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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샐러리캡 규정이 있는데 그 규정을 어떻게 만드는지가 참 궁금했던 것 같아요. 인기 때문인가? 선수 수급 때문인가? 구단들의 재정 문제인가? 그렇게 많이 차이가 나는 건 분명 뭔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올림픽이 끝나고 배구선수 김연경이 출연한 다큐멘터리가 방송되자 이에 대한 각종 반박이 쏟아졌다. 주된 내용은 여자 배구가 남자 배구와 '동일 직장(같은 리그)'에서 '동일경쟁'을 하지 않고 수익성도 낮아 '동일노동'이 아니라는 것. 물론 남자 선수와 '동일임금'을 받고 싶다면 실력으로 남자 선수를 이기라는 말도 함께였다.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관련된 차별에 대한 역사는 케케묵은 반박과 함께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 2019년 기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통계를 낸 1995년 이후 부동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가치노동

1951년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남녀 동일보수에 관한 협약'을 통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선언했고, 한국은 1997년에 이를 비준했다. 협약 비준 이전에도 1989년에 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 동일가치의 노동에 대하여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1999년 노동부는 '남녀고용평등업무처리규정'을 통해 "동일가치노동"이란 "노동수행에서 요구되는 기술, 노력, 책임 및 작업조건 등의 기준에서 볼 때 서로 비교되는 남녀 간의 노동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성질인 노동 또는 두 업무가 다소 다르더라도 직무평가 등의 방법에 의해 본질적으로 동일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노동"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눈 여겨봐야 할 것은 얼핏 비슷해 보이는 동일노동과 동일가치노동의 구분이다. 앞서 언급한 현행법 내 "동일가치노동"의 정의에는 동일노동과 동일가치노동의 개념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남성과 여성이 '똑같은 일'을 하는 경우가 아니고선 임금에 차이가 나는 게 '정당한 차별'이 된다.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 TDK와 효성의 생산직 노동자의 관련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그간 법원은 동일가치노동을 동일노동 여부에 따라 이를 임금차별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왔다. 즉 직무가 다르더라도, 노동의 가치 측면에서 동일한 경우를 의미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해석은 매우 빈약한 실정이다.

쉐프와 주방이모의 월급이 차이가 나는 이유

2013년 ILO에서는 성별임금격차를 유발하는 요인을 차이와 차별로 구분한 적이 있다.(주1) 해당 연구에 따르면 성별임금격차가 나타나는 원인은 첫째, 교육과 훈련에서의 성별 차이 때문이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은 남성들에 비해 낮고, 노동시장에서 필요한 훈련 수준 또한 낮다. 둘째, 일 경험에서의 성별 차이 때문이다. 근속연수의 차이는 성별임금격차의 주요 원인인데, 여성의 근속기간이 남성에 비해 짧다.

셋째, 성별 직종분리로 여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직업의 임금수준이 남성들이 많이 종사하는 직업에 비해 낮거나, 같은 직장 안에서라도 여성들은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지 못하고 낮은 직급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넷째, 노동시간에서의 차이 때문이다. 시간제 노동보단 전일제가, 전일제 노동을 하면서도 초과근무를 해야 높은 임금을 받는다. 여성은 주로 시간제 노동에 종사하는 등 노동시간이 짧다. 다섯째, 기업 규모와 노동조합의 차이로, 여성들은 주로 기업 규모가 작고 노동조합이 없는 직장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고려해도 음식을 만드는 '동일노동'에 종사하는 남성이 '쉐프'라 불릴 때 여성은 왜 '주방이모'라고 불리며, 왜 서로 간의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가에 관해선 설명되지 않는다.

즉 같은 직종에서 여성의 일과 관련된 기술・노력・책임 및 작업조건이 저평되거나 아예 인식되지 않으며 서로 간 임금 격차가 발생하는 건, 주방이모가 여자라는 것 외의 변수를 찾기 힘들다. ILO는 이러한 임금 격차를 임금차별이라고 본다.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성별임금격차에서 설명되지 않는 차별(66.4%)은 설명되는 차이(33.7%)에 비해 두 배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주2)

이와 더불어 '설명되는 차이' 또한 과연 '정당한 차이'라고 볼 수 있을까? 출산이나 양육 등 가정 내 돌봄의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많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한 후 직업과 관련한 교육이나 훈련을 받을 기회가 적고, 근속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는 점은? 경력이 단절된 여성은 노동시장에 재진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진입한다 해도 이전 수준의 직업을 갖기 어려운 점은? 이미 성별 직무분리가 고착된 상황에서 낮은 임금수준의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은? 국가가 만들어낸 여성 일자리들이 시간제 일자리에 집중되는 이유는? 노동조합에서 여성의 임금은 왜 주요한 의제가 되지 못하나? 이처럼 성별임금격차가 나타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사업장, 기업, 산업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 또한 명백하다.

누군가를 돌보는 건 물건을 만드는 것에 비해 하찮은 일인가?

지난 월례토론회에선 설명되지 않는 차별을 시정하기 위해서라도, 임금체계와 임금 결정기준을 명확히 해 성별에 따른 차별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논의됐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사회적으로 금기시해왔던 임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 사용자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임금을 주게끔 규제하는 독일의 '공정임금법'은 좋은 예다.

나아가 지금 법률에서 규정하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적용 범위인 동일한 사용자 또는 동일 사업장의 범위를 넘어 그간 평가절하돼 온 노동에 대한 재가치화의 필요성이 요청됐다. 즉 서비스・교육・돌봄 등 여성 다수의 업종이 제조업, 조선업 등 남성 다수 업종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치 평가를 받는 현실을 뛰어넘지 못한다면, 성별임금격차를 줄이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뉴질랜드에선 요양보호사들이 여성 다수 업종이 남성 다수 업종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후, 뉴질랜드 정부가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15~50% 임금 인상을 실현했다고 한다. 이는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사업장 내에서 적용하는 것을 넘어, 업종 간 성별임금격차에 대한 문제 제기로 확대한 사례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9년 기준,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GDP의 25%라는 점을 미뤄 볼 때 우리도 이제 노동에 대한 새로운 가치 평가를 시작할 때다.

또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문제가 정의 실현만의 문제만이 아닌, 노동계급 전체의 생존과 국가의 발전 방향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는 전통적인 남성 생계부양자의 외벌이로 가계 부양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 노동자의 임금 인상은 사실 남성 노동자에게도 이득이 되는 일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및 노동 공급 감소로 인해 여성의 경력 유지와 고용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이에 노동에 대한 새로운 가치 평가를 통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달성하는 것은 그저 여성들만을 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 나아가야 할 길이다.

[각주]
1) Martin Oelz, Shauna Olney, Manuela Tomei(2013), 「Equal Pay」, ILO.
2) 김난주, 한국의 성별임금격차 현황과 성평등임금공시제 도입, 성평등 임금 공시제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 2020. 07. 14.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지난 9월 15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개최된 여성노동건강권 월례토론회 "동일노동, 동일임금: 평등한 일터의 재구성을 위한 의미와 과제(강연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황수옥)"에 참여한 후기로, 강연자의 강연 내용과 참여자들의 의견을 요약 및 재구성한 것이다.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인 류한소님이 작성하셨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0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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