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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가 퇴색하는 세상입니다. 뿐만 아니라 급격한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 그 자체가 종말을 고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마주했던 노동 현실의 민낯을 보며 현장의 관찰자이자 조율자로서 신입 노무사가 보고 겪고 느낀 것들을 독자와 공유합니다.[편집자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한 27일 오전 9시께 대구시 남구의 한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2.27
▲ 한산한 대구 시내 출근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고한 27일 오전 9시께 대구시 남구의 한 도로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2.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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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바뀐 일상이 한둘이겠냐마는, 노동 환경에 있어 가장 드라마틱하게 바뀐 부분은 아마도 근무 장소의 변화일 것이다. 재택근무로 대표되는 노동의 '장소적 유연화'는 이전에도 많은 논의와 시도가 있었으나 전면 도입되지는 못하다가, 거리두기라는 강제성 있는 제도가 도입되면서 급물살을 타더니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노동 형태가 되어버렸다.

통계를 보더라도 재택근무의 일상화가 눈에 띈다. 통계청의 '유연근무제 활용 형태' 조사를 참고하면 재택 및 원격근무제를 시행한다고 답한 사업장은 첫 조사 시점인 2015년 8월 7.3%에 불과했으나 5년이 지난 2020년 8월에는 17.4%로 배 이상 증가하였다. 이후 강화된 거리두기가 적용되었음을 감안하면 올해에는 적어도 전체 사업장 중 20% 이상이 재택 및 원격근무제를 도입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통계청은 공무원 등 공직자를 대상으로 '원격근무제도 및 스마트워크 이용 경험'에 대해서도 조사하였는데 2017년에는 전체의 1.5%만이 재택근무를 이용해 본 적이 있다고 답변한 반면 2020년에는 무려 40.1%가 재택근무를 한 번이라도 이용해 보았다고 답했다. 이는 노동 환경이 경직되고 보수적이기로 이름난 공직사회에서조차 재택근무가 일상화되었다는 방증이 된다.

재택근무는 출퇴근 비용이나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에서 발생하는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경제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 노동자의 직무만족도를 높이는 사회·심리적 측면에서도 장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육아 등으로 집을 비우기 어려운 여성 노동자도 비교적 적은 제약으로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학계와 언론에서는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를 줄이는 기능에도 주목하고 있다.
  
[재택근무 이슈 ①] 오히려 장시간 노동 부채질?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렇듯 재택근무제 또한 생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거의 모두가 첫째 부작용으로 입을 모아 말하는 점은 재택근무로 인해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오히려 일하는 시간이 늘었다는 것이다.

대형 회계법인에 재직 중인 조아무개(33)씨는 "오히려 노동시간이 더 늘어난 것 같다"면서 재택근무가 반드시 좋은 제도만은 아니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는 그룹웨어에 자신의 시업 시간과 종업 시간을 직접 입력하는데, 사무실로 출근할 때엔 야근하더라도 기록이 명백하니 입력하더라도 눈치가 보이지 않지만 집에서는 일 한 티가 안 나니까 결국 18시에 퇴근했다고 기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초과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다."

조씨는 이어 "집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집중이 안 되기도 하고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필요 이상으로 오랜 시간 일을 붙잡게 된다"고도 했다. 여기에 사무실에 있는 각종 사무기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나 동료 간에 즉각적인 소통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씨의 회사와 달리 많은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상 유연근로시간 제도의 하나인 '간주근로시간제'를 적극 사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출장 등 사업장 밖에서 일할 때 현실적으로 근로 시간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려운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계약서상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는 제도로 이미 외근이 일상화된 영업직 등에서는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오고 있었다.

얼핏 노동자에게 유리해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 야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다수 사업장에서는 "몇 시간을 일했는지 측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이 제도를 연장·야간근로수당을 합법적으로 주지 않는 방법으로 악용하곤 한다. 재택근무의 경우 그룹웨어에 남은 기록 등으로 근로시간의 측정이 충분히 가능한데도 간주근로시간제도를 무작정 적용할 경우 향후 임금체불 등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방문에 '재택근무'라고 붙여놓았다.
 방문에 "재택근무"라고 붙여놓았다.
ⓒ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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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이슈 ②] 보안과 사생활 침해의 줄다리기

많은 첨단 IT기업이 사무실에 비해 취약한 네트워크 보안 탓에 영업비밀이 유출될 우려가 높다는 이유로 재택근무를 도입하지 않는다. 아무리 가상 사설망(VPN) 등을 이용하여 회사 인트라넷에 접근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일하다 보면 개인의 PC에 업무 관련 파일 등 데이터가 쌓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데이터가 외부 및 경쟁사로 유출될 경우 측정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회사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 한다.

