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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시설부터 현재까지 특수교육만 공부해 오다가 이번 학기에 처음으로 '장애학'이라는 과목을 듣게 됐다. 장애학의 내용 자체가 형이상학적이고, 특수교육의 분야에서 학습한 장애라는 개념의 도식이 형성되어 있어서 장애학을 공부하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장애학이 다루고자 하는 핵심요지를 말해본다면, 그것은 장애학을 연구한 학자 올리버 등이 제시한 바와 같이 장애를 사회적 맥락에서 접근하고 이해하자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장애라는 현상을 죄의 상징물 그리고 의료적(병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다루어져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장애를 사회적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 장애는 개인의 병리학적인 손상에서 기인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된 산물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인 WHO에서 정의하고 있는 장애(ICF 모델)의 개념에도 투영되어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장애인의 탈시설과 지역사회 통합의 성패는 개인의 장애가 아닌, 사회적인 요인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장애당사자는 환영 못하는 '탈시설 로드맵'

지난 8월, 복지부에서 발표한 '탈시설 로드맵'을 두고 탈시설을 강력하게 주장해 온 장애인단체와 탈시설을 반대하는 장애인거주시설부모단체(이하 부모단체)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됐다. 우선 장애인 단체는 정부가 발표한 탈시설 로드맵은 일부 만족하는 부분이 있지만, 정책이 점진적이고, 탈시설의 의지가 부족하게 반영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로드맵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해보면, 탈시설 정책보다는 시설 소규모화 정책에 더 가깝다.

복지부는 2041년까지 탈시설 로드맵의 계획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의문은 '왜 지금 당장은 아닌가?'라는 것이다. 결국 정권이 교체되면 탈시설 로드맵이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우려스럽고, 시설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것으로만 판단할 수밖에 없다. 또한 국제사회(UN)에서도 한국정부에 유엔장애인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CRPD)과 부합한 탈시설 정책을 수립하며 집행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반대로 부모단체는 자녀의 장애가 심하는 이유 등으로 탈시설이 사형선고라고 주장하면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장애는 개인의 문제에서 기인된 것이 아니라 사회의 억압적, 차별에서 기인된 것이다. 중증장애인이 탈시설을 못하는 이유를 장애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귀결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병리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시각이다. 장애인의 탈시설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역사회의 자립과 통합을 형식적으로 지원하는 한국사회에 있다. 

일각에는 중증장애인이 시설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시설은 단체시설이라는 특성이 있으므로 개별화된 지원이 불가능하고 이들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받기 힘든 구조이다. 시설에서의 삶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보장받지 못하며, 단조롭고 무미건조함의 연속된 삶'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시설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과 인권교육 등은 대부분 생활연령보다는 정신연령에 초점을 둔다. 이는 시설이 장애인을 평등한 존재가 아닌, 하층민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인권보장과 존엄성을 위해 시설로부터 탈출시켜야 한다. 지역사회에 자립하면 사회적 자원들이 당사자에게 직접 돌아가고, 특히 '활동보조'라는 제도가 개별화된 지원을 가능하게 하므로 자기결정권도 보장받을 수 있다.

탈시설은 실적이 아닌 당연한 '권리'가 돼야

장애인거주시설은 인권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적인 흐름을 비추어 볼 때, 존립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1539곳(2020년 기준, 보건복지부)의 장애인거주시설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한다. 그러므로 장애인 탈시설은 21세기에 선행되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사회복지시설 평가항목에 '탈시설 실적'이 있다. 물론 이 항목으로만 시설등급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평가결과에 따라 인센티브(지원금)를 받는다는 점에서 평가항목에 이를 넣는 건 부적절하다. 탈시설은 시설의 실적이 아니라,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이기 까닭이다.

장애인의 실질적인 탈시설 및 자립지원을 위해서는 CRPD의 협약에 부합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미국 지적 및 발달장애협회(American Association on Intellectual and Developmental Disabilities; AAIDD)에서 제시한 '지원유형' 및 '지원강도(간혈적, 제한적, 확장적, 전반적)'의 체계에 근거하여 지원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태그:#탈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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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뇌성마비 등 중도 · 중복장애에 관해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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