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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웅천친수공원에서 요트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여수의 한 특성화고교 3년 홍정운군의 추모문화제가 열려 홍군의 친구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홍군은 지난 6일 오전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따기 위해 잠수를 하던 중 변을 당했다.
 지난 11일 오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웅천친수공원에서 요트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여수의 한 특성화고교 3년 홍정운군의 추모문화제가 열려 홍군의 친구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홍군은 지난 6일 오전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따기 위해 잠수를 하던 중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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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공범인 것 같아 마음이 아파요. 정말..."  

39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현장실습폐지·직업계고 교육정상화 추진준비위'의 김경엽 공동집행위원장(전교조 직업교육위원장)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여수 앞바다에서 잠수로 따개비 작업을 하다 지난 6일 숨진 고 홍정운 현장실습생 사건'에 대해 16일 오전 <오마이뉴스>에 설명하면서다.

경기지역 직업계고 현직 교사이기도 한 김 집행위원장은 "어린 제자들이 작업장에서 다치거나 죽는 현장실습을 언제까지 반복해야 하느냐"면서 "이런 위험한 작업장에 학생들을 보내는 교사들의 마음도 아프다. 손발 노동이 정당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가르친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현장실습제 폐지'를 조직 이름에 내건 추진준비위가 발족한 때는 홍군이 사망한 지 4일만인 지난 10일이다. 이 단체에는 현재 교육희망연대,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학부모회 시도조직이 참여하고 있다.

추진준비위는 홍군의 사망을 계기로 현장실습제 폐지, 유은혜 장관 퇴진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렇게 요구하고 나선 까닭은 무엇인지 이날 오전 전화로 김 집행위원장과 인터뷰했다.

"현장실습제 수술해야 하는데, 당국은 약만 줬다 안 줬다 했다"
 
8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 친수공원 요트 정박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교 3학년 홍정운군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홍군은 지난 6일 오전 요트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기 위해 잠수했다 변을 당했다.
 8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 친수공원 요트 정박장에서 현장실습 도중 잠수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교 3학년 홍정운군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홍군은 지난 6일 오전 요트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하기 위해 잠수했다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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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실습제 개선을 얘기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폐지까지 요구한 것인가?
"1963년부터 도입된 현장실습제는 직업계고 학생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구시대적 교육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현장실습을 하다 수많은 학생들이 다치고 죽지 않았나. 이것은 도저히 손댈 수 없는 현장실습제의 파행 때문이다. 여태껏 교육당국은 수술을 해야 할 현장실습제도에 대해 약을 줬다 안 줬다 했을 뿐이다. 지금은 '현장실습제 폐지'라는 수술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 교육부는 2017년 제주 생수공장 현장실습생 이민호군 사망 이후에 여러 개선방안을 내놓았는데.
"그 개선방안이라는 게 현장실습을 개선할 수 없는 방안이다. 실습생에게 안전조끼를 입히는 수준이었다. 우수업체에 실습생을 보낸다는 개선책도 발표했지만, 올해 현장실습업체 1000곳을 무작위로 뽑아 조사했더니, 402개 업체가 1인 기업이었다. 이런 곳에서 현장실습생들이 어떻게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겠는가?"

- 지난 13일 홍군을 추모한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교육당국이 현장실습 관련해서 내놓은 대책은 '사고발생, 대책 발표, 대책 완화, 사고발생, 대책강화'를 반복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번 일도 2017년 이민호군 사건 이후 몇 차례에 걸쳐 대책이 완화된 뒤 터졌다. 교육부는 다시 대책을 강화하겠지만, 이전에 발표한 정책을 '재탕'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 '유은혜 장관 퇴진'까지 요구했는데.
"2017년 11월 제주 생수공장 사건이 터지자 교육부는 2018년 2월 허울뿐인 '학습중심 현장실습 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2019년 1월에는 안전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도 포기한 '현장실습 보완방안'이 발표되었고, 2020년 5월 22일 더 완화된 운영지침이 나왔다. 그 결과 올해 홍군이 영세한 요트기업에 들어갔다가 육중한 납을 허리에 차고 수심 7m 여수 앞바다에 갇히고 만 것이다. 이런 교육부 발표의 주체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다. 그래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 홍군의 경우 현장실습계획서를 보면 사망한 주엔 모터보트 조종 등을 하도록 계획됐다. 잠수 작업은 없었다. 이 주에 7시간 동안 이론교육도 있었다. 실제로 이 계획서대로 운영됐다고 보나?
"그렇게 운영됐을 가능성은 0%다. 이것은 다른 실습업체들도 거의 마찬가지다."

"고 홍정운군에게 작업거부권이라도 있었다면..."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13일 전남 여수 추모의 집을 방문해 고 홍정운 학생을 추모하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13일 전남 여수 추모의 집을 방문해 고 홍정운 학생을 추모하고 있다.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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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계획에 없는 잠수 작업을 지시받은 홍군이 이 작업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야 했을 것 같은데.
"작업거부권은 노동자에게도 없는데, 이보다 권익이 덜 보장되는 실습생에겐 당연히 없다. 홍군이 '무서워서 그 일 못해요'라고 학교 담임 선생님께 전화라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말을 들은 담임은 '그 일 하지마라. 학교로 돌아와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하는데, 지금 제도는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실습생의 작업거부권이나 학교의 작업중지명령권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 지금 특성화고권리연합회나 전국특성화고노조는 '현장실습제 폐지'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현장실습생에 대해 노동법상 권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데.
"저도 이 분들의 주장을 이해한다. 당연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업계고 3학년 학생들의 35% 정도만 현장실습을 나가고, 이 가운데 졸업 뒤 5% 정도만 그 실습업체에서 일하는 현실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현장실습제는 폐지하고 취업은 졸업 뒤에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현장실습생들의 사고를 막고 직업계고 교육과정도 정상으로 운영하는 길이다."

- 그래도 현장실습제가 당장 폐지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당사자인 직업계고 학생들의 요구도 있지 않은가?
"폐지는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현장실습을 존치하려면 현장실습 운영 업체가 공기업 급은 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말 그대로 교육성을 가진 현장실습도 되고, 실습생의 안전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14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 마리나 요트장에 현장실습 도중 숨진 故 홍정운군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홍 군은 지난 6일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제거를 위해 잠수를 했다 납벨트를 풀지 못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오전 전남 여수시 웅천동 이순신 마리나 요트장에 현장실습 도중 숨진 故 홍정운군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인 홍 군은 지난 6일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제거를 위해 잠수를 했다 납벨트를 풀지 못해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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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현장실습제, #직업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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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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