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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평민당 대선후보로 유세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
 1987년 평민당 대선후보로 유세중인 김대중 전 대통령.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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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욕된 40년 헌장사 끝에 마침내 도래한 민주화의 여명에 서서, 궁긍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비원인 민족통일로 가기까지의 길을 내다보며 그 기나긴 도정을 감당할 가장 확실하고도 명백한 민주세력의 집결체로서 이에 평화민주당을 창당 발기함을 고하는 바입니다.
 
특히 우리는 그 도정의 시작이 상황과 성격의 과도기적 모호와 혼란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을 절감하고, 새로운 정당은 가장 치열했던 반독재투쟁의 전통과, 명쾌하고도 최종적인 군부정치의 종식 및 순수하고도 완전한 민주화의 실천력으로 연결되어야 함을 통감해 마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중차대한 시점에서 정과 사의 명확한 선택을 요청받습니다. 무릇 역사는 순응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나서서 쟁취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며, 국민도 그렇게 선택할 것입니다.
 
아울러 우리는 낡은 수구주의와 급진적 개혁주의의 양극을 배제, 온건한 개혁노선을 표방하며 중산층과 노동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민정당을 지향할 것입니다. 우리는 원칙을 고수하되 국민화합을 다질 것이며, 우리는 번영과 발전을 도모하되 정의를 추구할 것입니다.
 
우리는 민주적 정통을 이어가되 사회변천에 진취적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모든 계층, 모든 이해의 총화적 구심점으로 이에 분산된 개개의 힘을 평화민주당으로 집결, 조직화함으로써 온 국민의 성원과 선택에 의해 내일에는 다수파 정당으로 비약할 것을 기약하며 다음 다섯가지 기본공약 하에 뭉쳐있음을 만천하에 천명하는 바입니다.

국민화해
첫째, 우리는 심한 분열, 갈등으로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있는 계층간, 지역간, 민군간, 성별간, 그리고 정치적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국민적 화해가 그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정치보복에도 반대하여 모든 정치감정의 악순환에 명백한 종지불르 찍고 화해의 바탕 위에서 민주정치를 새출발시켜야 한다고 여깁니다. 
 
우리는 전정권들의 정치적 노리개감이 되어왔던 지역감정의 조장이 망국적 죄악의 씨를 키워왔다고 규정하고,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를 지역감정 타파를 위한 범국민적 운동의 위대한 화해의 장으로 삼겠습니다.
 
우리는 가족과 사회에서 여성들이 동등한 권리와 대우를 향유하는 것을 지지하며, 한국의 여성들은 지금보다 훨씬 높은 지위와 역할을 보장받을 것임을 다짐합니다.

정의경제
둘째, 우리는 그 동안 말과 법률로만 사장되어 왔던 노동3권과 최저임금의 보장, 쾌적한 작업환경의 보장은 이제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구현되어야 할 단계에 왔다고 주장합니다.
 
농민들은 형언할 수 없는 농가부채의 무거운 짐에서 해방되어야 하며, 농산물 가격은 현실적으로 보장되어 농촌경제가 파탄에서 구출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도시서민들은 주택, 의료와 최저생계의 기본적 생존권을 보장받아 마땅합니다. 중산층과 중소기업은 이 나라 민족경제의 중핵으로서 대기업의 횡포에서 벗어나 일한 만큼의 발전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자유경제를 지지하며 대기업이 관권경제의 질곡에서 벗어나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최대한으로 자유 기업활동을 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최대 최선의 봉사를 하게 하며, 이로써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을 다짐합니다. 모든 경제활동은 자유로와야 하나 그 이윤의 분배는 정의로와야 합니다.

군부 중립
셋째, 우리는 군의 정치개입에 단호히 반대하며, 군은 부담없고 명예롭게 오직 나라의 방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을 주장합니다.
 
국군은 온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아야 합니다. 군의 정치적 중립은 민주화의 첫 번째가는 요건입니다.
 
나라의 가장 기본적 규범인 민주선거가 군을 '비토 그룹'시하여 국민기본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태도는 용납될 수 없으며, 우리는 그러한 위험한 발상이 문민정치로 위장되는 것을 엄중 경계합니다. 

자주 외교
넷째, 우리는 국가적, 민족적 존엄과 대외적 자주를 요구하는 국민, 특히 젊은 세대들의 열망을 정당시하며, 역대 독재 정권이 대외의존을 집권유지, 연장의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자존과 국익에의 중대한 침해로 여깁니다.
 
남북분단의 현 상황 하에서 나라의 안보를 위해 미ㆍ일 등 우방과의 협력은 필요불가결합니다. 그러나 우방외교라 할지라도 국익도모는 우리의 최우선 요건입니다. 우리는 중ㆍ소 및 동구권과도 경제적, 외교적 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국익을 증진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에 기여케 할 것입니다.
 
통일 추진
다섯째, 우리는 동족간의 비극적 전쟁의 재발을 막고 민족동질성을 회복하며 남북간의 공존과 궁극적 민족통일을 기하는 과정으로서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의 3단계 통일정책을 주장합니다.
 
남북간에는 그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관광, 우편, 친족간의 상호방문과 인도적 교류를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기본적 국가이익을 훼손하거나 공산주의를 이롭게 하는 어떠한 통일방안에도 반대하며, 주변 4대국의 남북한 동시 교차승인을 실현하여 보다 안정된 한반도에서의 평화질서 기반을 조성케 하는 데 이바지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결단코 과거의 오류에 머뭇거리는 정당이 되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박해와 방해에도 굴하지 않고 반드시 영광된 새 민주 한국, 새 정의의 한국을 세워나가는 선도적이고도 진취적 힘의 집결체가 될 것을 거듭 다짐해 마지 않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성원과 협동을 부탁드립니다.

1987년 10월 30일
평화민주당(가칭) 창당발기인 일동 (주석 1)


주석
1> 『평화민주당』, 15쪽, 평화민주당 발행, 1989년.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평화민주당 연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평화민주당, #발기취지문, #평화민주당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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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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