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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민주당 현판식(1987. 5.)
 통일민주당 현판식(198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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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변기에는 이탈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민우 총재가 '대통령직선제개헌' 에 역행하는 돌출발언을 했다. 여권의 내각제개헌을 수용하는 듯한 이른바 '이민우 구상' 이 나온 것이다. 이민우 총재는 6월 3일 청와대에서 전두환 대통령과 여야 영수회담을 갖고, 6월 21일에는 노태우 민정당대표와 단독회담을 열었다. 여권수뇌부와 가진 일련의 회담에서 직선제 개헌을 포기하고 내각제안을 수용하기로 작심한 듯했다. 국회에 헌법개정 특위가 구성되었다.

그러나 민정당은 내각제개헌, 신민당은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각각 제안하여 개헌특위가 난항을 겪는 상태에서 건국대 사태가 발생하고, 재야단체 민통련의 해산명령, 민정당의 87년 예산안 단독처리, 이에 항의한 신민당의원 전원 의원직사퇴서 작성 등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었다. 

'이민우 구상'이 나오자 민정당이 이를 적극 수용한데 반해 신민당은 '대통령직선제당론 불변, 민주화의지 촉구' 쪽으로 결론을 내고, 해가 바뀐 1987년 1월 7일 두 공동의장이 회동, 내각제 협상기구 거부, '이민우 구상' 은 직선제 당론 희석이라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총재는 "더 이상 당을 이끌 수 없다" 면서 충남 온양으로 내려갔다.

이 발언과 저간의 행동으로 이 총재에 대한 두 공동의장의 불신은 돌이키기 어렵게 되고, 개헌현판식과 관련 당내 비주류 세력의 폭력행사가 계속되면서 신당창당 작업이 본격화되었다.

3월 12일 상도ㆍ동교동계의 신민당의원 70명은 이른바 '당내 불순세력' 과 결별을 선언하고 새로운 통일민주당(민주당)의 창당에 나섰다. 신민당 90명의 소속의원 중 74명이 탈당하여 신당에 참여함으로써 신민당은 교섭단체 정족수도 못되는 군소정당으로 전략하고, 신당이 새로운 정통야당의 법통을 이어 받아 대여 투쟁의 구심이 되었다. 대통령직선제개헌투쟁도 속도를 더해갔다.

이민우는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신민당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11월 6일 신민당총재직과 의원직의 사퇴를 발표하고 정계를 떠났다. 이민우는 두 김씨의 대리인으로 신민당총재에 추대되어 개헌현판식 과정에서 한 때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일련의 돌출행동으로 몰락하고 반독재 민주투쟁전열을 혼란시켰다는 평가가 따랐다.

신민당과 민추협이 이민우의 돌출행동으로 혼란을 겪고 있을 무렵 서울대생 박종철고문치사사건이 발생했다. 1987년 1월 14일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서울대 민주화추진위원회사건 관련 수배자 박종운의 소재 파악을 위한 조사를 받던 중 수사요원 조한경 경위와 강진규 경사 등의 고문으로 박종철군이 숨졌다. 당초 경찰은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 며 단순 쇼크사로 발표했으나, 물고문과 전기고문으로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 사건은 박지원 치안감, 유정방 경정, 박원택 경정 등 대공간부 3명이 축소 조작했으며 고문가담 경감이 모두 5명으로 드러나면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와 내연하던 민주화 열기가 다시 폭발했다.
 
