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간 오재일(삼성 라이온즈)을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두 가지 있다. NC 다이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보인다는 점에서 붙여진 '오마산'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가을 재일' 역시 빠질 수 없다.

삼성은 23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 경기에서 4-0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KT를 2위로 끌어내리고 5월 21일 이후 155일 만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백정현과 쿠에바스의 투수전 양상으로 경기가 흘러간 가운데,  1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오재일이 결정적인 장면을 두 차례나 만들어내면서 라이온즈파크를 방문한 8512명의 팬들을 열광케 했다.
 
 연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재일이 팀의 선두 탈환을 이끌었다.

연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오재일이 팀의 선두 탈환을 이끌었다. ⓒ 삼성 라이온즈


결승타+쐐기포로 강렬한 인상 남긴 오재일, 몰아치기 시작했다

이날 1회말 2사 1, 3루의 기회서 타석에 들어선 오재일은 KT 선발 쿠에바스의 3구를 공략해 우전 안타를 기록했다. KT 야수진이 수비 시프트를 걸었음에도 빈 곳에 타구를 떨구어 놓으면서 3루주자 호세 피렐라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백정현의 호투와 타선의 추가 득점으로 삼성이 4-0까지 달아났고, 8회말 오재일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KT의 세 번째 투수 이대은의 초구를 그대로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터뜨리면서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희망을 이어가던 KT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놓았다.

오재일의 한방으로 한결 여유로운 상황 속에서 마운드에 오른 마무리 오승환이 9회초 3개의 아웃카운트를 책임졌고, 마지막 타자 박경수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는 순간 삼성의 1위 탈환이 확정됐다. 아직 일주일 정도 잔여경기 일정이 남았으나 팬들도, 선수들도 5달여 만에 단독 선두로 올라선 기쁨을 숨길 수 없었다.

오재일은 9월에만 10개의 홈런을 생산하는 등 전반기에 비해 좀 더 순조로운 흐름으로 후반기를 소화해왔다. 특히 지난 14~16일 3경기 연속 무안타로 침묵하고 나서 최근 5경기 동안 19타수 8안타 타율 0.421로, 무려 3경기에서 멀티히트 활약을 펼쳤다.

특히 23일 경기를 통해 9월 30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오랜만에 아치를 그렸고, 가을야구를 앞둔 시점에서 좀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날 전까지 10월 한 달간 홈런 3개에 그쳤던 팀 입장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오재일의 홈런이 반가웠다.

가을에 강한 오재일, 아직 그의 진가는 다 드러나지 않았다

상위권을 지키는 것조차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10월 들어 나머지 상위권 두 팀이 주춤하는 사이 순위 지키기에 성공하면서 삼성과 정규시즌 트로피 사이의 거리가 조금씩 가까워졌다. 2015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지만, 이제는 조심스럽게 라이온즈파크 개장 후 첫 한국시리즈 직행을 바라보고 있다.

채태인의 이적과 이승엽의 은퇴,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작별 등 부활을 꿈꾸던 삼성으로선 가장 큰 당면과제가 주전 1루수를 찾는 것이었다. 전력 보강이 필요함을 느끼면서 지난 겨울 지갑을 열었고, 공수에서 안정감을 갖춘 좌타 거포 오재일을 품게 됐다.

몸상태가 완벽하지 않아 4월 말이 되서야 이적 후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게 됐지만, 공백의 아쉬움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잊혀졌다. 현재까지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는가 하면 OPS에 있어서도 0.876으로 이적 직전 두 시즌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중이다.

주목해봐야 할 것은, 가을야구에서의 오재일의 가치다. 단기전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은 선수다. 두산 베어스 시절이었던 2017년,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무려 4개의 홈런을 몰아쳤고 친정팀 키움 히어로즈에 비수를 꽂은 2019년 한국시리즈에서는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 시리즈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정규시즌과 달리 어떤 변수가 어느 지점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만큼 경험이 많은 선수가 한 명이라도 더 엔트리에 포함되는 게 큰 힘이 된다. '가을재일'이 목표도, 기대감도 조금씩 커지고 있는 사자군단의 우승청부사가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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