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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조각모음: 여성일터 안전키트'는 여성 노동자들의 일과 몸 이야기를 기록하는 이미지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산업재해 의제에서 소외되기 쉬운 여성의 노동을 드러내고, 흩어져 있던 목소리들의 조각모음을 통해 이야기의 확장을 시도하고자 합니다.[편집자말]
누군가 밥을 먹는 동안, 누군가 밥먹듯 다친다. 학교 급식실 이야기다. 안전보건공단 산업재해현황자료 분석에 따르면, 매일 3.77명(2019년 기준)이 급식실에서 재해를 당했다. 최근 6년(2014~2019년) 간 발생한 재해자 수는 4632명이었다(서울시교육청학교보건진흥원, 학교급식실 산업안전보건매뉴얼).  

현장 실태조사 결과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14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발표한 '학교 급식실 산업안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365명 중 96.3%가 지난 1년간 1주일 이상 지속되는 근골격계 질환을 겪었다고 답했다. 농업종사자, 선박제조업종 노동자보다도 높은 유병률이다.

그런데 이를 산재로 처리한 경우는 고작 1%였다. '이게 산재인지 판단이 안 돼서'(53.3%), '동료들에게 미안해서'(42.4%), '불이익을 당할 게 염려돼서(26.1%)' 산재라고 말할 수 없었다 했다. 숨겨진 산재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수많은 업무상 재해가 발생했음에도 '학생들 밥 하는 일'은 산업재해 정책에서 소외돼 왔다. 학교 급식실 조리업무가 산업안전보건법의 전면 적용을 받게 된 것은 2020년이 되어서였다. '밥 하느라 아픈 것도 산재'라고 말해지지 않는 동안 급식실 노동자들의 재해는 골병을 넘어 암으로까지 전이돼 있었다. 어쩌면 이 노동에 대한 무지나 편견, 무관심이 '일터 속 위험'의 한 축이었던 건 아니었을까.

그래서 급식조리사 이윤자씨와 유혜진씨의 이야기를 들었다. 급식실에서 왜 사람들이 다치고 있는지. 그건 왜 '산재인지 판단이 안 되는 일'이 되었는지. 안전한 급식실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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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구 자체가 우리를 보호해줄 거 같진 않아요"
 
일하는 사람의 몸과 환경을 모르는 보호구가 사람을 보호할 수 있을까.
▲ 기준에서 소외된 몸 일하는 사람의 몸과 환경을 모르는 보호구가 사람을 보호할 수 있을까.
ⓒ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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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 안전 문제가 많이 제기됐죠. 올해는 급식실 조리사 폐암이 산재 승인도 받았고요. 그런데 현장이 크게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어요.

안전 매뉴얼은 있어요. 산안법(산업안전보건법)이 급식실에 적용되고 나선 뭔가 계속 내려와요. 스트레칭도 해라, 보호구도 해라. 위험하니까 뛰지 말고 칼보다 기계 이용해라. 그게 안전의 시작인 건 맞아요. 그런데 그 자체가 우리를 보호해줄 거 같진 않아요. 작업공정이 개선되진 않았으니까요.

저는 급식실에서 일한 게 7년쯤 되는데요. 급식실 하면 작은 식당 정도를 생각하고들 오세요. 그런데 와보면 급식실은 엄~청 크고 집기들도 어마무시하죠. 사람들은 땀에 절어 있고. 남자들도 일해보면 고개를 저어요. 그럴 만한 게, 아침에 출근하면 식자재들, 고기는 하루치가 80~100킬로그램이거든요. 그걸 검수한다고 들었다 놨다, 그걸 전처리하고 조리실로 나른다고 또 들었다 놨다. 어른 다섯 명이 들어갈 만한 솥단지에 그 고기를 부어서 삽으로 섞고. 그걸 매일 반복하는데 안 아플 수가 있나요.

음식물 쓰레기통은 가득 채우면 120킬로예요. 잔반 끄는 수레도 되게 무거운데 혼자 끌고 가야 하니까 가다가 쏟아지고 벽에 부딪히고. 저도 회전근개 쪽에 문제가 있어요. 마른 사람이 들어오면 일단 먹여요. 안 그러면 일을 못해.

