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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햇볕(火)이 쬐여 벼(禾)를 거두는 때라는 뜻이다. 그 의미는 기원전 1200년 즈음에 처음 등장한 갑골문자로 메뚜기를 그린 형상이다. 결실을 앞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메뚜기를 잡기 위해 불을 피운 모습이다. 고대 농경사회와 달리 현대인들에게 가을은 풀이 마르고, 나뭇잎이 떨어지는 시기이다. 또 이파리에 오색 단풍이 드는 때를 말한다.

절기상으로 입추(立秋)로부터 입동(立冬) 전까지 기간이다. 양력 8월 초부터 11월 초까지인데, 기상학상으로 9일간 하루 평균 기온의 이동 평균이 섭씨 20도 미만으로 떨어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부터가 가을인 셈이다.

체감상으로 '더위가 물러간다'라는 처서(處暑)를 지나면서 아침 기온이 낮아지므로 가을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오감(시각·청각·촉각·후각·미각) 중에 시각적으로 만족하는 가을을 더 선호한다.

흔히 가을날 이미지는 찡할 만큼의 쪽빛 하늘과 낙엽이다. 14세기 고려 때 목은 이색은 <가을날>시에서 '벽 무렵 다락에 올라 기대어 바라보니, 흰 구름 푸른 산이 모두 층층 쌓였구나. 뜰에 비 지나자 이끼는 더욱 자라고, 만리에 하늘이 개어 해가 또 솟아오르네'라고 했다.

또 15세기 조선 초 김시습은 시 <낙엽>에서 '떨어지는 잎이라고 쓸 것 아니라오. 맑은 밤에 그 소리 더욱 듣기 좋나니. 바람이 오면 그 소리 우수수하고, 달이 오르면 그림자 어지럽다. 창을 두드려 길손의 꿈을 놀래고, 섬돌에 쌓여 이끼 무늬 없앤다'고 할 만큼 가을 낙엽의 정취를 노래했다.

현대에 와서 김현승 시인은 <가을>에서 '가을은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내 마음의 보석을 만든다.' 이제민 시인은 <가을단상>에서 '긴긴 기다림으로, 간절함으로, 한 해의 풍요를 기도하던 일'이라고 했다. 또 이상희 시인은 <가을>이란 시에서 '가을이 되면, 한껏 멋 부리는 가을나무. 어떤 손님이 찾아오길래, 알록달록 색동옷으로 갈아입는 걸까?'라고 일렀다.

이처럼 고래로부터 시인 묵객들의 가을 타령이 많은 것은 사계절 중 가장 짧아 더 애잔하게 여긴 듯하다. 나무를 비롯한 동·식물들은 그냥 겨울 채비를 위해 자신을 바꾸는 것일 뿐인데,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자연을 노래하고 느끼는 것이다.

자기 영역을 더 넓히기 위해 나무와 꽃들은 자신의 분신으로 열매를 가을 숲에 퍼트린다. 그 숲에 사는 다람쥐는 다시 찾는 도토리가 10분의 1에 불과할지라도 온종일 종종걸음으로 여기저기 식량창고를 만들기에 바쁘다.

사람들이 헛수고이다. 무의미하게 여길지라도 다람쥐가 잊어버린 도토리는 그 후 참나무 숲으로 다람쥐에게 상상 초월의 도토리를 선물로 되돌려준다. 그 홀씨는 광활한 야생화로 다시 꽃 피우게 된다.
   
자연의 순환고리에서 유일하게 벗어나려는 인간에게 가을은 그저 욕망의 대상이 아니다. 스웨덴 출신의 환경운동가 H.노르베리 호지가 1992년에 처음 사용한 오래된 미래는 라다크에 몇 년을 머물면서 티베트인의 삶에 동화되었던 시기를 적어놓은 책 <오래된 미래: 라다크에서 배운다>이다. 다가오는 미래의 대안으로 전통을 선택한다는 뜻인데, 인류의 서구식 개발이 사실은 얼마나 파괴적인가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은 순리에 따라 집착하지 않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가을날에 다시 깨닫게 된다.
 
돈각스님
 돈각스님
ⓒ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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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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