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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그룹 '반려인의 세계'는 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룹니다. 이번 주제는 '반려인의 불안'입니다.[편집자말]
'불쾌한 일이 예상되거나 위험이 닥칠 것처럼 느껴지는 불쾌한 정동 또는 정서적 상태.'

심리학에서 불안은 이렇게 정의된다. 그런데 이 느낌이 아무 때나 생겨나지는 않는다.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존재에게 닥치는 위험은 별다른 정서를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나 자신이나 소중한 존재에게 위험이 예상될 때 우리는 불안에 사로잡힌다. 때문에 소중한 존재가 생긴다는 것은 불안을 감내해야 하는 게 늘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반려견 은이와 가족이 된 후로 나는 좀 더 자주 불안을 느낀다. 특히,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그것을 알릴 수 없는 은이가 홀로 집에 남겨졌을 때, 나는 종종 불길한 예감에 심장이 두근거리곤 한다. 이런 예감은 때로 현실이 되었고, 우리 가족은 은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몇 가지 규칙들을 만들어냈다.

식탁은 먹을 것을 올려두는 곳이 아니다

은이와 가족이 된 지 1년쯤 되었을 때였다. 출근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서는데 식탁 위의 초콜릿과 식탁 앞에 계단처럼 놓여 있는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점프력이 뛰어난 은이가 의자를 타고 식탁 위에 올라가진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잠시 들긴 했지만 사람이 주는 것 외에는 함부로 음식에 입을 대는 법이 없었던 은이이기에 '설마' 하며 그대로 집을 나섰다.

하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나는 놀라고 말았다. 은이는 너무나 흥분한 상태였다. 나를 반기는 정도를 넘어 온 집안을 뛰어 다녔고, 도무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불안했던 그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식탁 위엔 초콜릿 포장지가 은이의 이빨 자국과 함께 찢겨져 있었고, 동그랗고 꽤 큰 초콜릿 세 알이 사라지고 없었다. 낮 동안 은이가 의자를 밟고 식탁에 올라가 초콜릿을 '순삭'한 것이 틀림없었다. 달콤한 냄새에 끌리는 개의 본능이 발현된 거였다. 초콜릿은 개에게 부정맥과 발작을 유발하는 매우 위험한 음식 중 하나다.

나는 곧바로 은이를 안고 동물병원으로 달려갔다. 수의사 선생님은 먹은 지 꽤 오래된 거 같다며 이미 부정맥이 시작됐고 신경계에도 영향이 미쳐 과흥분 상태가 된 거라고 하셨다. 은이와 함께 하면서 맞은 최대의 위기였다. 그날 은이는 병원에 입원을 했다.

은이를 병원에 맡기고 돌아온 후 우리 가족은 밤새 자책했다. 초콜릿을 왜 거기에 둔 건지, 의자는 왜 식탁 밑에 밀어 넣지 않았던 건지, 다 사람의 잘못 같았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개가 본능적으로 맛있는 냄새에 이끌리는 것을 어떻게 뭐라 할 수 있겠는가.

그날 우리 가족은 다짐했다. 식탁과 소파 테이블 등에 절대로 음식을 두지 않기로 말이다. 식탁 의자는 반드시 식탁 밑에 밀어넣어 은이가 밟지 못하도록 정리해두기로 했다. 음식도 가려먹게 됐다. 개에게 급성신부전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과일인 포도는 먹다가 떨어뜨리기 쉽기 때문에 은이가 있는 곳에서는 되도록 먹지 않는다.

양파나 마늘은 요리할 때 흘리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아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먹을 때는 뼛조각을 즉시 휴지통에 버린다. 처음엔 의식적으로 신경을 썼지만, 6년 넘게 이를 실천하다 보니 이젠 몸에 배어 그저 습관처럼 하는 행동들이 됐다.

참, 은이는 그때 다행히 약과 수액으로 초콜릿의 독기를 모두 빼내었고, 간을 보호하는 처방식을 며칠 먹은 뒤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했다.
  
