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8일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회와 여성단체 등 17개 단체가 모인 '홍익대 미대 인권유린 A교수 파면을 위한 공동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A교수가 여학생들을 상대로 "(텔레그램) n번방으로 돈 많이 벌었을 것 같다", "너랑 나랑 언젠가는 성관계를 하게 될 것 같으니 날짜를 잡자"는 성희롱적 발언을 수차례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또 한편에선 학생들이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다. 어떻게 된 걸까?

지난 12일 MBC < PD수첩 > '대한민국 젊은 예술가의 초상' 편이 방송되었다. 유명화가의 성폭행 의혹으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홍대 미대 A 교수의 성희롱 의혹에 대해 피해를 주장하는 측과 사실이 아니라는 측의 주장 그리고 A 교수의 인터뷰까지 담았다.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13일 < PD수첩 > '대한민국 젊은 예술가의 초상' 편을 취재한 조철영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PD수첩 > 하면서 들어 볼 수 없었던 질문 들어"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 지난 12일 방송된 MBC < PD수첩 > '대한민국 젊은 예술가의 초상' 편 취재와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 끝났는데 소회가 어때요?
"늘 그렇지만 이번에 또 축구랑 붙어서 시청률이 별로 안 나왔어요. 그래서 시청률 좀 잘 나왔으면 좋았겠다 싶기도 하고 또 피해자분들 얘기를 내가 듣고 전달이 됐을까 싶어서 아쉬움으로 남고요."

- 미술계의 성비위 사건을 취재하신 거잖아요, 어떻게 취재하게 되었어요?
"9월 8일에 기자회견이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고 일단 홍익대를 먼저 취재를 했어요. 9월 8일 교수를 고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다시 교수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이 한 번 더 있었어요. 그 이후에 저희가 이거는 해볼 만하겠다 싶었어요. 어쨌든 교수와 학생 간의 위계가 있잖아요. 위계에서 발생하는 것들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보더라도 학생들이 괜히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게 되어 취재하게 되었죠."

- 그럼 처음에 어디부터 접근했어요?
"일단 기자회견 하면서 노출된 것이 교수를 고발하는 쪽 학생들 얘기니까 거기서부터 접촉을 했죠."

- 접촉해 보니 어땠나요?
"우리를 만나 준 학생들이 인상에 남아요. 그 학생들은 가스라이팅 많이 당했던 거예요. 그래서 이분들은 자신의 피해가 피해가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심을 하시는 상태더라고요. 우리가 만난 피해자들은 자기가 당한 피해가 있으면 자료도 주고 억울해하는데 인터뷰 끝나고 '저한테 좀 해주고 싶은 말이나 궁금한 게 있나요'라고 제가 물으니까 'PD님이 보시기에도 저희가 피해 당한 것 같으신가요'라고 물어보시는 거예요. 그런 질문은 < PD수첩 >을 하면서 들어 볼 수가 없는 질문 중에 하나거든요. 좀 충격적이었어요. 그래서 이분들은 정말 오랫동안 본인이 의심할 정도로 가스라이팅 당했을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 유명 화가에게 성폭력 당한 이주현(가명)씨 이야기로 시작했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미술계에서 유명화가가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이 위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 유명화가 이야기로부터 갤러리나 미술의 구조적인 이야기를 조금 하는 상태로 홍대로 넘어가야 이분들이 이해가 잘 되겠다는 거죠. 왜냐면 홍익대 얘기는 너무 객관적인 얘기긴 한데 학계 뿐만 아니라 미술계 이해까지 필요해요."

- 그럼 홍대 A교수 문제가 미술계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세요?
"당연히 구조적인 문제고 개인 문제는 아니에요. 개인이 문제 없다고 할 순 없는데 이 교수의 이런 행위는 거의 5년째거든요. 근데 이제야 터졌잖아요. 구조가 아니라 개인 때문이라면 이건 당연히 바로 즉각적으로 터져 나왔겠지요. 왜냐면 홍익대 미대잖아요.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라고 하는 게 전임교수가 하나예요. 이 얘기가 뭐냐면 전임교수가 하나이기 때문에 권력이 집중되고 학생들이 잘 보여야 할 대상이 명확해지는 거죠. 동시에 이 사람이 제일 잘 나가는 현대미술가 중에 하나라면 더더욱 내가 미술계를 나중에 나갈 때도 이 사람의 영향력 안에 있는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 사람한테는 더더욱 충성을 다해야 하고 이 사람이 안 좋은 얘기를 하거나 부조리하는 것들도 눈 감고 지나가야 되는 것도 있는 거죠."

