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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양성을 위한 바리스타 교육에 참여한 주민
 활동가 양성을 위한 바리스타 교육에 참여한 주민
ⓒ 박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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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지앵협동조합은 성수 도시재생사업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서울 도시재생기업(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 이하 CRC)이다. 주민 12명이 모여서 성수 도시재생의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성수지앵협동조합을 설립해서 현재 151명의 조합원이 활동하며 운영하고 있다.

성수지앵협동조합은 성수동의 앵커시설이자 생활SOC(일상생활에서 편익을 증진시키는 시설)인 나눔공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2층은 마을카페, 3층은 아이들을 위한 블록방, 4층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유주방 및 파티룸, 5~6층은 노인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민들을 위한 시설을 주민들이 운영하고 있으니 주변에서 다양한 응원의 목소리들이 들리고 있다.

코로나가 심각해지기 전까지 80이 넘어 보이는 노부부가 매일 마을카페에 방문해 커피를 시키고 2층 카페에 앉아 한참 동안 창밖을 내다보다 돌아가곤 했다. 어느 날 성수지앵협동조합의 취지를 듣고는 '동네에 이런 곳이 있어서 너무 좋고 감사하다'고 하신 말씀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성수지앵협동조합은 자원봉사자인 활동가를 모집해서 교육시키고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활동가는 모두 주부인데 급여를 받지 않고 봉사하는 터라 마음에 쓰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경력단절 여성이자 집에만 있는 주부로서 이렇게 무료로 교육받고 외부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합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일어나는 곳이 성수동이고 도시재생사업인 것이다. 도시재생은 사람 중심의 사람 냄새가 나는 곳이다.
 
마을에 이런 곳이 있어서 너무 좋다며 매일같이 마을카페를 방문하던 노부부
 마을에 이런 곳이 있어서 너무 좋다며 매일같이 마을카페를 방문하던 노부부
ⓒ 박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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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사업기간 동안 다양한 변화를 이끌어 내었지만 무엇보다 시민들 스스로 '우리도 할 수 있구나'라는 경험과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도시재생사업기간 동안 만들어진 앵커시설을 운영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도 쌓이게 되었다. 현재 도시재생사업지역에 만들어진 다양한 앵커시설들은 지자체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CRC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곳도 상당히 많다.

이렇게 CRC기업이 운영하는 앵커시설은 다양한 장점이 있다. 행정의 입장에서 보면 예산 및 운영 인력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 시민들이 지역의 발전과 도시재생사업의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생겼다는 것과 무엇보다 시민들 스스로가 성장할 수 있는 시도를 다양하게 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 시민들이 중심이 되어 운영하면서 시민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부인하고 아예 없애버리려 하고 있다. 시민이 중심인 정책이 아니라 정치인이 중심인 정책으로 인해 그 피해를 시민들이 보게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도시재생은 마라톤

도시재생은 100미터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 경주와 같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4~5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시재생사업지들은 마중물사업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꿈을 모색하며 나아가고 있다. 마중물 사업이 끝나고 새로운 꿈을 모색하는 지금이 정말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현재 도시재생사업은 다양한 정책방향의 변화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해있다. 42.195km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에서 이제 막 5km를 벗어났는데 마라톤의 개최자가 갑작스럽게 바뀌게 되었고 개최자는 마라톤을 취소하고자 한다.

마라톤에 참가했던 참가자들이 시합에만 몰두해도 좋은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은데 참가자는 개최자 눈치를 보며 달려야 하는지 아니면 멈춰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인 것이다. 단순한 성과나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결과가 없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바라봐주고 세워주는 것이 진정한 도시재생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도시재생사업은 끝이 아니라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도시재생사업이 기존의 재개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도시재생사업은 첫째로 '사람중심'사업이다. 기존 정비 사업은 행정에서 주도하여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시행했다면 도시재생사업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지역주민이나 사업을 운영하거나 종사하고 있는 사업종사자 등 주민이 중심이 되어 시행하는 사업이다.

