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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초등학교 5학년 9반 학생들이 전시회 준비를 위해 국화 분재를 조심스럽게 진열 배치하고 있는 모습.
▲ 근로정신대 할머니 알리기 위한 국화 분재 전시회 선운초등학교 5학년 9반 학생들이 전시회 준비를 위해 국화 분재를 조심스럽게 진열 배치하고 있는 모습.
ⓒ 선운초등학교 5-9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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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에 쓰일 것이라 생각하니 기분 좋아요."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선운초등학교 5학년 9반 학생들이 38만1800원을 기부금을 지난 22일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에 전달했다. 학생들은 지난 18일부터 교내에서 '근로정신대 알리기 위한 국화 분재 전시회'를 갖고 화분을 판매해 성금을 마련했다. 

5학년 9반 학생들은 그동안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자서전을 읽기, 관련 영상을 찾아보고 소감을 글로 남겨보는 시간 등을 가졌다.

담임교사인 임광철 교사에 따르면, 그동안 국화를 학생들과 직접 가꿔보면서 해년마다 다양한 활동을 가져왔는데 묘목은 담임선생님이 키워왔고 학생들은 지난 10일 예쁜 디자인을 새긴 화분에 분재를 일일이 옮겨 심었다고 한다. 임 교사는 "학생들의 손이 없으면 못하는 일인데, 학생들과 '협업' 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국화 분재를 옮겨심기 위한 화분에 예쁘게 디자인하고 있는 5학년 9반 학생들.
 국화 분재를 옮겨심기 위한 화분에 예쁘게 디자인하고 있는 5학년 9반 학생들.
ⓒ 선운초등학교 5-9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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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판매해 기부할 것이냐, 집에 가져갈 것이냐 투표에 

학생들은 화분을 햇볕이 잘 드는 교실 창가에 두고 20여 일 가까이 물도 주고 날마다 따뜻한 눈길을 보내면서 정성껏 보살펴 왔다. 어느새 국화는 진한 향을 품은 채 송글송글 앞 다퉈 꽃망울을 틔워냈다.

전시회에는 76년 전 같은 또래였던 할머니들의 사연이 차례로 소개돼 있고, 그 한편에는 직접 국화 값을 기부할 수 있도록 작은 무인 모금함을 비치했다.

"얼마 전 반 친구들끼리 국화 분재를 판매해 좋은 데 기부할 것이냐, 자기가 애써 기른 국화를 집으로 가져 갈 것이냐로 회의 안건으로 올렸어요. 그런데 손을 들어보니 팔아서 좋은데 쓰자는 쪽이 훨씬 더 많았죠. 그리고 더 한 가지 약속했어요. 자기가 만든 화분은 절대 자기가 사 가지 않기로…"

국화 분재 가격은 아이들이 논의해 마음대로 정했다. 기본을 3000원으로 하자고 했지만, 자기가 정한대로 정가 1000원, 3000원, 5000원, 1만 원의 값을 매겼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아이들끼리 내심 걱정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나 안 팔리면 어떻게 되냐.' '3000원 이상이라고 해서 너무 많은 돈을 주면 어떻게 하냐.' '몰래 가져가 버리면 어떻게 하냐.'

"국화 남은 거 없어요" 교장선생님한테까지 달려온 1학년     

전시회에 선 보인 분재는 80여점. 5학년 9반 24명의 학생들이 내 놓은 화분, 그리고 취지를 듣고 함평농업기술센터에 계시는 한 선생님도 흔쾌히 국화를 내어줬다. 원래는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간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판매를 시작한 첫날 아침 일찍 동나버렸다. 
    
"이틀 판매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시작하자마자 40분 만에 완판 돼 버리고 말았어요. 미리 점찍어 둔 친구들이 많았나 봐요. 어떤 1학년 한 학생은 교장선생님한테까지 찾아와 '나도 하나 사고 싶은데 남은 게 없느냐?'고 직접 묻는 아이까지 있었고…"

한동안 사랑스러운 눈길을 주던 화분을 떠나보낸 마음이 어떤지 친구들한테 물었는데, 대답이 간명했다.

"전혀요. 좋은 곳에 쓰이니까. 안 팔렸으면 더 서운했을 것 같아요."

학생들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일을 해서 좋았다"며 "재미있고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5학년 9반 친구들은 11월 초 또 한 번 학교 구성원들의 눈길을 설레게 할 예정이다. 지난 5월 5.18 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을 기념해 식수한 국화(옥국)가 1주일쯤 후면 예쁘게 꽃망울을 터트릴 것이기 때문이다.

국화 중에서도 가장 향기가 진한 옥국은 등굣길 처음 마주하는 학교 정문에 전시할 예정이다. 상큼한 국화 향과 함께 벌써부터 등굣길이 환해지는 것 같다.
 
왼쪽부터 선운초 5학년 9반 윤채린, 박설아, 박유빈 학생과 임광철 담임선생님.
 왼쪽부터 선운초 5학년 9반 윤채린, 박설아, 박유빈 학생과 임광철 담임선생님.
ⓒ 이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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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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