개와 함께 한다는 것은 불안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개와 함께 한다는 것은 불안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 늘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 unspal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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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닫아두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위기의 순간을 겪으면서 우리는 집에 반려견 전용 카메라를 설치했다. 은이가 홀로 있는 동안 어찌 지내는지 들여다볼 수도 있고, 원격 조정으로 간식도 줄 수 있으며, 짖을 땐 휴대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알림도 보내주는 똑똑한 카메라다. 외출이 길어질 때 나는 종종 카메라 앱을 통해 은이의 안전을 확인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갔던 날이었다. 몇 시간 후 은이가 밥은 잘 먹었는지, 잘 쉬고 있는 지 궁금해 카메라 앱을 켰다. 그런데 은이가 보이지 않았다. 은이야 하고 불러봐도, 간식을 쏘아줘도 은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갑자기 불안이 엄습해오면서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안절부절 못하던 나는 아랫집 이웃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 집 강아지가 잘 있는지 확인 좀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 이웃은 기꺼이 집 안을 들여다 봐주었다. 은이는 안방에 문이 닫힌 채로 갇혀 있었고, 문을 열어주자 쏜살같이 나와 내가 카메라로 쏘아 준 간식을 먹었다고 했다. 이웃의 전화를 받고 다시 카메라를 확인하니 은이는 거실의 도넛 방석 위에 편안히 앉아 있었다. 나는 마음을 쓸어내렸다.

그때부터 또 하나의 습관이 생겼다. 은이를 홀로 두고 외출할 땐 모든 방문을 활짝 열어두는 것이다. 창문을 열어두었을 때는 바람 때문에 방문이 닫겨 은이가 놀라거나 갇히는 일이 생길까 봐 쿠션으로 방문을 괴어둔다.

은이를 홀로 두고 외출할 때 나는 식탁을 비롯한 집안의 테이블과 음식들, 의자들, 방문까지 여러 차례 돌아보며 확인 또 확인을 한다. 가끔은 주차장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와 점검을 하기도 한다. 불안을 낮추기 위한 일종의 '강박행동'이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은이가 안전할 수만 있다면, 외출 시 좀 더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쯤이 무슨 대수겠는가.

숙소 침대는 잠을 자는 곳이 아니다

불안한 마음은 집에서만이 아니다. 여행을 가서 반려동물 동반 숙소에 머물 때도 나의 노파심은 계속된다. 은이는 몇 해 전 살짝살짝 왼쪽 뒷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슬개골 탈구 1기였다. 매우 경미한 수준이라 보조제로 관리하면 되지만 높은 곳에 오르내리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곧바로 집안에 스개골 탈구 방지용 계단을 설치했고, 거실 바닥엔 카펫트를 깔아 은이가 미끄러지지 않게 했다.

문제는 여행을 가서였다. 반려견 동반 투숙이 가능한 곳이라도 대체로 숙소의 침대는 우리 집보다도 높았고, 반려견용 계단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낯선 곳에선 더 내 껌딱지가 되는 은이는 여행 시 내 옆구리에 딱 붙어서 잠을 자곤 했다. 내가 침대에 오르면 기를 쓰고 올라왔고, 내가 내려가면 나를 따라 용감하게 뛰어내렸다. 슬개골 탈구를 악화시키는 행동이었다.

결국 난 은이의 안전을 위해 침대를 포기했다. 아이와 남편은 침대를 이용하지만 나는 늘 추가 이불을 요청해 바닥에서 잔다. 혹시 몰라 캠핑용 침낭도 가지고 다닌다. 포근한 침대가 그립기도 하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침대에서 자는 것보다 훨씬 잠도 푹 잔다. 은이가 옆구리로 파고들 때 느끼는 그 행복감도 함께 느끼면서 말이다.
  
은이의 안전을 위해 외출시에는 문을 쿠션을 괴어두고, 소파엔 반려견용 계단을 설치했다. 은이가 많이 머무는 거실과 서재의 바닥엔 카페트를 깔았다.
 은이의 안전을 위해 외출시에는 문을 쿠션을 괴어두고, 소파엔 반려견용 계단을 설치했다. 은이가 많이 머무는 거실과 서재의 바닥엔 카페트를 깔았다.
ⓒ 송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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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런 나의 모습을 '유난'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주방이나 방에는 아예 들오지 못하게 훈련 시키고, 잠은 애초부터 사람과 따로 자게 버릇을 들였어야지 사람이 무슨 고생이냐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은이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들이 모두 '사람 위주'로 된 환경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먹는 음식에 둘러싸이고, 사람의 체구에 맞는 가구와 집안 구조에 적응해 살아가야 하는 은이는 아마도 우리보다 더 큰 불편을 감내하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도 늘 사람 가까이 있으려고 하는 개에게 사람의 불편을 이유로 다가오지 못하게 하거나 자연스런 본능을 억제하도록 하는 것은 잔인한 일 아닐까.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유난을 떨 수밖에 없다. 한 존재를 사랑한다는 것은 함께 하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불안과 불편까지 껴안는 일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불안한 마음들을 감내하고, 자잘한 불편들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나의 반려견과 사랑을 나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필자의 개인블로그(https://blog.naver.com/serene_joo)와 브런치(https://brunch.co.kr/@serenity153)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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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에 대한 고민과 반려동물로 인해 달라지는 반려인들의 삶을 다루는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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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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