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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비 '새로운 길'
 윤동주 시비 '새로운 길'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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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무렵, 모처럼 맞은 연휴기간을 이용해 야심차게 은평둘레길 1코스에 도전했지만 고작 5.6Km를 하루에 완주하지 못하고 두 번에 걸쳐 다녀왔다. 시간이 며칠 지나고 나니 한 번에 완주하지 못했다는 마음보다 둘레길을 두 번이나 다녀왔다는 기쁨이 밀려든다. 남들에게는 가벼운 산책길 수준이지만 늘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멀리하던 내게 은평둘레길은 만만치 않은 코스였다.

하지만 몇 년 만에 만나는 황홀하게 불어오는 바람, 무심히 바라볼 수 있는 하늘,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뒤의 시원함 그리고 그 조차도 힘든 둘레길 이었다며 서둘러 찾은 막걸리집은 기대 이상의 행복을 안겨 주었다. 

이번에는 은평둘레길 2코스다. 가면 좋은 줄 알지만 몸이 아직 먼저 움직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작, 은평둘레길 1코스 소개하고 끝이냐?" 질책할 것만 같은 목소리가 상상돼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서둘러 길을 나섰다. 새로 산 신발을 신고 나서니 한결 발걸음이 가볍다. 

은평둘레길 2코스 시작점은 서오릉입구로 잡았다. 은평에서 서오릉을 향해 걸어가다 보면 은평둘레길 입구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계단을 올라 증산 방향으로 향하면 은평둘레길 1코스, 구파발 방향으로 향하면 은평둘레길 2코스 시작점이 된다. 은평둘레길 2코스는 앵봉생태길은 서오릉입구에서 시작해 앵봉산을 지나 탑골생태 공원을 거쳐 구파발역으로 이어지는 총3.8Km로 한 시간 삼십분 가량이 소요된다. 1코스가 5.6Km니 그보다는 훨씬 짧은 길이다. 

은평둘레길 1, 2코스는 서울둘레길 7코스 봉산·앵봉산 코스의 일부에 해당하기도 한다. 서울둘레길 7코스는 가양역~봉산입구~구파발역으로 이어지며 총거리 17Km, 소요시간은 6시간 30분이다. 서울둘레길 걷기에 나선 이들은 하루 만에 은평둘레길 1, 2코스를 소화해 낸다. 
 
은평둘레길 2코스 입구
 은평둘레길 2코스 입구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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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둘레길 2코스 입구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 시비를 만날 수 있다. '새로운 길'은 1938년 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한 지 한 달 정도 지나서 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새 출발에 대한 설렘과 미래에 대한 다짐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시인의 말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가보는 은평둘레길 2코스를 가보자. 
 
은평둘레길 안내 표지판
 은평둘레길 안내 표지판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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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걸음 걷지 않아 은평둘레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구파발로 향하는 은평둘레길 2코스 안내에 '진관사 입구' 6.63Km라고 안내돼 있다. 분명 3.8Km라고 했는데 아마 구파발까지 안내해야 할 표시를 진관사 입구까지 표시한 듯하다. 

곧 이어 숲속무대와 앵봉산 생태놀이터가 보인다. 코로나19로 숲속무대는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고 생태놀이터엔 마스크를 쓴 어린아이 둘이 보호자와 함께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누군가 나무에 걸어 놓은 거울
 누군가 나무에 걸어 놓은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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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걸어놓았을까, 동그란 거울 하나가 나무에 걸려있다. 이왕 시간 내서 여기까지 왔으니 자신을 좀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라는 의미일까, 아니 이건 너무 과한 해석이고 그저 옷매무새나 좀 살펴보라는 의미일까?
 
산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산초나무
 산길에서 흔히 마주치는 산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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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 흔히 볼 수 있는 산초나무가 눈에 들어온다. 산에 오를 때 마다 꼭 산초 한 잎 떼서 비벼보고 향을 맡아본다. 이 나무가 무슨 나무고 저 풀의 이름이 뭔지 잘 모르지만 산초나무는 흔히 볼 수 있고 향도 특이해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산에서 나는 후추'라 하여 산초나무로 불린다는 말이 있고 집 주변에 심어 모기향 대용으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둘레길이라고는 하지만 2코스도 계단을 많이 올라야 한다. 1코스보다는 가파르지 않지만 산길을 조성해 만든 둘레길이니 오르락내리락이 반복된다. 

돌로 만든 표지석에 '은평면'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이곳이 과거 고양군 은평면에 속했던 흔적으로 보인다. 은평면은 1949년에야 서울시로 편입되고 1979년 서대문구에서 분구되면서 은평구가 시작됐다 하니 지명에서도 현대사의 역사를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다. 연이어 세계측지계 도입에 따른 측량 기준점을 알리는 표지석도 만날 수 있다. 
 
은평면을 확인할 수 있는 표지
 은평면을 확인할 수 있는 표지
ⓒ 은평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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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봉산 최고전망대에서 만나는 봉산 산줄기

송신탑이 있는 앵봉산의 정상 지역을 지나면 앵봉산의 최고 전망대가 보인다. 은평둘레길 1코스 전망대에서는 서울의 수려한 장관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면 이 곳에서는 앵봉산과 봉산의 산줄기가 한 눈에 들어오고 저 멀리 고양 일대가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앵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봉산 전경
 앵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봉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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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봉산은 꾀꼬리가 많다고 해 꾀꼬리 앵(鶯)을 써서 앵봉산이라 부르고 예전 갈현동 대성고 앞 일대에 거주하던 박씨 문중에서 대대로 효자들이 많아 효경산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전해진다. 앵봉산은 서어나무 군락이 유명한데 온대림 숲의 마지막 천이단계에서 나타나는 나무로 중부지방에서는 광릉 숲 다음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용혜원 '늘 간절한 어머니 생각'
 용혜원 '늘 간절한 어머니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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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간절한 어머니 생각'이라는 용혜원님의 시가 눈에 들어온다. "자신보다 자식을 더 생각하는 어머니"라는 문구가 들어온다. 시를 읽다보니 마음이 불편해진다. 자식 사랑이야 당연한 것이지만 이런 표현은 어머니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서로에 대한 돌봄과 배려, 이해와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을 강요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은평둘레길 안내표지판
 은평둘레길 안내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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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골생태공원으로 이어지며 마무리되는 은평둘레길 2코스는 은평둘레길 1코스에 비해 정비가 잘 되어있지 않았다. 2코스 길 내내 표지판도 진관사를 끝점으로 안내되어 있었고 계단정비도 깔끔하지는 않아 다소 아쉬웠다. 

그럼에도 "정신과 육체, 내면의 성찰과 사회의 결성,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도시와 시골, 개인과 집단, 이 양쪽은 대립하는 것 같지만 보행을 통해 하나로 연결된다"는 리베카 솔닛의 말처럼 잠깐 동안의 걷는 즐거움을 통해 조금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음에도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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