- 유명화가에게 성폭력 당한 피해자가 방송에 나온 피해자 말고 더 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것 같은데.
"저는 되게 높아 보입니다. 왜냐면 이분은 연세가 좀 있고 업계 최고를 달린 지 꽤 됐어요. 그 얘기는 미술계에서 권력을 가진 채로 오랫동안 있었단 얘기예요. 근데 지금에 와서야 얘기를 해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거거든요. 그런 것들을 고려했을 때 당연히 추가 피해자들은 더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죠."

- 유명화가가 있는 갤러리의 대처도 문제인 거 같아요.
"저희 방송에서 보여드렸다시피 어떤 작품을 팔면 갤러리와 화가가 수익 분배에 들어가요. 근데 이분이 유명 화가잖아요. 1억이 넘는 돈으로 그림을 매매하는 분이기 때문에 한 건만 달성을 해도 어마어마할 거예요. 그러면 당연히 갤러리의 대처가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겠지요. 어느 정도 이해 당사자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대처에 문제가 있는 거죠.

제가 갤러리 대표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셨냐고 물었는데 사과하려고 했던 건데 안 받은 거라는 거죠. 그럼 가해자에 대한 조치는 뭐가 있을까 물었더니 따로 조치를 안 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전시 중이었고 전시가 일주일 정도 남아 있었대요. 그런 상황이면 기자님 같은 생각이라도 '내가 운영하는 업장 혹은 일하는 업장에서 이런 게 있었네. 근데 얘가 지금 전시를 하고 있으니 내려야겠다'라고 생각하실 거 아니에요.

정말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아도 사법적인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직접적인 단죄나 직접적인 처벌은 자신이 어렵겠지만 그래도 전시를 내리는 행위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그런 게 없었어요. 자기들이 했던 건 그냥 걸어만 놨지 그림 판매를 하진 않았다라고 얘기를 해요. 근데 사실 그것도 판매하지 않기로 한 건지 팔리지가 않은 건지가 명확하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대처가 사실은 없었다고 보면 돼요."

- 갤러리나 경매회사 대표는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한 것 같던데.
"해당 법률 대리인은 합의를 종용했다고 주장하시는 거고 갤러리나 경매회사는 합의가 아니라 도의적인 사과를 하려고 했다는 거예요. 그런데 도의적이려면 가해자에 대한 부분도 있어야 되거든요, 만약 피해자에게 사과하려면 왜 사과합니까? 갤러리가 사과할 이유가 없잖아요. 갤러리 대표 남편이 화가면 모르겠는데 갤러리는 그냥 그림 거는 곳이거든요. 사과를 만약에 도의적으로 해야 된다고 생각을 했으면 차라리 그림을 내려야 된다니까요. 갤러리 대표님도 한참 통화하시다가 '그러게요 제가 왜 그때 못했을까요. 그때는 너무 경황도 없었고 진짜 후회됩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유명화가와 홍대 A교수 의혹, 미술계 구조적 문제"
 
 지난 12일 MBC < PD수첩 > '대한민국 젊은 예술가의 초상' 편이 방송되었다.

지난 12일 MBC < PD수첩 > '대한민국 젊은 예술가의 초상' 편이 방송되었다. ⓒ MBC

 
- 홍대 A교수 같은 경우 가구 같은 걸 나르는 것도 학생에게 정당한 대가 없이 시킨 것 같아요.
"줬지만 부담스러워 받지 않았다는 학생도 있었고 또 받은 적 없다고 얘기한 거고 교수 같은 경우 양말이나 가방 같은 걸 사줬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그런데 교수님 이야기를 중립적으로 듣더라도 그렇게 일 시켜 놓고 양말이나 수첩 주고 끝나면 좀 그렇잖아요. 돈으로 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할 때 그 얘기가 왜 나왔고 내가 학생들하고 관계가 어떤지 자기의 모습을 돌아봐야 하는 거죠. 그거보다 더 본질적인 건 전문 인력에게 시켜야죠. 한두 푼 하는 빈티지 가구가 아니거든요. 되게 비싼 거예요. 그걸 학생들에게 옮기라고 시킨 거예요."

