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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에 찬성하는 글을 싣습니다. 이 글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의 글을 기다립니다.  [편집자말]
저는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전직 교수로 이재명 후보의 핵심 공약의 하나라 할 수 있는 기본소득을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구체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해서만은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로 '이재명은 경기도의 차베스다'라는 대중들에게 그럴싸하게 들릴 수 있는 구호들도 등장하고 있는 만큼, 이 후보나 지지자들로서는 기본소득에 관한 좀 더 설득력 있는 다양한 논리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이기적 유전자 Selfish Gene>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말하는 '불연속 심리의 횡포(tyranny of the discontinuous mind)'라는 개념에 비추어보면 기본소득은 매우 훌륭한 공약입니다.

불연속 심리의 횡포

인류는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점진적인 진화의 과정을 겪었는데, 지금부터 약 10만 년 전쯤부터 우리 인류는 비로소 현대 인류(homo sapiens)의 모습을 갖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현대 인류는 10만 년 전쯤에 출현했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자칫 지금부터 정확히 10만 년 전을 경계로 그 전의 인류는 원시 인류에 해당하고 그 후의 인류는 현대 인류에 해당한다는 고정관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래 진화라는 것은 개체의 태생 과정에서 우연적으로 발생한 아주 미미한 차이의 변화 중에서, 자연이 강요하는 '적자생존'이라는 냉혹한 시험을 거쳐 엄선된 것들만이 장구한 시간에 걸쳐 연속적으로 축적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약 10만 년 전 무렵에 한 부모로부터 태어난 자식과 그 부모는 서로 다른 종으로 분류되기보다는 같은 종으로 분류되는 것이 훨씬 더 합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인간은 연속적으로(continuous) 변하거나 분포하는 현상이나 사건을 다분히 인위적으로 설정한 경계선을 이용해 여러 등급 또는 계급으로 나누어 생각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도킨스는 이와 같은 인간들의 심리나 사고 체계로 말미암은 불합리나 불공정을 '불연속 심리의 횡포(tyranny of the discontinuous mind)'라고 불렀습니다.

19세에서 하루만 모자라도 딴 사람

이러한 불연속 심리에 기인하는 불합리나 불공정의 예는 우리 사회 도처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쉬운 예로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아주 조금씩 연속적으로 성숙해 나간다고 할 수 있는데도 우리는 한 사람이 태어나 만 19세가 되는 순간 갑자기 성인으로 대접하며 한 표의 투표권까지 부여합니다. 반면 만 19세에서 불과 하루만 모자라는 사람에게는 반 표의 투표권도 부여하지 않습니다.

불연속 심리는 성적 평가나 학점 부여 과정에서도 심각한 불공정을 불러오게 됩니다. 보통 학생들의 성적을 점수 순으로 나열하면 거의 연속적으로 분포하는데 예를 들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상위 30% 이상의 점수를 받은 학생들에게는 A학점을 그 이하의 점수를 받은 학생들에게는 B학점 또는 C학점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A학점에 해당하는 최하위 점수와 B학점에 해당하는 최상위 점수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반면에 같은 A학점일지라도 최상위 점수와 최하위 점수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문제는 최하위의 A학점을 받은 학생의 경우 상당히 큰 액수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거나 적어도 훗날 취업에 도움이 되는 소위 좋은 스펙을 쌓을 수 있는 반면에 최상위의 B 학점을 받은 학생의 경우에는 거의 같은 점수를 받았는데도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좋은 스펙을 쌓는 데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게 됩니다.

이쯤 되면 우리 인간의 불연속 심리야말로 무지막지한 횡포(tyranny)를 자행하는 일종의 폭군(tyrant)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이와 같은 성적의 등급화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수학능력평가에서는 성적의 등급을 9개로 크게 늘리는 한편으로 원점수와 함께 표준점수를 산출해 평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불연속 심리에 의한 폐해를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

불연속 심리에 의한 폐해가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예는 미국의 선거제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는 선거에서 어느 한 정당이 다른 정당보다 단지 한 표만 더 얻어 득표율로는 사실상 차이가 나지 않아도 굳이 승리한 정당과 패한 정당으로 나눠 오로지 승자만이 모든 선거인단을 독식하도록 합니다. 아마도 이와 같은 불연속 심리의 횡포가 자행되지 않았더라면 트럼프와 같은 인물이 미국의 대통령으로 등극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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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은 같은 등급

이제부터는 '불연속 심리의 횡포'의 개념을 바탕으로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의 지원금을 제공하게 되는 기본소득의 경우 우선적으로 모든 국민을 한 등급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연속 심리가 관여될 여지가 전혀 없게 됩니다.

