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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대하는 나는 주말인 오늘(23일)도 학생들의 코로나 검사 과정에 귀를 쫑긋했다. 누구는 검사 줄에 서 있다 하고, 누구는 음성이 나왔다 하고, 누구는 밀접접촉자여서 당분간 학원을 못온다 하고... 중간고사 후 학생들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노래방을 찾은 것이 화근이 돼 갑자기 군산 소재 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이 걱정과 불안모드에 돌입했다.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오히려 사람들의 마음에 긴장감이 풀어진 결과라고 학부모님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바리톤 김동규의 목소리로 가곡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한 곡을 틀어놨다. 오랜만에 오전 봉사활동도 없고 고등부 수업이 휴강이어서 남편에게 산책이나 가자고 했다. 사계절 중 가을하늘은 유독 그 색깔이 청명하고 블루스크린 하늘을 배경삼은 구름조각들이 등장인물이 되어 우리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전하는 듯했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10월 호숫가 주변에서 만나는 식물은 억새풀이 당연코 일등이다. 군산에도 아름다운 호수 3인방이 있다. 은파호수, 월명호수, 청암호수가 그들이다.

갑자기 테마여행으로 군산에 있는 호수둘레길 걷기를 하자고 했다. 주말에도 일을 해야하는 우리 같은 사람은 시간이 주어질 때마다 시간을 잘 활용해서 여행도 하고 맛난 것도 찾고 사람도 만나야 된다고 말했다. 군산에 살면서 여러번 가본 곳 이라도 이번 기회에 같은 호수 모양이지만 다른 색과 개성을 담은 호수도 관찰하자고 했다.
 
월명산내에 있는 월명호수의 가을 색
▲ 군산월명호수전경 월명산내에 있는 월명호수의 가을 색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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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코스로 월명공원 호수를 선택했다. 집 근처에 있어서 자주 찾는 곳이다. 화창한 날씨 덕분인지 가족 단위의 발걸음이 많았다. 아이를 무등태워 걷는 젊은 아빠와 엄마, 아이의 질문에 정성을 다하는 아빠의 화답을 듣는 것 만으로도 내 마음이 행복했다.

남편과 나는 호수의 전경을 보고 싶어서 100여 미터 거리의 등산로를 따라 올라갔다. 오른쪽으로 점방산과 암벽장, 그리고 해망동 바닷가가 보였다. 부드럽게 산 골마다 내려앉은 햇빛에 반사된 월명호수 물결과 둘레길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월명공원은 1910년 군산공원으로 부르기 시작해서 1972년부터 월명공원이라고 명칭을 바꿨다. 월명호수는 월명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변에 장계산, 설림산, 점방산, 석치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이곳 월명산 언덕으로 소풍을 왔다. 20여 년 전 군산에 귀향해서 이곳 호수둘레길(보통 산책걸음 40여 분 거리)을 걸었는데, 바로 코앞에 언덕 둑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어린 잰걸음으로 걸었던 세상은 그렇게나 멀리 가는 미지의 세계였구나. 내려오는 길에 둘레길 곳곳에 있는 편백나무 숲 쉼터의자에 누워 하늘을 보고 긴 호흡을 내쉬니 저절로 숲의 정령이 찾아와 평화를 주는 것 같았다.
 
물빛다리와 별빛다리를 안고 있는 은파호수빛
▲ 군산은파호수전경 물빛다리와 별빛다리를 안고 있는 은파호수빛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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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코스로 은파호수공원 둘레길을 걸었다. 월명호수에서 차로 10분거리에 있다. 집에서 가장 가까워 시시때때로 만보걷기에 애용하는 곳이다. 해마다 봄이면 은파호수길은 벚꽃으로 장관을 이룬다. 학생들과 군산명소 홍보 동영상 제작할 때도 가장 멋있게 소개한 곳이다.

은파라는 말은 해질녘에 호수의 물결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붙여졌다고 한다. 고산자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에도 표시돼 있을만큼 역사 깊은 곳이다.

본래 농업용 저수지였는데 1985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되면서 전국에서 군산을 찾는 관광지 1순위로 손꼽힌다. 오색찬란한 음악분수와 함께 보여주는 아름다운 야경도 좋다. 벚꽃산책로, 인라인스케이트장, 수변무대, 연꽃자생지 등이 조성되어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지역자원 콘테스트'에서 전국 100대 관광명소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빛다리와 별빛다리를 만들어서 시민들의 산책길을 편리하게 했다. 산책로의 경사로는 거의 일직선으로 높낮이가 없어서 나이든 고령자의 산책 코스로 좋은 곳이다. 세 개의 바위(애기바우, 중바우, 개바우)를 지나가면서 은파에 얽힌 바위설화도 나눴다. 구불구불 길 따라 걸어가면서 우리 부부의 노년을 향한 바램도 술술 따라 나왔다.
 
왕버드나무앞호수모습과 죽향길
▲ 군산청암호수전경 왕버드나무앞호수모습과 죽향길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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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찾은 군산의 호수 가을 색은 청암산호수다. 청암산은 군산 옥산면에 소재하고 있으며 조선시대 이전 푸른산이란 의미의 취암(翠岩)산으로 불리었다가 일제강점기에 청암(靑岩)산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고 한다. 취암이란 말은 빨리하면 샘이란 말로 들려서 '샘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청암산호수는 군산의 3대 호수 중 가장 많이 자연 생태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다양한 트래킹 코스가 있는데 우린 수변길의 일부를 걸었다. 호수를 마주한 입구에 가득한 억새풀 길부터 왕버드나무 군락지까지 걸었다가 되돌아오는 1시간 20분가량의 길이다.

특히 이 길에는 죽향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대나무 숲길이 장관이다. 가을이라 스산한 느낌이었지만 올여름에 봉사단체 지인들과 찾았을 때는 대나무에서 나오는 냉기로 더위를 식혔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군산시에서 대나무 데크를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죽향길의 포토존에서 셀카하나를 찍고 수변 가에 굵은 몸통을 자랑하는 왕버드나무가 있는 곳까지 걸었다. 나무의 수령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나무의 둘레를 보면 상당한 나이임에 틀림없었다. 특히 왕버드나무의 존재 자체로 원시림을 간직하고 있는 청암산의 생태적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해야 된다고 남편이 말했다. 비록 청암호수를 전체를 아우르는 수변로를 다 걷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다음 산책을 기약하고 돌아섰다.
 
사진을 찍어주는 남편의 손길이 더 따뜻하다
▲ 은파호수의 억새풀밭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남편의 손길이 더 따뜻하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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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으로의 귀향 후 20년을 살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 교육상 보여주고 싶은 군산을 다양한 각도로 많이 만났다. 그러나 오늘처럼 호수여행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다닌 적이 없어서 평범한 일상 속 여행이었지만 또다시 새로운 군산을 만난 느낌이었다.

"이제 당신하고 나하고만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네. 군산뿐만이 아니라 어디든지 자주 찾아가서 추억을 쌓아보세. 당신만 시간을 낸다면 내가 사전 지식을 충분히 공부하고 가서 당신을 심심하지 않게 해줄테니까. 남는 건 추억과 사진뿐이지. 당신은 열심히 글로 쓰고."

남편의 말이 가을 잎처럼 바스라지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여행길에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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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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