튀김, 전 요리가 특히 힘들어요. 뜨겁기도 하고 열기가 훅 올라오면 앞이 안 보여서 솥 쪽으로 쓰러질 수도 있어요. 전 부치는 판이 조리실 중앙에 있어서 후드 있어도 공기 순환이 잘 안 돼요. 연기든 발암물질이든 다 같이 마시는 거죠. 이번에 급식조리사 폐암이 산재로 인정되면서 조리흄(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물질)이 튀김, 전, 볶음 조리과정에서 나온다고 확인이 됐잖아요. 그런데 1주일에 한 번은 볶음, 세 번은 튀김이 있어요. 학생들이 잘 먹으니까.

보안경이 있어도 일 할 때는 못 써
 
급식조리실의 큰 집기들을 닦고 음식을 썰어넣어 볶고 건져낸 뒤 또 닦는다. 손목과 팔 뿐 아니라 무릎, 허리 등 온 몸을 써서 하는 일이다. 이를 매일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 조리실의 대형 솥. 급식조리실의 큰 집기들을 닦고 음식을 썰어넣어 볶고 건져낸 뒤 또 닦는다. 손목과 팔 뿐 아니라 무릎, 허리 등 온 몸을 써서 하는 일이다. 이를 매일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 윤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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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도 있고 시설 개선도 하죠. 높이 조절 되는 작업대를 둔 학교도 있대요. 그런데 시설이 뭐가 바뀌었고 어떻게 쓰면 되는지 현장 노동자들이 다 알기 어려워요. 음식 모양 망가진다고 절단기를 못 쓰게 하는 데도 있어요.

보호구도, 서울시교육청에서 회의도 하고 '학교급식기본방향'에 내용을 넣었어요. 장갑, 앞치마, 장화, 보안경 같은 거. 그런데 튀김 할 때 보안경 못 써요. 너무 더워서. 수증기 때문에 앞도 안 보이고. 또 학교들이 너무 영세한 업체 것들을 가져오니까 그게 안전기준에 맞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어요. 우리가 쓰는 고무장갑은 다들 흔히 아는 회사 제품들이 아니에요. 어디서 만들었는지도 몰라요. 장화도 두세 업체 거만 돌려가면서 써요. 소모품이니까 질도 그렇지만 교체주기도 중요해요. 부실하면 금방 닳고, 너무 오래 써도 닳잖아요. 그럼 미끄러져서 다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걸 잘 바꿔주는 학교들이 별로 없어요. 심지어 학교에서 안 사주고 알아서 가져오라는 데도 있어요.

학교별로 상황이 너무 달라요. 학교급식기본방향이란 게 법이 아니라 말 그대로 '기본 방향'이니까, 학교들이 그냥 가이드라인 정도로만 여기는 게 있어요. 학교는 법이나 지침으로 내려와야 따르는데, 급식법 같은 데에는 급식노동자 처우나 안전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은 없거든요. 산안법에라도 그런 내용을 넣을 수 있다면 어떨까 싶어요.

왜 눈에 보이는 큰 일만 산재라고 할까요 

그런데 되게 큰 것만 산재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눈에 세제가 튀어도 산재잖아요. 오븐클리너 세제에 닿으면 피부가 까맣게 타요. 저도 다리에 흉터가 지금도 있어요. 그것도 산재죠. 펄펄 끓는 물에 독한 세제 써서 집기를 닦는데, 거기서 나오는 수증기도 몸에 해롭죠. 그런데 학교에서는 아직도 "그런 것도 산재가 돼요? 조리사님이 잘못한 건데 왜 산재예요?" 이런 분위기예요. 한 번은 급식실 후드 닦다가 눈에 세제 물이 튀었어요. 실명할 수도 있었죠. 병원에 바로 가겠다니까 학교에선 그랬어요. "행정실에 보고부터 하고 가세요, 실비 처리하세요." 사실 사고산재는 처리절차 간단한데, 학교들이 잘 모르거나 귀찮아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그러니 눈치 보여서 산재 신청 안 하는 분들도 꽤 있어요. 그런 인식들도 바뀌어야 할 거 같아요.

어려운 건 질병산재예요. 환자가 투병하면서 이게 산재라고 직접 증명하라는 건데 현실적으로 너무 어렵죠. 급식실 발암성분 관련해서 교육부가 학교들에 공문은 돌렸어요. 문제 있으면 보고하라고. 그게 아니라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환자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렇게 학교별로 알아서, 아프면 알아서 보고하라는 식으로 떠넘겨서는 해결될 수가 없어요. 교육부만 아니라 노동부도, 정부도 나서야 해요.

☞이어지는 기사 : 900명 분 떡갈비 맨손으로... 우리 몸은 왜 고려되지 않나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음 브런치(https://brunch.co.kr/@vpmiyu)에도 게재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재)숲과나눔의 지원을 받아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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