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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이두봉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상대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 사건을 질의하고 있다.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이두봉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을 상대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 사건을 질의하고 있다.
ⓒ 국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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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 "유우성씨 보복 기소와 관련해서 한두 가지 묻겠습니다. 사과하실 생각은 없으신 것 같아요. 그렇죠?"
이두봉 인천지방검찰청 검사장 :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서..."

김용민 의원 : "존중은 누구나 하는 것이고요. 사과할 생각 없으시죠?"
이두봉 검사장 : "업무처리에 유의하도록 하겠습니다."
 

14일 늦은 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 나온 질의와 답변이다. 이날 오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4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2부장으로서 당시 문제의 공소제기(기소)를 지휘한 이두봉 검사장은 이날 끝내 피해자 유우성씨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이 장면을 지켜본 유우성씨는 19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두봉 검사장이) '난 처벌받지 않을 것이고, 괜찮고, 내가 맞다'라고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면서 "심장이 떨리고 옛날 억울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오히려 더 분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말 한마디로 그동안의 억울한 마음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는데, 피해자한테 더 큰 상처를 돌려준 것"이라면서 "피해자로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라고 토로했다.

유씨는 "간첩 조작 사건 때도 언론이나 국민들이 분노했지만, 검찰은 그에 대해 어떤 행동도 한 것이 없었다"면서 "시간이 지나면 이 사건은 다른 이슈에 묻히고 아무 피해를 안 본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이두봉 검사장은) 사과를 안 하는 거다. 이번에라도 제대로 바로 잡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보복 기소로 죽을 것 같았다"
 
유우성씨는 지난 2013년 3월 검찰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 8년 7개월 동안 힘겹게 검찰과 싸웠다.
 유우성씨는 지난 2013년 3월 검찰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 8년 7개월 동안 힘겹게 검찰과 싸웠다.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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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성씨는 지난 2013년 3월 검찰에 의해 국가보안법상 간첩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후 8년 7개월 동안 힘겹게 검찰과 싸워야 했다. 그해 8월 1심 재판부가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이후 국가정보원과 검찰은 2심(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조작된 증거를 제출했고, 곧 유씨에 의해 증거 조작이 밝혀졌다.

2014년 4월 25일 항소심 재판부는 유씨의 간첩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고, 5월 1일 이 사건 공판에 참여한 이시원·이문성 검사는 징계를 받았다. 그로부터 8일 뒤인 5월 9일 검찰은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유씨를 재판에 넘겼다. 문제는 이 혐의가 4년 전 검찰 스스로 유씨를 재판에 넘길만한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한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유씨는 보복 기소라고 항변했다. 2015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 1심 재판부는 유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016년 9월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가 유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공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의 기소는) 어떤 의도가 있다고 보여지므로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함이 상당하다. 이로 인하여 피고인이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받았음이 명백하므로 현재 사건에 대한 기소는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한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검찰을 꾸짖었다. 지난 14일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유씨는 당시 보복 기소를 두고 "검찰이 증거 조작을 사과하지 않고, 오히려 저를 기소했다"면서 "너무 숨이 막히고, 죽을 것 같은 심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법원 판결에 의해) 제가 간첩이 아니고, (제가) 검찰이나 국정원이 조작한 부분을 낱낱이 밝힌 것에 대한 보복적인 기소였다. 누구보다도 법을 잘 지켜야 할 검찰이 저를 (간첩 혐의 사건) 항소심 무죄 판결 이후 2주일 만에, 검사들 징계 일주일 만에 다시 형사사건 재판에 세운 것이다. 저희 가족이나 저로서는 공포스럽고 무서웠다. 결국 '검찰이 하라는 대로 안하니까 나를 계속 괴롭히겠구나. 끝이 없겠구나' 하는 생각 들었다."

"검찰이 사과하지 않은 이유는..."

유씨는 검찰이 사과하지 않은 이유로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첩 조작 사건의 예를 들었다. 이시원·이문성 검사는 조작된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했다는 이유로 법무부로부터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중징계 중에 가장 가벼운 처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부장검사로 승진했다. 유씨는 이들을 고소했지만, 검찰은 이들을 재판에 넘기지는 않았다. 검찰은 증거 조작 사실을 몰랐다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은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씨는 "지나가던 사람을 차로 치거나 때리게 되면 경찰에 가서 합의를 봐야 하고 사과해야 하고 그에 준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검사들은 공소권을 남용해도 결국은 처벌 안 받고 잘 살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너무 늦은 대법원 판결에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항소심 판결 이후 5년 1개월 만에 나온 대법원 판결이었다. 유씨는 "대법관들이 우리나라에 없었던 판결(첫 검찰의 공소권 남용 인정 판결)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제가 살면서 겪어야 할 고통과 기다리는 마음을 이해하진 않은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이 검찰 눈치를 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유씨는 8년 7개월 만에 피고인 신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법적 공방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그는 2014년 자신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안동완 당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형사1부장), 안 검사를 지휘한 이두봉 검사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할지 여부를 변호인단과 검토하고 있다.

그는 "검찰에 고소해 봤자, 불기소처분이나 자기들 입맛에 맞는 처분이 내려질 수 있으니, 공수처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씨는 공수처를 완전히 신뢰하는 건 아니다. 그는 "공수처가 검찰 편을 들어 증거 부족 등으로 불기소처분하면 방법이 없지 않느냐. 공수처에도 검찰 출신이 많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유씨는 "검사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안 받다 보니, 수십 년 동안 이런 일이 계속 나오는 것"이라면서 "이번에는 바로 잡혔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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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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