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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구조했던 쿠키. 지금은 어엿한 가족이다.
 4년 전 구조했던 쿠키. 지금은 어엿한 가족이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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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처럼 가족이 되었던 고양이 쿠키가 이번 달 네 살 생일을 맞았다. 4년 전, 보기에도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가 아파트 화단 구석에서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이 가여워서 119구조대를 불러 구조했고 곧장 가족으로 맞았다. 우리는 고양이에게 쿠키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지금은 나나 아내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쪼르르 내려와 우리를 반긴다. 나와 아내는 쿠키의 재롱을 보며 하루의 피곤을 푼다. 

쿠키를 처음 구조했던 장면은 언제 떠올려도 훈훈하다(관련 기사 : 작고 여린 생명, 기적처럼 찾아오다). 그런데 이런 사연은 워낙 흔해서 식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고양이 아빠 노릇을 하고 있는 내가 중증 결벽증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 녀석을 처음 구조할 때만 해도 이 녀석과 함께 살 것이란 상상은 하지 않았다. 바로 입양 보낼 생각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내가 워낙 강하게 반대해 자의 반 타의 반 가족으로 맞아야 했다. 

더 앞선 이야기를 해보자면 쿠키를 가족으로 맞이하기 전까지 난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다. 쿠키를 구조하던 무렵, 길고양이에 관심이 생겨 집 주위에 사는 길고양이 녀석들에게 밥을 챙겨주긴 했지만 말이다. 

쿠키를 가족으로 맞아들이기 꺼렸던 이유, 그리고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던 이유는 앞서 적었듯 결벽증 때문이었다. 

난 강아지고 고양이고 털에 무척 민감한 편이다. 혹시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에 초대를 받아 방문하기라도 한다면 귀가해서 그날 입은 옷들을 곧장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더구나 고양이는 털이 많이 날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집 곳곳에 고양이 털이 날리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쿠키가 가족이 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쿠키와 함께 살다 보니, 집 구석구석에 고양이털이 날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난 쿠키 입양 직후 수개월간 매일 같이 진공청소기로 집안 구석구석 묻은 털을 없애는 데 시간을 보냈다. 어쩌다 이 녀석이 실례(?)라도 하는 날이라면 그날 하루는 빨래하는 데 바쳤다. 

이뿐만 아니다. 고양이 집사라면 '사막화'에 익숙하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설명을 덧붙이자면, 고양이의 배변 활동을 위해 집사는 모래로 채워진 화장실을 마련해줘야 한다. 고양이가 배변을 마치고 나오면 주변에 모레가 흩날리는 데 이걸 사막화라는 은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이렇게 화장실 주변의 모레를 깨끗하게 치우고, 화장실도 청결하게 유지하는 일이다. 

입양 직후 일과로 자리 잡은 '집 안 청소' 
 
쿠키는 여느 고양이가 그렇듯, 일과 대부분을 자면서 보낸다.
 쿠키는 여느 고양이가 그렇듯, 일과 대부분을 자면서 보낸다.
ⓒ 지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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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하나 쉽지 않은 일들이다. 그래서 한 번은 아내에게 "지금이나 이렇게 열심히 청소하지 늙고 힘 빠지면 어떻게 하냐"고 푸념한 적이 있었다. 그러다 아내에게 핀잔을 듣기는 했지만. 

그런데 쿠키가 이런 아빠의 수고를 아나보다. 내가 청소할 때나 화장실 주변을 정리할 때 쿠키는 주변을 맴돌며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쪼르르 달려와 재롱을 부린다. 화장실 모레를 매월 1회꼴로 교체해 주는데, 그때마다 쿠키는 작업(?)을 감시라도 하듯 주변을 예의주시한다. 참 보면 볼수록 신기한 일이다. 

두 살 생일까지 우리 부부는 밤에 잘 때면 쿠키를 케이지에 가둬뒀다. 아내는 반대했다. 그러나 나의 특유의 결벽증이 발동해 혹시라도 밤에 잘 때 영역 표시(?)라도 하는 게 너무 싫고 두려웠다. 쿠키는 케이지에 들어갈 때마다 무척 싫어했다. 

지금은 케이지에 가둬두지 않는다. 쿠키 녀석은 이후 집안 전체를 자기영역화 했다. 하지만 출입금지 구역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내 공부방이다. 

요사이는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작업에 노트북은 필수일 것이다. 그런데 다른 집사들의 경우 노트북으로 작업할 때 고양이가 다가와도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러나 내 경우는 다르다. 노트북이나 다른 IT기기에 털 날리는 거 자체를 싫어한다. 그래서 공부나 작업을 위해 내 방에 들어가면 쿠키 들어오지 못하게 문을 걸어 잠근다. 외출할 때도 문단속은 필수다. 이쯤 되면 난 고양이 집사 중에서도 별종일 것이다. 

그런데도 쿠키는 내 방에 들어오고 싶어 하나 보다. 내가 방에 들어갔다가 일을 마치고 나올 때면 늘 쿠키는 방문 앞에 망부석처럼 서 있거나 엎드려 있다. 마치 내가 나오기만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모습을 볼 때면 미안하기만 하다. 아내도 어지간하면 쿠키를 내 방에 들이라고 압박한다. 

어느덧 4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 실수가 많았다. 때론 참 모질게 굴기도 했다. 

그런데도 쿠키는 집사를 잘 따라줬다. 요사이는 내가 집안 어디서든 "쿠키야, 이리 오너라" 하고 부르면 쪼르르 달려 내려온다. 참 신기한 게, 아내가 부르면 잘 오지 않는데 내가 부르면 곧장 달려온다. 그래서 아내가 가끔씩은 "왜 엄마가 부르면 안 오냐"며 쿠키에게 역정을 내기도 한다. 

4년 전이나 지금이나 쿠키가 우리 가족이 된 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쿠키 입장에서도 결벽증 심한 집사 만나 4년간 다른 고양이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쿠키야, 쿠키가 가족이 되어 늘 행복했고 아빠는 늘 쿠키를 사랑했단다. 아빠도 결벽증 좀 고치려고 노력해 볼게. 앞으로 계속해서 행복하게 지내자꾸나.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 동시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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