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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하늘이 좋은 날이다. 체육 시간인지 아이들이 학교에서 뛰놀고 응원하고 웃는 소리가 집안까지 들려오니 기분이 좋다. 동네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는 우리 동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같지 않을까? 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는 파란 하늘을 보며 잠시 산책을 한다.
 
계수나무 아래 가을 제비꽃 종류
 계수나무 아래 가을 제비꽃 종류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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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잎은 어쩜 그렇게 후드득 떨어지는 걸까? 잎은 늦게 나지만 낙엽은 또 이렇게 일찍 떨어진다. 대추나무는 1년을 짧고 굵게 사는 나무인가 보다. 계수나무에서 시작한 노란색 단풍을 보며, 올해도 단풍 절정기는 10월 25일쯤이라는 뉴스 기사가 떠오른다.

올해에는 단풍 구경을 하러 어디를 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가 계수나무 아래 풍성한 푸른 잎을 자랑하는 풀밭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열매를 터트린 제비꽃들이다. 잎도 풍성하고 열매도 잘 벌어진 모습이 여름 내내 제대로 일한 모양이다.

그런데 가을에 제비꽃이 피었다. 가끔 개나리, 진달래, 목련, 매화 같은 봄꽃 나무들이 가을에 꽃을 피워 이상한 현상이라는 뉴스를 보게 되니 봄꽃인 제비꽃이 가을에 핀 것도 분명 이상한 일이다. 나무꽃은 계절을 혼동해서 가을에 꽃이 피면 다음 해 봄에는 꽃을 피우지 못해 일 년 농사는 끝난 것이니 뉴스에 크게 날만 하다. 
 
눈길을 끄는 보라색 제비꽃
 눈길을 끄는 보라색 제비꽃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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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비꽃은 풀꽃이다. 한 곳에 무리를 지어서 자라고, 씨앗도 몸집에 비해 많은 양을 만든다. 나무와 비교해서 몸집이 작고 에너지 순환이 빠른 풀꽃들은 상황을 봐서 때가 되면 언제든 피어나 열매를 맺는 것이 세력을 넓히고 자손을 이어가는 데 유리하다. 그래서 봄에 꽃이 피기 시작하는 작은 풀꽃들은 여름을 잘 견디면 가을에도 꽃을 피운다. 별꽃, 민들레, 제비꽃 등은 아주 흔하게 봄과 가을에 꽃을 볼 수 있는 풀꽃이다.

우리나라에 제비꽃은 40여 종이 있다. 종간 교배가 잘 이뤄져 꽃 색깔도 다양하다. 털이 있거나 없는 것, 줄기가 있거나 없는 것 등으로 세세하게 나누며, 잡종이 많기 때문이다. 제비꽃으로 도감이 하나 나올 정도이니 제비꽃을 완벽하게 구별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낮고, 작게 피는 여러 가지 제비꽃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그 많은 제비꽃을 다 알지 못하더라도 봄과 가을이 행복할 것 같다. 낮은 산이나 주변에서 제비꽃, 호제비꽃, 흰젖제비꽃, 콩제비꽃, 졸방제비꽃, 남산제비꽃 등이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가자.

제비꽃은 예쁜 보라색, 자주색, 흰색, 노란색 등의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폐쇄화'라고 하는 또 다른 형태의 꽃을 가지고 있다. 꽃이 피기 전, 연둣빛 꽃봉오리가 꽃을 피우지 않은 채 신기하게도 그 안에서 자가수분이 되는 것이다.
 
바위 틈에서 핀 흰제비꽃
 바위 틈에서 핀 흰제비꽃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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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들은 경험으로 자가수정, 근친교배가 다양한 유전자 풀(pool)을 만들기 위해서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식물들은 암술과 수술의 성숙 시기를 다르게 하거나 암꽃과 수꽃을 따로 피우는 등 그들만의 방법으로 자가수분을 피한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식물들은 차선책인 자가수분도 계속 유지한다. 폐쇄화는 피는 꽃과 비교했을 때 씨앗을 만들 확률이 두 배 이상 높고,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한다. 매개체인 곤충이 필요하지도 않다. 환경만 바뀌지 않는다면 꽤 효율적인 번식 전략이다. 제비꽃 외에도 별꽃, 솜나물, 고마리, 땅콩 등이 폐쇄화를 만든다. 다행히 지구에서 풀꽃들이 사라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필자가 베란다에서 키우는 제라늄도 봄에 예쁘게 꽃이 피었다가 여름엔 영 힘을 쓰지 못한다. 너무 습하지 않게 물을 주지 않고 그늘진 곳에서 여름을 잘 견디게 돌봐주면 가을에 또다시 꽃을 피운다. 제라늄도 우리나라 봄과 가을이 꽃을 피우는 적기이다.

지금도 베란다가 제라늄꽃으로 화사하다. 지인이 꺾어준 작은 가지를 가져와 뿌리를 내렸다. 이제는 가지도 많이 쳐서 작은 나무처럼 자랐다. 제라늄은 번식하는 방법으로 씨앗과 꺾꽂이를 선택했다. 든든한 차선책을 가지고 있는 작은 풀꽃들이 부러워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글쓴이는 생태환경교육협동조합 숲과들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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