신군부는 철권통치로 민중을 억압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발생했다. 군사정권의 붕괴는 힘이 아닌 양심과 진실에 의해서였다. (박군 고문치사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정의구현사제단)
▲ 신군부는 철권통치로 민중을 억압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발생했다. 군사정권의 붕괴는 힘이 아닌 양심과 진실에 의해서였다. (박군 고문치사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정의구현사제단) 신군부는 철권통치로 민중을 억압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발생했다. 군사정권의 붕괴는 힘이 아닌 양심과 진실에 의해서였다. (박군 고문치사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는 정의구현사제단)
ⓒ 정의구현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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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추협은 '박종철군 고문살인사건 대책위 조사단'을 구성하고 각계 인사 9천여 명으로 구성된 '박종철군 국민추도회 준비위원회'에 참여하는 한편 '국민추도의 날' 행사에 대비하여 <민주통신> 발행, 홍보전단 배포 등 행사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2월 7일 민추협 등 48개 단체의 공동으로 국민추도회가 광화문에서 거행되었다. 정부는 3만여 명의 경찰을 동원하여 무차별 최루탄을 난사하고 참가자들을 연행하는 등 폭력으로 집회를 막았다. 민추협은 조선호텔 앞 노상에서 추도회를 거행하고 대형 스피커 3대를 통해 추모 안내방송을 진행했다. 많은 회직자가 연행되거나 최루탄 파편을 맞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정국은 예측하기 어려운 격랑속에서 두 공동의장은 2월 13일 '난국타개를 위한 제언과 우리의 결의' 를 공표했다. 정부의 인권유린행위의 중지ㆍ내각제개헌강행 중지ㆍ선택적 국민투표 실시ㆍ두 의장과 전두환 대통령의 대화촉구 등을 제안했다. 경색정국을 대화를 통해 풀려고 하는 두 의장의 고육책이었지만 정부는 강경일변도로 나왔다. 민추협은 2월 24일 2. 21 총선 2주년을 계기로 사무소에서 '고문살인 용공조작 등 인권탄압 폭로대회' 를 열고자 했다. 그러나 전날부터 사무실이 원천봉쇄 당하고, 당일에는 주변에 6,000여 명의 전투경찰을 배치하여 시민들의 출입을 막았다. 
 
1987년 5월 22일 <동아일보>는 김승훈 당시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축소·은폐했다'고 밝힌 내용을 보도했다.
 1987년 5월 22일 <동아일보>는 김승훈 당시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가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 축소·은폐했다"고 밝힌 내용을 보도했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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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3월 3일 '국민대평화행진 및 고 박종철군 49재' 행사를 앞두고 당국은 두 공동대표와 회직자 다수를 가택 연금하여 행사 참가를 봉쇄했다. 그렇지만 많은 국민이 경찰의 경비망을 뚫고 행사에 참가하여 행사는 강행되었다.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열기가 가속되면서 정부는 위기감을 갖고 4월 13일 '4. 13 호헌조치' 라는 것을 발표했다. 전두환은 이날 특별담화에서 "평화적인 정부이양과 서울올림픽이라는 국가대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국력을 낭비하는 소모적인 개헌논의를 지양하라." 고 주장하면서, 제5공화국 헌법으로 88년 2월 정부를 이양할 것과 그에 따른 대통령선거인단 선거 및 대통령선거를 연내에 실시할 것, 그리고 개헌논의를 올림픽 뒤로 미룰 것 등을 밝혔다.
 
4.13 호헌조치에 대해 호헌 철폐를 위한 천주교 사제들의 단식이 광주교구에서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위는 4월 28일 광주가톨릭센터에서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며 7일째 단식중인 18명의 신부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수녀들. 아래는 5월 1일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호헌철폐와 민주개혁을 간구하는 단식기도를 벌이는 명동성당 교육관 모습
 4.13 호헌조치에 대해 호헌 철폐를 위한 천주교 사제들의 단식이 광주교구에서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이어졌다. 위는 4월 28일 광주가톨릭센터에서 전두환 퇴진을 요구하며 7일째 단식중인 18명의 신부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 수녀들. 아래는 5월 1일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호헌철폐와 민주개혁을 간구하는 단식기도를 벌이는 명동성당 교육관 모습
ⓒ 민청련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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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타는 불에 휘발유를 뿌리는 격이 되었다. 폭압통치에 시달려온 국민은 군부정권의 연장을 의미하는 전두환의 '4ㆍ13 호헌조치' 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추협과 민주당ㆍ재야세력은 연합하여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 를 결성하고 대여투쟁에 전 역량을 집결하기로 했다. '국민운동본부'는 6월 10일 국민대회를 열고 26일에는 '민주헌법쟁취 국민평화대행진'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민추협은 '6ㆍ10 국민대회 민추협 12인 준비위원회' 를 구성하고 박영록 부위원장이 위원장의 책임을 맡았다. 민추협 소속 민주당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에 내각제개헌 철회, 6개월 째 계속되는 김대중의장 연금해제, 고문정치 종식 등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평화민주당 연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태그:#평화민주당, #박종철고문치사사건, #6월 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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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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