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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동안 여러 통의 재난 알림 문자를 받았다. 특정 기간에 마포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한 사람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었다. 집에서 2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시장이 있는 탓에 계속 알리는 모양이었다. 문자에 적힌 기간 동안 시장에 방문한 적이 없었으므로, 늘 그렇듯 문자를 볼 때마다 '확인' 버튼을 재빠르게 눌러 넘겼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알게 됐다.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처음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날은 9월 25일이다.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바로 다음날 시장 상인회가 나서 '확진자가 나왔으니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구청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후 중대본은 10월 3일 긴급문자를 통해 9월 21일부터 10월 3일까지 기간 동안 시장을 방문한 이들을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요청했다. 구청은 10월 5일에 이르러서야 입점 상인 및 종사자 576명을 상대로 코로나19 선제검사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에 상인들은 적극적으로 검사에 응하면서 사흘 동안 자율적인 영업 중단도 실시했다. 이와 관련해 부구청장이 주재한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는 상인들이 적극 방역 조치에 협조하고 있으므로, 자율적 영업 중단 이후 시장을 다시 열 때 '방역 클린 시장'이라는 이름의 홍보에도 나서겠다는 약속도 나왔다고 한다. 구청의 대응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여기까지 봤을 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문제의 시작, 소통 실종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마포농수산물시장 폐쇄 행정명령이 내려진 마포농수산물시장 입구.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마포농수산물시장 폐쇄 행정명령이 내려진 마포농수산물시장 입구.
ⓒ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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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적 영업 중단 마지막 날이었던 10월 8일 저녁, 마포구청은 농수산물시장에 대한 무기한 시설폐쇄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시장 상인들과의 협의는 일절 진행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구청에서 별도 연락을 받지 못했던 상인들은 다음날부터 장사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주말 판매 물량 발주까지 준비를 마쳐놓은 상태였다. 심야 행정명령 소식을 듣고 놀란 상인들이 시장으로 달려왔지만, 시장은 이미 폐쇄된 이후였다. 팔지 못하게 된 농수산물은 시장 안에서 썩어가고 있었고 상인들은 막대한 손해를 떠안게 됐다. 오랜 세월 일궈놓은 거래처를 잃은 상인들은 좌절 그 자체였을 수밖에 없다. 

상인들이 마포구청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했다. 상인들은 마포구청의 일방적인 통보에 분노하며 구청 앞으로 찾아갔다. 썩어버린 농수산물을 구청 앞에 내던지면서 항의했다. 구청의 일방적인 조치로 인해 손해를 입었으니 사과와 보상에 나서라는 요구를 전했다. 하지만, 구청은 요지부동이었다. 상인들은 국회 앞에서도 썩은 농수산물을 내던지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그들 곁에는 구청장도, 국회의원도 아닌 '허가받지 않는 집회'라며 그들을 막아서는 경찰뿐이었다.

영등포구청은 국회 앞에 오물을 투기한 상인들에게 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같은 이유로 마포구청은 5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형평성이라는 단어까지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시장 상인들의 아픈 마음을 헤아렸다면 할 수 없는 결정이 아닌가.

마포구, 이 방법밖에 없었나... 송파를 보라
 
마포구청의 일방적 폐쇄 행정명령에 항의하며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이 마포구청 청사 앞에 썩은 농산물을 던져놓은 모습.
 마포구청의 일방적 폐쇄 행정명령에 항의하며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이 마포구청 청사 앞에 썩은 농산물을 던져놓은 모습.
ⓒ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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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럴 수밖에 없었을까. 마포구청은 코로나19 지역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지역 주민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말이다. 그러면서 보상은 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고 했다.

지역주민으로서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았다. 행정명령에 앞서 상인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 잘못의 책임을 왜 마포 주민들에게 돌린다는 말인가. 좀처럼 의문이 풀리지 않아 다른 지자체도 같은 경우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했는지 알아봤다. 

아니나 다를까 방법은 있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송파구 가락시장의 경우 일부 매장에 대한 출입문을 폐쇄하기 전, 송파구청장이 여러 차례 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만났다고 한다. 연휴 휴업기간이 늘어나면서 상인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됐지만, 적어도 시장이 폐쇄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 순 있었다.

