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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 출신이세요?>는 대학 이름이 '계급장'이 되고 '차별의 도구'가 되는 사회를 '지방대'라는 시선으로 분석한 책이다.
▲ 책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오월의 봄) 표지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는 대학 이름이 "계급장"이 되고 "차별의 도구"가 되는 사회를 "지방대"라는 시선으로 분석한 책이다.
ⓒ 오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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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과 없이 드러난 차별의 도구
 
"연세대, 고려대, KAIST, POSTECH, 전국대학 의예·치의예·한의예과에 입학한 자에게는 500만 원을, 서울대 입학생은 1000만 원, 서울대 재학생에게는 3년간 연 2회의 등록금을 지급한다."
 
어느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장학재단의 장학금 지급기준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0년 2월 34개 지방자치단체 장학재단에 장학금 지급기준 변경을 요구했는데, 그 가운데 하나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 이름이 어떻게 '차별의 도구'가 되는지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는 대학 이름이 '계급장'이 되고 '차별의 도구'가 되는 사회를 '지방대'라는 시선으로 분석한 책이다. '지방대를 둘러싼 거대한 불공정'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책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비영리독립언론 <단비뉴스>에 2019년 2월부터 2년간 연재했던 '지방대' 관련 연속 기사를 묶은 것이다(책 12쪽).
 
"어우, 지잡대 냄새." (책 22쪽)
"지방대가 편견과 차별을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책 23쪽)
"지방대를 혐오하는 표현으로 대표적인 것은 '지잡대'라는 단어다." (책 24쪽)
 
대학이든 아니든 다른 사람이나 단체에 대해 이런 표현을 함부로 할 수 있다는 현실이 놀랍다.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입학 점수를 기준으로 대학을 줄 세우고 치열하게 경쟁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이런 혐오 표현이 나오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겠다. 영화 <기생충>에도 '냄새'가 등장한다. 시민들의 몸에 배어 있는 '지하철 냄새', '반지하 냄새', 자신의 문화 자본을 담고 있는 '냄새'다.

평범한 시민들에게 버스나 지하철은 교통수단에 불과하다. 대다수 사람에게 어묵이나 국밥은 쉽게 만나는 먹거리일 뿐이다. 하지만 어묵과 국밥, 버스와 지하철을 만나기 어려운 귀하신 몸들에겐 특별한 날 기자들이 있어야 억지로 체험하는 별난 것들이다. 이것이 신분이고, 계급이다. "지잡대 냄새"는 '지방대'를 자신과 구분하여 자신의 우월함을 드러내려는 오만하고 부적절한 차별의 언어다.

지방대 차별의 뿌리

책은 지방대 차별의 다양한 모습을 여러 자료와 인터뷰를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학벌주의 밑바닥에 자리한 지역 불균형과 경제적 불평등의 모습을 드러내려고 한다.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는 학벌 문제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승자 독식 시스템이 만든 불평등한 결과라고 말한다.
 
"한국 대학생의 60%(인천·경기 포함 70%)가 넘는 지방대생은 교육의 기회·과정·결과 모든 영역에서 다차원적이고 구조적인 불공정에 처해 있다. 그러므로 출신 학교에 따른 차별은 단순히 능력·노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평등이 아니라, 승자에게 몰아주고 패자는 소외·배제시키는 자원 배분 시스템으로 인한 비합리적 불공정이다." (책 282쪽)
 
소수에게 집중된 소득과 자산, 모든 것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 있는 지역 불균형, 한 번의 입학시험으로 결정되는 평판과 취업 기회는 닮은꼴이다. 카스트로 굳어진 대학 서열의 꼭짓점에 있는 대학들이 각종 자원을 독식하며 불평등의 악순환이 이어진다.

돈이든 권력이든 이미 많이 가진 세력은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정당화하려고 노력한다. "능력 없으면 너네 부모를 원망해. (중략) 돈도 실력이야"라고 떠들던 비선 실세의 딸이 대표적이다. 혈연을 능력으로 바꾼 그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대다수 사람은 혈연이 돈과 연결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기를 이미 포기한 상태다. 재벌 2세나 3세의 경영 참여를 부러워해도 비난하지는 않는 이유다. 하지만 돈이 학벌과 이어지는 데는 아직 거부감이 크게 남아 있다.

'개천에서 더는 용이 나올 수 없다'라는 말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미련이 남아 있는 곳이 교육이다. 학벌주의는 가방끈 길이(학력)와 가방 종류(학벌)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는 허망한 믿음을 유지하는 대들보다.

학벌의 또 다른 이름인 대학 서열화가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특정 대학 졸업장은 성실함과 뛰어남을 증명하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인정받는다. 특히 나와 내 가족이 받아든 성적과 졸업장, 이를 바탕으로 해서 얻은 지위는 '나'와 '우리'가 흘린 피, 땀, 눈물의 결과라고 확신한다.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 체제가 그 폭력적 지배를 동시에 두 방향으로 뻗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286쪽). 그것은 승자의 '오만'과 패자의 '굴욕감'이다.
 
"정상에 올라서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불안증, 강박적 완벽주의, 취약한 자부심을 감추기 위한 몸부림으로서 능력주의적 오만 등을 심는다. 한편 바닥에 떨어진 사람들에게는 극심한 사기 저하와 함께, '나는 실패자야'라는 굴욕감마저 심는다." (<공정하다는 착각>(와이즈베리), 286-287쪽)
 
왜 '해묵은' 학벌 문제를 다시 꺼내는가?
 
"'우리나라 학벌 문제는 해묵은 이야기인데 또 들추어 무엇 하나'라는 한 지방대생의 한숨 섞인 질문이 뉴스를 판단하는 가치에 관해 돌아보게 했다." (책 258쪽)
 
책의 뿌리인 <단비뉴스> '지방대' 기획 기사 연재에 참여했던 임지윤의 말이다. 학벌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보호자와 교사, 교육행정가들이 집과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학벌이라는 '설국 열차'의 앞쪽 칸으로 가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
   
2015년 말 한 지역 교육청이 '수도권 대학 진학률 상승'을 홍보하고 나섰다. 2013년 입학한 고등학교 평준화 세대가 처음 대학 입시를 치르던 해였다. 보수 세력의 하향평준화 논란을 의식한 다소 방어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진보교육청도 결국 대학 입학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강한 신호만 주었고, '인 서울' 중요성만 부각했다.

공교육에 종사하는 교사, 교육행정가들 상당수도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서울까지 가서 수백만 원짜리 학교생활기록부 컨설팅 비용을 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이들도 적지 않다. 'SKY'와 '인 서울'로 표현되는 학벌주의가 여전히 위력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변하지 않는 사회에 질문하기를 멈추면, 편견은 더 굳어질 것이다." (책 258쪽)
 
이 말은 학벌주의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 변할 줄 모르는 모든 사회 문제에 적용할 수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따끔한 경고다.

어느 대학 출신이세요? - 지방대를 둘러싼 거대한 불공정

제정임, 곽영신 (엮은이), 오월의봄(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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