두 번째는 '장소중심'사업으로 전면철거 중심의 물리적 환경개선에 치중했던 기존 정비 사업에 비해, 도시재생사업은 삶, 문화, 일자리 등 지역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물리적 환경을 개선할 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활성화를 통합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세 번째는 '공공지원'사업인데 기존 정비 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주체가 사업비를 모두 부담하였다면 도시재생사업은 마중물사업비와 같은 공공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시행하는 사업이다.

노후한 주거시설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고쳐서 손보고, 아이를 키우고 어르신을 돌보면서, 함께 지내며 편안한 이웃들과 안심하며 오래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은 결국 이곳에서 오래 살 주민이 존재해야 가능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주민이 오래 살 마음을 가지고 더불어 살 방법에 대해 함께 궁리하고 도모해야 진행될 수 있는 일, 그래서 도시재생이란 당연히 '주민'으로부터 시작되어 '주민'에게서 마무리되는 것이 맞는 말이다.

도시재생의 다양한 성과

도시재생사업을 바탕으로 도시재생 사업지역들은 다양한 발전을 이루게 되었다. 부분적으로 지역의 환경이 변화되기 시작하였고, 무엇보다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주민들이 다양한 교육을 통해 주도성이 생겨나고 주민 주도의 다양한 활동들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또한 개인을 위한 삶이 아닌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이 생겨나고 그로 인해 마을의 공동체들, 사회적경제 관련 조직들이 셀 수 없이 생겨나게 되었다. 어떠한 지역엔 지식산업센터와 공유오피스, 소셜벤처기업 등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공동체를 바탕으로 문화가 생겨나고 문화는 거리를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것은 하드웨어를 바꾼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도시재생은 공동체 기반을 바탕으로 한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으로 다른 나라들과 다른 점이다. 이러한 공동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도시재생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잠재된 공동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영국 킹스크로스역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피터 비숍 교수는 2019 고양도시포럼에서 "도시재생은 전반적으로 주민참여와 동의를 이끌어내고 그로 인한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길고 긴 고난과 인내의 과정"이라고 말했다.

도시재생이라는 길고 긴 고난과 인내의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다르게 사람중심의 공동체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중심 공동체는 세계의 도시재생을 선도하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선진국의 중심은 시민

지난 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대한민국이 만장일치로 선진국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세상이 개벽할 일이 대한민국에 일어난 것이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빠른 성장을 하게 되었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의 성장. 이러한 성장의 바탕에는 소수의 집단이 결정과 실행을 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관주도의 정책결정과 실행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는 요인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러한 관주도의 처리들이 빠른 성장을 만들어냈다는 것에 반해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다는 것에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빠른 성장의 시간을 경험하면서 국민들은 행정이 주도하는 것이 맞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는 알게 되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인정을 받은 것은 빠른 성장뿐만 아니라 높은 시민의식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경제와 산업이 발전해도 그에 맞는 문화나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따라오지 않는다면 선진국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민들의 의식을 증폭시키는 기폭제가 된 것이 도시재생사업이다.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이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인 도시재생사업을 통해서 시민들 스스로 무언가를 고민>계획>시도>결정>진행할 수 있는 사업. 이러한 사업을 통해서 시민들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함양되는 것이 도시재생사업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부동산 문제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문제의 원인을 정책의 실패라는 의견과 투기세력으로 인한 문제라는 의견 등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도시재생을 부동산 공급의 문제로 바라보면 비판적인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도시재생은 주거환경 정비를 통한 하드웨어의 공급보다는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에 중점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해외연구와 다양한 사례를 근거로 찾은 것이 도시재생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전문가 그룹과 관련 정치인들도 기존 뉴타운 방식의 개발이 수많은 문제를 야기한다는 문제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1단계 도시재생 사업에서 우리 모두는 도시재생을 처음 경험했다. 행정도 민간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았다. 그로 인해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이러한 시행착오로 인해 도시재생 사업이 맞고 틀리는지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통해 어떻게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우리 모두는 고민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박명훈 성수지앵협동조합 상임이사입니다.


태그:#도시재생, #CRC, #성수지앵협동조합, #지속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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