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우승팀에게 챔피언 결정전 직행 티켓을 주는 KBO리그나 V리그와 달리 여자프로농구는 정규리그 우승팀도 4위와 3전 2선승제의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정규리그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홈코트 어드밴티지 밖에 없다. 물론 매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과 4위 팀의 전력 차는 비교적 크게 벌어졌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즌에서 정규리그 우승팀이 무난하게 4위 팀을 꺾고 챔프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2001년 겨울리그 이후 무려 20년 만에 정규리그 4위 팀이 우승팀을 잡고 챔프전에 진출하는 대이변이 연출됐다. 당시 정규리그 4위 삼성생명 블루밍스에게 1승 2패로 덜미를 잡히며 탈락한 팀은 2019-2020 시즌에 이어 연속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우리은행 우리원이었다. 1차전을 잡은 우리은행은 2, 3차전을 연속으로 내주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감했다.

2019-2020 시즌이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됐고 통합 7연패에 도전했던 2018-2019 시즌에도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에게 패해 탈락했던 우리은행이 마지막으로 챔프전을 치른 것은 2017-2018 시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박지수(KB스타즈) 같은 확실한 정통 빅맨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은행이 우승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는 농구팬들도 적지 않지만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4시즌 만의 우승탈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규리그 우승팀이 4위에게 패한 두 번째 사례
 
 김소니아는 지난 시즌 득점과 리바운드 4위에 오르며 생애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 후보에 올랐다.

김소니아는 지난 시즌 득점과 리바운드 4위에 오르며 생애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 후보에 올랐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12-2013시즌부터 2017-2018 시즌까지 신한은행 에스버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통합 6연패를 차지한 우리은행은 2018-2019 시즌 정규리그 1위를 KB에게 내주고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에게 1승 2패로 패했다. 통합 7연패 실패 후 우리은행은 왕조시대의 주역이던 임영희(우리은행 코치)가 20년에 걸친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통합 7연패 무산에 임영희마저 은퇴하자 많은 농구팬들은 우리은행의 시대가 막을 내릴 거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모두가 힘들다고 했던 2019-2020 시즌 27경기에서 21승 6패를 기록하면서 통산 11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비록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이 열리지 않았지만 한국여자농구연맹은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에게 '공식적으로' 우승팀의 자격을 부여했다. 이로써 우리은행은 KBO리그의 KIA 타이거즈와 함께 국내 프로스포츠 최다우승 타이기록(11회)을 세웠다.

2019-2020시즌이 끝난 후 팀 내 FA들을 모두 붙잡은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에도 KB스타즈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KB스타즈를 한 경기 차이로 제치고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홈 경기 성적은 8승 7패로 평범했지만 원정에서 14승 1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것이 결정적이었다. 정규리그에서 .733의 승률(22승 8패)을 기록한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14승 16패(승률 .467)의 '만만한' 삼성생명과 격돌했다.

여자농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농구팬이라면 열에 아홉은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의 무난한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1차전에서 74-69로 승리한 우리은행은 2차전에서 72-76으로 석패한 후 안방으로 돌아온 3차전에서 47-64로 허무하게 무너지며 '숙적' KB스타즈가 기다리는 챔프전 진출에 실패했다(우리은행을 꺾고 기세를 올린 삼성생명은 챔프전에서도 KB를 3승 2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18-2019 시즌에 이어 또 한 번 삼성생명에게 덜미를 잡히며 탈락했지만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을 통해 김진희라는 새로운 포인트가드를 발굴했다. 2019-2020시즌 십자인대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김진희는 지난 시즌 전 경기에 출전해 5.47어시스트로 안혜지(BNK 썸)를 제치고 생애 첫 어시스트왕에 올랐다. 김진희는 약점으로 지적되던 슈팅(3점슛 19.3%, 자유투 47.7%)만 보완하면 더욱 위협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네 시즌 만에 챔프전 복귀할까
 
 국가대표로 선발돼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박지현은 명실상부한 우리은행의 젊은 에이스로 성장했다.

국가대표로 선발돼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박지현은 명실상부한 우리은행의 젊은 에이스로 성장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프전 무대를 밟지 못했던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팀 내 유일하게 FA자격을 얻은 혼혈선수 김소니아와 계약기간 3년, 연봉 3억 원에 재계약했다. 그리고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사용하던 위비 대신 우리은행 우리원으로 팀명을 변경하며 새롭게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전주원 코치가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면서 팀을 떠나 있었지만 여전히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우승후보로 꼽힌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19경기 출전에 그친 '또치' 박혜진은 한정된 기회에서도 17.42득점 4.5리바운드로 에이스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출전 경기수가 부족해 순위에 포함되진 못했지만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은 무려 48.2%에 달했다(참고로 NBA 최고슈터 스테판 커리의 지난 시즌 3점슛 성공률이 42.1%였다). 이번 시즌에도 김진희가 경기 조립을 책임져 준다면 박혜진은 득점에 더욱 적극적으로 가담할 수 있다.

2년 차 시즌까지만 해도 유망주의 껍질을 완전히 벗지 못했던 박지현은 지난 시즌 15.37득점(6위) 10.40리바운드(2위) 2.93어시스트 1.70스틸(1위) 1.23블록슛(3위)을 기록하며 우리은행의 새로운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포지션 대비 최상급으로 꼽히는 뛰어난 피지컬을 앞세운 저돌적인 돌파와 파울유도능력이 일품인 박지현이 슈팅까지 안정된다면 국가대표 주전선수로 활약하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다.

177cm의 언더사이즈 빅맨 김소니아가 사이즈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은행은 기본기가 좋고 궂은 일에 능한 최이샘(개명 전 최은실)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필요에 따라 스몰포워드부터 센터까지 소화 가능한 최이샘이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위성우 감독의 선수단 활용은 더욱 원활해 질 것이다. 이 밖에도 베테랑 홍보람은 수비 전문선수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과거 4시즌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12-2013시즌부터 최근 9시즌 동안에는 단 한 번도 정규리그 2위 밑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2012년은 바로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가 우리은행에 부임했던 시기다. 이번 시즌에도 우리은행은 KB스타즈의 유력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WKBL 최강으로 불리면서도 정작 최근 세 시즌 동안 한 번도 챔프전 무대를 밟지 못했던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명예회복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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