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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성북구, 성신여대입구역을 지나가다가 성북구청에서 붙인 현수막을 보았다
그 현수막은 구청장이 온라인으로 구민들을 찾아가서 필요한 제안을 받겠다는 요지의 현수막이었다. 그런데 현수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주민들더러 동사무소에 와서 직접 제안을 하라는 내용이었다. 
 
직접찾아오겠다더니만 주민센터로 오라고?
▲ 성북구청의 희한한 현수막 직접찾아오겠다더니만 주민센터로 오라고?
ⓒ 전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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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분야(생활, 복지, 문화, 환경, 안전, 교통 등) 이렇게 적혀있다. 이런 것들에 대한 의견이 있는 주민들은 주민센터에 가서 제안을 하면 된다.

뭔가 주민들 속으로 들어오겠다는 메시지를 주더니만 결국 주민들보고 참여하라는 메시지만 한다. 그 기간도 1주일이다. 시간이 지나 성북구청은 주민들이 제안하지 않았다라고 결과만 정리할 것 같다. 이런 걸 보고 전시행정, 생색내기 행정이라고 하는 거라 생각한다. 

평소 성북구청이 하는 일에 대단한 관심이 있어서 이렇게 현수막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아니다. 

빚 없는 성북구는 누가 만들었나

한 달 전에 성북구청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CCTV관제노동자들이 농성에 들어갔다. 1년마다 용역업체가 바뀌고, 1년마다 재계약하는 고용불안을 해결하고 정규직으로 제안해달라는 요구였다. 
 
한달이 넘게 농성중이지만 성북구청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 성북구청뒤 바람마당 농성현장 한달이 넘게 농성중이지만 성북구청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 전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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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의회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 정규직화를 요구
▲ 구의회앞에서 정규직화 요구하는 CCTV 관제노동자들 성북구의회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서 정규직화를 요구
ⓒ 전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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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 아무 답변조차 없고 만나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CCTV 관제노동자들은 지난주에 구청장실 항의방문을 통해서 면담을 요청했다. 그 과정에서 구청 직원들이 힘으로 노조원들을 끌어내려는 시도도 있었다.

기자회견도 하고, 농성을 이어가며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성북구청은 아무런 대답이 없다. 얼마 전 잠깐의 면담에서 부구청장이 노조원들에게 또 다른 비정규직인 '시간임기제'를 적용할 예정이다라는 비공식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 외에는 성북구의 안전에 큰 역할을 하는 CCTV 관제노동자들의 불안전한 고용 문제에 대해서 성북구청은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2020년도 성북구의 남은 예산은 1045억 원 정도 된다. 다른 구에 비해서 많은 편이다. 그리고 성북구청은 구청게시판에서 '성북은 빚이 없는 지자체다'라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현 성북구청장이 잘 운영하여 빚 없는 성북구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예산도 없지 않고(남는 예산은 많다) 빚도 없는데 13명의 CCTV 관제노동자를 정규직화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선거 때 "현장에서 답을 찾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썼고, 지금도 구청 이곳저곳에 그리고 구청행사의 모든 현수막에 '현장에서 답을 찾다'라고 하고 있다. 바로 구청 뒤에서 농성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생색내기 현수막 행정을 하면서 말이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말하는 현장이 어딘지 묻고 싶다.

과연 엊그제 걸린 현수막에 적힌 대로 안전분야에 대한 주민 제안으로 CCTV 관제노동자를 성북구청에서 직고용하라고 한다면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어떤 대답을 할까? '돈이 없다'라고는 하지 못할 것이다.

성북구에 남은 1045억 원이 생색내기 전시행정에 쓰이지 않고 성북구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성북구에 사는 주민들의 불편한 사항을 해결하는 데에 쓰이길 바란다. 빚 없는 성북구 뒤에 비정규직 없는 성북구라는 말도 붙었으면 좋겠다. 

태그:#이승로, #성북구청장, #CCTV, #관제노동자,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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