얼핏 소득에 관계 없이 동일한 액수의 금액을 지원하는 것이 저소득층에게 불공평한 것으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면밀히 따져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모든 국민에게 지원한다고 했을 때 100만 원의 한계효용 관점에서의 가치는 수혜자의 소득이 낮을수록 크고 높을수록 작게 됩니다.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지원되는 100만 원은 생필품을 구입하거나 대학등록금 등을 마련하는 등과 같은 매우 절실한 용도에 사용될 개연성이 큰 만큼 그 상대적인 가치는 매우 큽니다.

이에 반해 이미 생필품 등을 구입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을 고소득층에 지원되는 100만 원은 저축을 늘리거나 아니면 그리 절실하지 않은 용도에 사용될 개연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 효용적 가치는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이처럼 일정 액수 지원금의 상대적 또는 효용적 가치가 하후상박(下厚上薄)의 특성이 있다면 기본소득 개념이 저소득층에게 특별히 불공평한 것만은 아닙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재명 후보가 이미 지적하고 있듯이 설령 기본소득으로 말미암아 모든 이들의 소득이 같은 액수만큼 늘어난다 할지라도 누진세율이 적용돼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으로 환수되는 액수가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본소득이 저소득층에게 특별히 불공평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고소득층에게 돌아가는 지원금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이라 한다면 고소득층에게 돌아갈 지원금을 차라리 저소득층으로 돌려 지원하는 것이 훨씬 더 적은 예산으로 효율적인 복지를 이룰 있는 길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차등의 지원 방식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따르게 됩니다. 우선 전 국민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또는 더 많은 등급으로 구분해야만 하는데 모든 이들이 수긍할 만한 등급 구분을 위한 완벽한 지표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설령 등급 구분을 위한 비교적 괜찮은 지표가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어차피 등급을 나누는 경계선은 다분히 임의적으로 설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도킨스가 말하는 불연속 심리의 횡포에 의한 여러 가지의 불합리 또는 불공정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차등 지원으로 말미암아 등급의 경계선을 사이에 두고 소득이 역전되는 지극히 불합리하고도 불공평한 사례들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참고로 이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야말로 기본소득에 대한 오세훈 시장의 공격을 휘청대도록 한 결정타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이재명 후보는 기본소득이 고소득층에게도 배당되어야만 하는 또 다른 당위성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 국민에게 차별 없이 기본소득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며 그 재원의 대부분은 국민들에 대한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데, 뭐니 뭐니 해도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은 고소득층입니다. 이를 달리 표현하면 기본소득을 실현하는 데에 가장 크게 기여하게 될 집단은 고소득층입니다.

그렇다면 고소득층에게도 비록 효용적 가치가 미미한 액수일지라도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는 그들의 기여 또는 노고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고소득층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그들의 기본소득 제도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제도의 정착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기본소득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소득에 관계없이 일정액을 지원하는 개념은 우리에게 그리 생소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교육을 거의 무상으로 실시해 왔으며, 이제는 무상급식도 어느 정도 정착단계에 도달했습니다. 이러한 무상교육과 무상급식은 각각 공교육과 급식에 소요되는 비용을 소득과 무관하게 지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 만큼, 기본 공약 시리즈의 연장선에서 생각하면 각각 기본교육과 기본급식으로 불리어도 이상할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미 기본교육 또는 기본급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마당에 기본소득 또한 성공적으로 실현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내친김에 기본교육과 관련된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사교육의 비정상적인 비대화로 말미암아 기본교육의 범주에 속하는 공교육의 비중이 점점 왜소해지고 있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공교육을 위한 지원이 하후상박의 특성을 갖는 것과는 정반대로 사교육에 대한 부담은 저소득층일수록 상대적으로 무겁고 고소득층일수록 가벼워지는 즉 하중상경(下重上輕)의 특성을 갖는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요즘 빈부와 마찬가지로 교육도 대물림된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교육 대물림 현상의 근본 원인도 사교육 부담의 하중상경 특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 유념해야 할 점은 교육의 정점에 있는, 그래서 그 중요성이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는, 대학교육이 아직까지는 거의 대부분 수혜자의 부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앞으로 교육의 대물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개연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교육의 대물림으로 인한 심화된 교육 격차는 그 자체로 빈부 격차를 심화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끝으로 기본소득을 논할 때 우리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은 기본소득 실현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점인데, 그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관한 논의는 이 글의 범주를 크게 뛰어넘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요즘처럼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좀처럼 사라질 줄 모르는 작은 정부론이나 감세론은 예외 없이, 어떻게 포장되든, 가짜 또는 꼼수의 논리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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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전직교수로, 제법 많은 책을 읽고 글쓰기를 좋아함. 원래 전자공학을 전공하였으나, 약 10여년 전부부터 양양학과 의학에 관심을 두고 많은 논문들을 읽고 해외 학술대회도 참가함. 지금은 본격적인 의학논문을 준비하고 있으나, 기존 의학계의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말미암아, 출판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 추후 영약학 의학관련 책의 출판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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