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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에 붙어놓았다 가져왔다고 보여주는 어르신들의 필사시화엽서는 내 마음에 눈물을 고이게 했다
▲ 시화엽서를 모아온 어르신들 벽지에 붙어놓았다 가져왔다고 보여주는 어르신들의 필사시화엽서는 내 마음에 눈물을 고이게 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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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나운복지관 어르신들께! 6월부터 도시락을 받으실 때 함께 드렸던 엽서를 기억하시나요? 따뜻한 도시락만큼 아름다운 글과 그림을 넣었던 시화엽서예요. 어르신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주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받으신 엽서를 간직하고 계신 분들은 제게 보여주세요. 작은 선물 드려요!!"

오늘 군산나운종합복지관의 점심 도시락 나눔을 앞두고 전날 수혜자들에게 공지했던 안내문이다. 올해 (사)군산시자원봉사센터 거점캠프 나운동 상담가의 명함을 받고서 시작한 첫 번째 사업으로 '필사시화엽서나눔운동'을 기획했다. 밥보다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어와 그림으로 도시락의 온기를 데워줄 시화엽서를 만들어 무료급식나눔의 현장에서 지난 5개월을 보냈다.

처음 본 나운종합복지관의 도시락 수혜현장은 일정한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것 같았다. 먼저 도시락이 도착하면 영양사와 조리사들이 만든 국물이 도시락 하나와 짝이 됐다.

도시락을 전달하면서 '맛있게 드세요. 오늘은 진짜 맛있는 반찬이에요'라고 인사하는 조리사님의 낭랑한 멘트는 복지관에 울리는 행복한 음악소리였다. 누가 된장 국물을 싫어하는지, 또 누가 요구르트를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몇 동 몇 호에 살고, 나오지 못한 분들이 누구인지를 금방 알고 대처했다.

도시락을 받는 분들도 규칙이 있었다. 첫 번째 도시락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에게 나눠졌다. 이 행렬이 지나가면 스스로 서 있는 사람들이 순서를 지키며 길게 선 줄로 다가왔다. 복지관에 있는 공익근무원들은 사람들의 체온 측정과 마스크 착용을 확인했다. 수혜대상 여부를 얼굴만 봐도 알아보고 그 많은 분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의 첫 번째 엽서를 넣어서 도시락과 함께 전했던 날이 생생하다. 도시락을 나눠주는 일을 담당한 조리사는 나태주시인의 <행복> 한 구절인 '저녁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 담긴 엽서를 보고 도시락을 휠체어의 아랫단에 놓아주면서 말했다.

"아버님,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래요. 좋지요. 엽서 버리지 말고 집에 가서 꼭 읽어보세요. 약속!"

"그려 나도 알어. 그게 행복이지"라고 어르신도 대답했었다.

어떤 분에게는 "이것은 시를 쓴 엽서래요. 봉사자들이 직접 썼데요. 한번 읽어보세요"라고 말하면 "나는 눈이 나빠서 못 읽어. 읽은 셈 치고 다른 사람에게 줘"라고 말했다. "그래도 가져가셔서 천천히 보세요"라며 도시락 위에 고무줄로 꽁꽁 묶어드렸다.

시화엽서나눔을 시작할 때 몇몇 사람은 필요 없는 일을 하는 거라고 말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시를 읽냐고, 글 못 읽는 사람들도 많다고, 받자마자 길에 버릴 거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나는 필사시화엽서를 함께 만들 봉사자들에게 이 운동의 의미를 전했다.

"단 한 사람이 단 한 장의 엽서라도 읽고 희망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우리들은 아름다운 시 필사를 해서 좋고, 그분들은 따뜻한 글과 그림 한 점을 받아서 좋지요. 아마도 도시락보다 더 맛있는 반찬이 되는 시라고 말하는 분이 분명 계실 거예요."

오늘까지 총 12번, 시화엽서 6000여 장의 나눔을 실천했다. 봉사단 '민들레씨앗'이 뿌린 엽서홀씨는 이미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심어졌다고 믿었다. 그리고 오늘의 만남을 기다렸다.

"아버님, 5장이나 모으셨어요? 대단하세요. 엽서를 버리지 않고 꼬박꼬박 모으셨네요. 엽서를 받으실 때마다 어떤 마음이셨어요?"
"나는 원래 학교 다닐 때도 시 읽는 것을 좋아했어. 집에 벽에 붙여 놨었는디 오늘 가져오라고 해서 떼어온 거지. 선물이 뭐여?"
"제가 큰 선물을 못하고 컵라면 준비했어요. 너무 작아서 죄송해요.
"아녀 괜찮여. 날 추울 땐 컵라면 국물이 좋지. 엽서도 주고 선물도 주는고만."


엽서나눔을 하면서 과연 몇 사람이나 엽서를 읽었을까, 모았을까에 대해 절반의 의심을 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오늘 엽서를 가져온 사람은 20여 명이었다. 공지사항을 미리 못 봐서 그렇지 집에 다 있다고 말한 사람들도 있었다.

나운종합복지관 무료급식 도시락수혜자에게 드린 엽서나눔행사는 10월로 끝난다. 도시락 전달시 수혜자들의 여러 절차를 챙기는 과정은 업무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일일이 엽서를 도시락 위에 고무줄로 묶고 나눠주면서 시어 한 줄을 읽어 주었던 급식소 모든 관계자와 매번 현장에 나와서 봉사해주신 자원봉사센터소속 정선화님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필사시화엽서나눔은 두 번째 기획에 들어간다. 이제는 동네의 소상공인상점에서 나눔을 이어갈 것이다. 동네서점, 동네은행, 동네빵집, 동네문구점, 동네김밥집 등 지역의 주민들이 자주 오고 가는 상점에서 필사시화엽서 한 장을 받는 행복을 나누고 싶다. 

엽서를 받는 사람이 다시 또 봉사자가 되어 지역에서 좋은 글과 시어, 그림을 나누는 문화의 꽃을 피우고 싶다. 군산시민 모두가 필사시화엽서 한 장을 받아보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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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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