소통이 있었다는 사실을 반영하듯 송파구청을 상대로 가락시장 상인들이 공개 항의에 나섰다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의 분노가 항의 행동을 통해 언론에 표출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코로나19 집단 감염의 폭풍이 휘몰아친 후 송파구청은 시장 상인의 부담을 덜기 위해 폐기물 종량제봉투 가격을 인하하기도 했다. 송파구청의 대응이 100%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시장 상인과 충분히 소통하고 지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행정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역 감염 확산 저지 시기, 경남 남해까지 간 구청장
 
지난 7일 마포구-남해군 자매결연 협약식 참석자들이 남해군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지난 7일 마포구-남해군 자매결연 협약식 참석자들이 남해군청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 남해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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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균 마포구청장이 실망스러운 까닭은 그의 행보에도 있다. 지난 10월 7일 유동균 구청장은 남해군과의 자매결연 협약식을 위해 국장급 고위 공무원을 비롯한 다수의 수행인원을 이끌고 경상남도 남해군을 방문했다.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이 선제검사 행정명령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손해를 감수한 채 자율적으로 휴업을 진행하며 지역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시기였다. 

마포구 관련 조례에 따르면 자매도시 협약은 대면해 서명하는 방식으로 체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사정에 따라 서면으로 체결하고 추후 협약식을 가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관내 지역 감염 확산이 심각해지는 시기, 굳이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해 행사를 치르고 온 유동균 구청장과 마포구청 공무원들의 태도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지역 상인들과 주민들은 일상도 포기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지역 책임자인 구청장의 위기의식 수준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만한 대목이 아닌가. 상인 소통 없이 진행된 일방적 폐쇄 행정명령이 더욱 부당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시장은 다시 문 열었지만, 상인 마음은 닫혔다
 
지난 13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으로 일시 폐쇄됐다 영업을 재개한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상인들이 물건을 옮기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으로 일시 폐쇄됐다 영업을 재개한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상인들이 물건을 옮기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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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농수산물시장은 지난 10월 13일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상인들의 마음은 아직도 상처로 굳게 닫혀 있다. 구청은 사과도, 보상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지난 13일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마포구는 가이드라인에 맞춰서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무작정 막 폐쇄 이렇게 한 것이 아니고요. 확진자가 워낙 많이 나와서 구청으로서는 이건 폐쇄를 안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5일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tbs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마포구의 소통 정책으로 '무엇이든 상담창구'를 소개하며 '전국 최초 원스톱 소통창구 개설'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그 사실은 하나도 자랑스럽지 않았다. 제대로 소통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삶의 피해를 입은 이웃의 존재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정치와 행정의 입장에서 최초보다는 '최선'이 중요하다. 최초로 하지 않아도 괜찮다. 좋은 일이라면 두 번째, 세 번째로 따라 해도 결코 늦지 않다. 다만 자랑거리 하나 줄어들 뿐인데 그렇다고 누군가의 일상이 위협받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 않은 탓에 생기는 문제는 다르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와 행정이 오히려 없던 문제를 만든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존재 의의를 잃어버리는 셈이다. 

민선 7기 마포구의 슬로건은 '소통과 혁신으로 더 크고 행복한 마포'다.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유동균 마포구청장에게 상인들은 '폐쇄 행정명령에 앞서 구청 200m 옆에 있는 시장에 단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송파구청장은 가락시장에 대한 폐쇄 행정명령을 하기 전 여러 차례 상인들을 만났다는데, 소통을 강조하는 유동균 마포구청장이 부끄럽게 여겨야 할 대목 아닌가. 하지만 부끄러움은 늘 마포구민의 몫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와 행정 탓에 주민 망신만 계속되고 있다.    

소통은 팔짱 끼고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열린 자세로 먼저 찾아가기를 주저하지 않고 품을 내는 것으로부터 소통은 시작된다. '원스톱 소통창구'를 자랑하기에 앞서 구민의 생존이 달린 절박한 호소가 있는 곳이라면 언제 어디든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임기 내에 한 번이라도 말이다. 민원 처리는 공무원에게 지시하고, 정작 본인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 않겠는가.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의 항의는 정당하다. 그러므로 유동균 마포구청장에게 당부한다. 마포농수산물시장 폐쇄 행정명령 과정에서의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를 입은 상인들에게 머리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합리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하여 시행하는 작업 또한 조속히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영혼 없는 행정이 지역 상인을 두 번 죽이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마포구민으로서, 마포구청의 '진짜 소통'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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