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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가 지난 20일 의결한 2차 권고안을 28일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발표했다. 왼쪽부터 이지원 전문위원(S2W 부대표), 서지현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TF' 팀장.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가 지난 20일 의결한 2차 권고안을 28일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발표했다. 왼쪽부터 이지원 전문위원(S2W 부대표), 서지현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TF"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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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8일 낮 12시 20분] 

디지털성범죄 영상의 초기 차단·삭제를 위한 '응급조치법' 신설의 필요성이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위원장 변영주, 아래 디지털성범죄전문위)'를 통해 발표됐다. 디지털성범죄전문위는 텔레그램 N번방 등 성착취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이후에도 다크웹, 메신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디지털성범죄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내놨다.

지난 20일 회의를 거쳐 2차 권고안을 의결한 디지털성범죄전문위는 28일 오전 서울고검 의정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기관이 디지털성범죄 영상물을 직접 차단·삭제 요청하도록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래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권고했다.

정보통신망법, 방송통신위원회법 등 현행법상 영상물의 차단·삭제의 주체는 영상이 유통된 플랫폼의 운영자(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이고, 차단·삭제를 요청하는 기관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로 제한돼 있다. 수사기관이 범죄 영상물을 인지하더라도 방심위를 거쳐야만 이를 차단·삭제하도록 요청이 가능하다.

때문에 디지털성범죄 피해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회에 있음에도 이를 제때 차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방심위는 2019년 9월 디지털성범죄심의지원단을 꾸려 24시간 교대근무 등을 이어가고 있지만, 올해 초 방심위 구성이 논란을 빚으면서 영상 차단·삭제를 위한 심의 자체를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아래는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단체 리셋(ReSet)이 전한 사례이다.

"2020년 초 박사방 피해자가 본인의 영상이 페이스북에서 스트리밍되는 것을 보고 연락을 해왔다. 경찰에 신고했더니 삭제 요청은 본인이 해야 한다고 그러더라. 가해자들이 5분 스트리밍하고 사라지면 끝나버리는 상황인데, 방심위가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도 유포를 막거나 영구적으로 삭제할 방법이 거의 불가능한 사안이다. 경찰이 조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삭제·차단 요청, 오로지 방심위만... 불합리"
   
디지털성범죄의 온상인 다크웹의 국내 이용자 수와 게시글을 분석한 자료.
 디지털성범죄의 온상인 다크웹의 국내 이용자 수와 게시글을 분석한 자료.
ⓒ 법무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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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제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성범죄전문위는 가정폭력처벌법, 아동학대처벌법, 스토킹처벌법, 청소년성보호법에 담겨 있는 '사법경찰관의 행위 제지 및 처벌 경고' 내용을 따와 디지털성범죄에도 적용하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수사기관이 오프라인에서 발생한 긴급한 사건에 대해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듯, 온라인에서도 이것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디지털성범죄전문위는 사법경찰관이 응급조치의 주체가 되도록 성폭력처벌법에 ▲ 직접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영상 삭제·차단 요청 ▲ 범죄 행위의 제지 및 처벌 경고 ▲ 피해자에게 보호 및 삭제 지원 절차 안내 ▲ 보호시설 등으로 피해자 인도 등의 권한을 새로 넣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TF' 서지현 팀장은 "범죄수사 전문가인 수사기관이 전문성·객관성·공정성 등에서 방심위보다 부족하다고 보기 어려우나 (디지털성범죄 피해물 삭제·차단 요청을 위해) 방심위 심의를 거쳐야만 하는 불합리한 면이 있다"라며 "디지털성범죄와 관련해선 신속한 응급조치 근거 규정이 없다. 응급조치의 주 내용은 범죄행위를 제지하고 행위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인데, 오프라인 범죄에서의 응급조치를 온라인 범죄에 구현해보자는 것이 이번 권고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체계에선 기본적으로 피해자가 신고를 위해 기초자료를 직접 확보해야 하는데, 피해발생 사실 자체의 인지가 어려운데다가 확인 과정에서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경제적 부담까지 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사기관이 직접 ▲ 성범죄 피해 영상물에 관한 인지 및 신고, 즉시 채증을 하고 ▲ 인터넷 사업자에게 영상물의 삭제·차단을 요청하고 ▲ 범죄행위를 제지하고 처벌을 경고하는 문구를 플랫폼에 현출시켜 영상물이 공유되는 것을 억제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등의 응급조치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디지털성범죄의 가장 효과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는 영상물을 최대한 빨리, 최대한 영구히 삭제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응급조치는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하고 치료적 사법을 실현할 수 있으며 2차 피해 확산을 방지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계로 확인되는 '여전한 디지털성범죄'
 
디지털성범죄의 온상인 다크웹의 국내 이용자 수와 게시글을 분석한 자료.
 디지털성범죄의 온상인 다크웹의 국내 이용자 수와 게시글을 분석한 자료.
ⓒ 법무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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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성범죄전문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선 다크웹, 메신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디지털성범죄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크웹 분석 기업 S2W, 빅데이터 전문업체 Ars Praxia, 최초로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및 리셋(ReSet)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다크웹 접속자수가 N번방 사건 때보다 증가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주빈, 와치맨, 켈리, 갓갓 등이 활동했던 고담방과 지금도 여전히 운영되고 있는 대화방 한 곳을 정해 비교해보니 훨씬 많은 채팅(고담방 : 약 26만 건, 현재 운영 대화방 : 약 31만 건)과 키워드 검색(적게는 116%, 많게는 2175% 증가)이 이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S2W 부대표인 이지원 전문위원은 "201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다크웹의 한국인 접속 통계를 보면 N번방 활성화에 따라 증가했고 조주빈·갓갓이 검거됐을 때 오히려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라며 "그후 경찰 특수본이 출범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며 감소세를 보이다가 수사가 종결된 이후 다시 증가해 현재는 오히려 지난해 N번방 사건 때보다 증가세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크웹 사이트 구성비를 보면 디지털성범죄나 음란물의 비중이 약 44.9%인데, 국내 다크웹 사이트 디지털성범죄 게시글 수는 지난해 대비 올해 19.5%가 증가했음을 확인했다"라며 "특히 피해자 신상정보 노출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N번방 사건이 공론화돼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이례적으로 주범들이 신속히 검거돼 중형이 선고됐다. 또 'N번방법'이라고 해서 각종 법률도 개정됐다"라며 "하지만 여전히 다크웹, 메신저, 소셜미디어 같은 이 세 가지 주요 유통 채널을 통해 국가 간 경계가 없는 디지털성범죄가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도 "최근 (디지털성범죄가 이뤄지는) 대화방을 가보면 고담방의 가해자들이 여기까지 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고담방 주요 가해자인 조주빈, 와치맨, 켈리, 갓갓 등이 잡혔지만 여전히 수많은 가해자가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활동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리셋은 "N번방 사건 당시 가해자 단순 합계가 26만 명이었고, 당시 경찰 발표에 따르면 3000여 명만 검거됐다"이라며 "지금도 그러한 대화방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처럼, 그리고 함께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사람들처럼 멀쩡히 활동하는 이들을 목격하고 있다. 그들에게 조주빈이 잡힌 건 큰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태그:#디지털성범죄, #법무부, #전문위원회, #권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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