그렇다고 업무용 컴퓨터 수준의 보안 대책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기술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개인 소유의 컴퓨터에 인터넷 사용 내역이나 로그 파일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감시하여 기록을 남기거나 이를 실시간 전송하는 것은 자칫 사생활을 침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소한의 근태 파악을 위해 웹캠 등을 활용하는 것도 적정 수준을 넘어서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업무시간에 착석해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웹캠을 의무화하더라도 이는 개별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휴게 시간에까지 웹캠을 끄지 못하게 하거나, 평상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지적하거나, "집 좀 정리하고 살라"는 등 업무와 무관한 지시를 한다면 곧장 사생활 침해로 인정될 수 있다. 

[재택근무 이슈 ③] 교통비와 식대, 전기요금은?

여기에 수당의 가짓수가 많아 복잡한 임금 체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업은 출·퇴근을 하지 않아 지급 여부가 애매해진 각종 수당을 지급할지 말지 고민하게 된다.

가령 '자기차량유지비'의 경우를 살펴보자. 월 20만 원까지 소득세 비과세 대상이 된다는 이유로 기본급의 일부를 차량비로 지급하고 있었는데 차량을 이용하여 출·퇴근하지 않는 재택근무 기간에까지 이 금액을 지급해야 하는지가 문제가 된다. 비슷한 이유로 월 10만 원 내외로 관성적으로 지급해온 식대의 경우 집에서 밥을 먹는 재택근무 때에는 지급하지 않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의가 온 적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수당이 지급되어야 하는지는 그 수당이 통상임금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9399)에 따라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통상임금으로 보고 있는데, 만일 교통비나 식대가 그 지급 명칭만이 다르고 실제로는 기본급과 같이 별도의 조건 없이 당연 지급되어 왔다면 재택근무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지급하지 않을 수는 없다.

얼핏 이것까지 문제 될까 싶겠냐마는 의외로 전기 요금이나 각종 프로그램 사용료도 소소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 또한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인데, 도급계약과 달리 근로계약은 업무에 필요한 설비 등을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부분은 원칙적으로만 처리하기에는 어렵다는 점에서 당사자 간의 합의와 양해에 따라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슬기로운 재택 생활
 
재택근무
 재택근무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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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재택근무가 만능 해결책이 아니라는 의견이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이른바 '거점 오피스'와 같은 절충적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 6월 1일부터 서울 종로·용산이나 인천, 안양, 등 총 7곳에 400여 석 규모의 거점 오피스인 에이치-워크 스테이션(H-Work Station)을 마련하였다. 직원들은 원래 자신의 근무지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사옥으로 출근하여 그 공유 설비를 이용하여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이 회사 남양연구소에 재직 중인 김아무개(32)씨는 "서울 송파에 거주하는 나로서는 거점 오피스 제도가 편리하다"고 답하면서도 거점 오피스로의 접근성도 애매해서 아직까지는 재택근무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점은 추후 거점 오피스가 더 많이 설치된다면 개선될 것이고 보안 등에 예민한 회사 특성상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거점 오피스를 많이 활용할 것이라고도 전망했다.

여기에 독일과 같이 재택근무 시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독일 노동부는 지난 2020년 '모바일 노동법'(Mobile Arbeit Gesetz)을 제안하면서 소위 '집에서 일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동자가 1년에 24일간 재택근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이 법에는 장시간 노동을 방지하려는 수단으로 시업 시간과 종업 시간을 정확히 기록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재택근무의 부작용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나아가 재택근무를 촉진 및 보완하기 위한 지원도 계속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재택 및 원격근무 제도를 도입할 경우 노동자 1인당 연간 최대 520만 원을 지급하는 '유연근무제 활용 근로자 간접노무비 지원금' 제도를 운용하면서 전자적 방식으로 근로시간을 측정할 것을 그 조건으로 들고 있다. 여기에 재택근무에 필요한 그룹웨어 등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최대 2천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지만 관심과 홍보의 부족 때문인지 널리 활용되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독이 된다는 점에서 신개념 노동인 재택근무제 역시 충분한 검토와 고려하에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노동자에게는 출·퇴근의 압박을 덜어주고 사용자에게는 대규모 사무실 운영에 따른 비용을 절감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사업장 노동'은 언젠가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코로나로 급작스럽게 찾아온 이번 기회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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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조은노무법인 책임노무사, HR 책임컨설턴트 // 前 YTN 보도국 영상취재1부 영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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