- 성희롱 발언 논란은 하루 이틀 된 게 아닌데 왜 녹음이 없을까요? 요즘엔 핸드폰에 녹음 기능 있어서 녹음할 법한데.
"이분들은 자기들이 피해자 맞냐고 물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렇게 하실 만큼 가스라이팅 당한 상태에서는 어떤 현실에 대한 왜곡이 일어나요. 내가 지금 폭언을 듣고 있고 성희롱적 발언을 듣고 있어도 그동안 가스라이팅 해왔던 것이 '예술은 일탈이 중요하고 내가 거기서 탑이고 나처럼 되고 싶니? 그러면 너도 일탈해야 돼'란 분위기가 만연해서 길게는 몇 년 짧게는 몇 학기 동안 그 수업을 듣고 하면 거기에 젖어 들게 되죠."

- A교수를 옹호하는 학생들도 있잖아요. 그들은 어떤 학생들인가요?
"저희 방송에 나오신 분은 6명인데 옹호 대자보 쓰신 분들은 17명이고요. 17명 중에서 10명은 중국인 유학생이에요. 7명은 한국인이고요. 저희가 인터뷰를 하셨던 분들은 한국어로 소통이 되게 잘 된다는 수준은 사실 아니거든요. 사실 본질을 알고 계실지도 의문이긴 하죠."

- A교수 인터뷰하셨잖아요. 어떠셨어요?
"교수님 인터뷰를 낮에 들어가서 밤에 나올 만큼 길게 했어요. 그리고 교수님이 이런저런 말씀 되게 많이 해 주셨어요. 그때는 교수님 말씀도 납득이 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가 보다 하죠. 근데 거기서 좀 싸했던 부분은 있죠. 인터뷰할 때 약간 드는 기분이 있잖아요. 그것들을 좀 확인하고 싶었어요.

어떤 학생과 만나냐고 물어보지 않았어요. 그냥 '이 학생이 따로 만나서 자기랑 이렇게 해서 날짜를 잡고 성관계를 하자고 얘기를 했다는 사실이 있는데 그것이 사실이냐'라고 물어봤을 때 갑자기 대답이 '나는 철칙이 있고 난 절대로 사적인 감정으로 제자들 대하지 않는다'는 거죠, 근데 이 질문에 맞는 답은 아니잖아요. '그런 사실 없다'에서 그치면 되는데 굳이 그 얘기를 하신 거예요. 인터뷰 많이 하시는 분들은 본능적으로 알잖아요. 그래서 그걸 확인하고 싶었어요. 또 하나는 옹호하는 학생들이랑 왜 자꾸 단어가 겹치냐는 거죠."

- 어떤 단어요?
"인민재판이란 단어 그리고 표현 예시 이런 것들은 좀 이상하잖아요. 왜 짧은 인터뷰 시간에 내가 이 사람한테 내 얘기를 전달할 때 쓸 수 있는 단어들이 많은데 왜 하필 특정 표현이 겹칠까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저도 인터뷰를 하는 게 업이니까 인터뷰를 많이 하는데 이번엔 인터뷰를 했던 대상들이 쉽지는 않았어요. 그니까 제가 일단 가스라이팅 피해자들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했고 미술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 학생들이 왜 가스라이팅을 당해서 취약한 구조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공부를 한다고 해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미술계에 대한 이해도가 좀 높아졌어요. 약간 레벨업이 됐거든요. 근데 그건 좋은 레벨업이 아닌 거 같아요. 미술의 아름다운 쪽이나 이런 게 레벨업이 돼야 하는데 '아 50:50으로 가져가는고만' 이런 거 인생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 좀 이해가 됐고 어쨌든 이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 사회 현상이라면 하나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면 그걸로 저는 추가적인 취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고요."
조철영 PD수첩 홍대 미대 성희롱 미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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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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