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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의 메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삶의 격’ 앞에서 포즈를 취해준 박라정 화가. 뿌듯한 표정 뒤에는 그동안의 수많은 수고로움이 숨어있다.
 이번 전시회의 메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삶의 격’ 앞에서 포즈를 취해준 박라정 화가. 뿌듯한 표정 뒤에는 그동안의 수많은 수고로움이 숨어있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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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개인전(전시회)이란 '내가 화가란 업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신성한 의식이다.

지난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8번째 개인전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를 선보이고 있는 박라정 화가(아트토픽 겔러리 관장)는 전시회를 준비하는 마음을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우는 심정에 비유했다. 
 
이번 전시회를 빛내고 있는 작품들. 사진 왼쪽부터 또로롱. 삶의 격, 상큼하게 상상하기
 이번 전시회를 빛내고 있는 작품들. 사진 왼쪽부터 또로롱. 삶의 격, 상큼하게 상상하기
ⓒ 박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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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공을 들여야 하는 개인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좋은 그림. 박 화가는 이번 전시회에 14점의 신작을 선보였다. ▲삶의 격(133.3X162.2cm/oil on canvas) ▲상큼하게 상상하기(72.7x90.9cm/oil on canvas) ▲또로롱(45.5x53cm/oil on canvas) 등 모두 여성의 생명력을 주제로 한 작품이다.

2019년 개인전 이후 1년 6개월 동안의 치열한 고뇌 끝에 탄생한 작품이 있기에 이번 개인전이 빛이 나는 것이다. 개인전이 아니더라도 늘 새로운 작품을 그려야 하는 것은 화가의 즐거움이자 곤욕이다.

19일 만난 박라정 화가는 "전시를 위해서 작품을 그려야 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화가는 좋은 그림을 그리고 위해 늘 작업에 열중해야 한다"며 다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디에 작품을 걸어야 하나?", 만만치 않은 전시장 구하기

박라정 화가는 오는 11월까지 개인전을 연다. 한 마디로 두 달간 전세를 냈다. 이런 장기 전시가 가능한 이유는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아트토픽 갤러리 관장이 본인이기 때문이다.

인구 18만의 중소도시인 서산에서는 진시공간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애석하게도 서산뿐만이 아니고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사정이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19년 문을 연 아트토픽 갤러리는 척박한 지역 미술계에 옹달샘 역할을 하는 소중한 존재다. 그동안 총 21회의 전시회가 열렸으니 지역 화가들의 갈증을 풀어주는 데 나름 큰 역할을 한 것이다.
 
텅 빈 전시장은 화가의 손길이 닿은 후에야 의미 있는 공간으로 변한다. 작품을 걸고, 조명을 조절하고 있는 박라정 화가.
 텅 빈 전시장은 화가의 손길이 닿은 후에야 의미 있는 공간으로 변한다. 작품을 걸고, 조명을 조절하고 있는 박라정 화가.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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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잘 나간다는 유명 화가가 아니고서는 전시장을 마련했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어떻게 배치할까 하는 구상부터 그림을 거는 것도 모두 화가의 몫이다.

물론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지역에서 활동하는 화가들은 대부분 이 모든 걸 다 해내는 만능이다. 이렇게 고생해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준비하는 화가들의 바람은 그다지 크지 않다.

대도시의 근사한 갤러리는 아니더라도 머뭇거릴 필요 없이 쓱 하고 들어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아트토픽 같은 공간이 많이 생기길 바랄 뿐이다. 물론 대형 미술관이나 미술 전문 전시장이 생기면 금상첨화다.

화가의 전시회를 빛내는 숨은 조력자들은 누구?

좋은 전시회를 위해 화가의 역량이 절대적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작품을 더 빛나게 해줄 액자제작부터 작품 사진 촬영, 도록 인쇄 등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친 후에야 완벽한 전시회가 가능해진다.

필수적인 요소 중 한 부분이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그동안의 수고는 상당부분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사람은 따로 있다. 바로 관객이다. 아무리 정성을 들인 전시회라도 봐주는 이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발길을 멈추게 할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화가들의 몫이지만 그림을 보고 잘 그렸으면 잘 그렸다, 못 그렸으면 못 그렸다 이야기 해주거나 아님 아무런 말없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관객의 권리다.      
 
작업 중인 화가는 늘 뒷모습만 볼 수 있다. 그래서 얼굴 표정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작업 중인 화가는 늘 뒷모습만 볼 수 있다. 그래서 얼굴 표정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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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리고 싶어 서울로 떠났던 박라정 화가는 남들이 자신을 화가라고 부를 무렵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유는 떠날 때와 같았다. 오롯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열정으로 3년 전 서산시의 원도심인 번화 3길에 갤러리 아트토픽의 문을 열었다. 

현재 아트토픽은 지역 화가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그동안 생애 첫 개인전을 연 초보화가도 있었고, 자신의 그림을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화가도 이곳에 그림을 걸었다. 물론 관장인 박 화가도 매년 개인전을 개최하며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박 화가는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그동안의 고정관념에서 조금씩 벗어나게 된다고 했다. 좋은 그림을 그리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자신조차 속이고 있던 젊은 시절의 아집에서 벗어나 지금의 모습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하지만 대견스럽게 받아들이고 싶어 한다.

이정도면 됐다 싶을 만도 하지만 박 화가의 틀 깨기와 변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런 까닭에 이번 개인전의 이름도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전시장에 걸린 14명의 여인들은 각양각색의 표정을 하고 있지만 잘 들여다보면 박라정 화가의 얼굴이 보이는 것은 그림에 쏟아 부은 정성 탓일 것이다.

한 번의 전시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 화가들의 수고로움을 알리기 위해 꽤 긴 시간 취재에 응해준 박라정 화가는 이렇게 당부했다.

"그림을 보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즉 그림을 모른다느니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이야기지요. 부담 없이 그림 볼 곳이 필요하신 분은 아트토픽에서 늘 환영합니다. 언제나 열정 넘치는 화가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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