경제의 원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으로서 많은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도 이제는 자기들의 생존권 수호에 발벗고 나섰지만 우리는 앞장 서 그들의 권익과 존엄성의 회복을 위해 몸바쳐 싸울 것이다.

지금 우리는 구미와 대서양시대로부터 경제와 문화의 주축이 우리한테로 움직여 오는 아시아ㆍ태평양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 170개국 중 13번째로 많은 인구를 가졌을 뿐 아니라 가장 뛰어난 민족적 자질과 높은 교육수준, 왕성한 성취동기를 갖는 국민으로서 세계적 주목과 함께 아시아시대의 자랑스런 주역이 될 것을 요청받고 있다.

전진할 것이냐, 또다시 뒷걸음질칠 것이냐!

그 주역을 맡기 위해서도 우리는 반드시 민주화에 성공하여 세계의 존경을 받아야 한다.

평화민주당은 오늘 왜 탄생하는가?
26년에 걸친 군부정치에 명백한 종지부를 찍기 위해 평화민주당은 탄생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애국적인 군인들이 일부 정치군인들의 정치 개입에 모두 반대하고 있다는 데에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 우리는 정치군인들의 눈치를 보아가며, 그런 정치군인들이 받아들여주어야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비민주적이고 무책임하고 나약한 사고방식을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

나라의 최고 봉사자이며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오직 주권자인 국민의 손에 의해서만 선출되어야 한다. 우리는 소위 '비토 그룹' 논리를 선거 전만이 아니라 선거 후까지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민주당은 왜 창당되는가?
여론조사가 말해 준대로 지금 82%의 국민은 자기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존재치 않는다고 믿는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할 때 이들 소외계층의 이익을 대변할 신당의 출현은 필연적이고 역사적인 귀결이다. 이른바 집권여당뿐 아니라 기성 정당들은 대다수 국민들의 이 정치불신에 마땅히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평화민주당은 중산층과 노동자, 농어민 및 도시서민의 권익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것이다. 우리는 중소기업자, 봉급생활자, 상공인, 지식인 등 그 동안 역대 정권에 의해 무시받고 소외되었던 사람들의 이익신장이 사회안정뿐 아니라 사회정의를 위해서도 절대 필요한 과제라고 여긴다.

평화민주당은 오늘 왜 발족하는가?
우리는 이른바 유신 이래 15년 동안 반독재 투쟁과 민주화투쟁에서 앞서 서 싸워온 모든 국민이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감내해 왔는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재야 민주세력의 간절한 바램을 만들어 이 땅에 정치적 정의를 실현시킬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체의 정치보복에 반대하며 극단적인 보수와 과격한 개혁을 다같이 배제하고 오히려 온건개혁을 표방하는 국민정당으로서 광범한 대중적 지지기반을 형성하는 정당으로 발전할 것이다.

평화민주당은 일체의 감정주의를 배격하고 차가운 이성과 뜨거운 정열로써 새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진취적 국민정당이 되어 한국정치사에 신기원을 이룩할 것이다.

평화민주당은 오늘 무엇을 요청받는가?
너무 오랜 세월, 귄위주의적 정권에 의해 갈기갈기 상처받고 분열되었던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화해 정치를 시작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 우리는 계층간, 지역간, 민군간, 성별간, 그리고 정치적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국민적 화해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로 본다.

진정한 화해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주도에 의해서만 온전히 가능하다. 우리는 새 민주화의 전기에 서서 화해정치의 맨 앞장을 설 것이며, 독재정치의 정치적 노리개감이던 지역감정은 그 어떤 이유, 그 어떤 핑계로도 절대로 용납지 않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또 무엇을 쟁취하도록 명령받는가?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이번만은 부정선거의 촉수를 결코 용납하여서는 안된다. 행정선거, 금력선거, 부정투ㆍ개표 그 어느 것이라도 또다시 되풀이되면 국민은 결단코 용서치 않고 사납게 분노할 것이다.

권력자들은 그것을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았다면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국민은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하여 단 한 치도 부정이 저질러질 여지를 봉쇄하여야 한다. 우리는 부정선거를 예방하고 정치적 정통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보장으로서 거국적 중립내각의 수립을 강력히 요구한다. 두 번 다시 선거가 더럽혀지면 우리는 천추에 씻지 못할 오욕을 남기게 될 것이다.

다 함께 앞을 내다보고 힘차게 걸어나가자!
온갖 거짓, 왜곡, 중상, 탄압, 부패, 분열, 시기가 구둣발에 채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앞에는 오직 승리, 승리 하나만이 있을 뿐이다.

1987년 11월 12일
영광스런 민주쟁취의 새 날을 향해 백만 천만 우리는 서로서로 어깨를 껴안고 함성 지르며 내딛고 또 내달을 뿐이다.
민주주의를 위해,
행복을 위해,
화해를 위해!

1987.11.12
평화민주당 창당대회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평화민주당 연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이 기자의 최신기사 '민청학련사건'에 연루시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