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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한국전쟁 당시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 일어난 전국 최대의 민간인 학살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이 출간되어 관심을 끌고 있다.

시민운동가로서 대전지역에서 20여 년 동안 활동해온 박현주 작가가 소설 '랑월(출판사 모두의책협동조합)'을 최근 출간했다.

랑월(朗月)은 '밝게 떠오른 달'이라는 뜻이지만, 최대 7000명의 민간인이 한국 군경에 의해 학살된 골령골의 지명인 '낭월동'을 뜻하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의 부제는 '대전에 살다 골령골에 묻히다'. 이 소설에는 가상의 인물과 사건이 등장하지만, 실제 대전 인근에서 살다간 우리 선배들의 삶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복원해 놓고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충남도청 앞 거리를 걷고, 목척교를 건너고, 대전천과 유등천과 갑천과 금강을 누리고, 회덕과 진잠과 유성의 너른 들을 달리고, 고개 들어 보문산, 계족산, 식장산, 계룡산 능선을 눈에 담으며 살았던 우리 선배들의 모습 그대로다.

이들은 역전 시장에서 허기를 채우고 대전역에서 기차를 기다렸을 70여 년 전 대전 사람들이다. 그들과 우리는 살아가는 시간은 다르지만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저자는 그들의 삶을 소설로 복원하며 '내가 태어나기 전, 대전이라는 곳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세상을 꿈꾸고 활동했을까, 산내에서 죽은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하는 궁금증을 풀어나간다. 
 
대전산내민간인학살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랑월'. 저자는 대전지역에서 20여년 동안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박현주 씨.
 대전산내민간인학살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랑월". 저자는 대전지역에서 20여년 동안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박현주 씨.
ⓒ 모두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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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랑월은 일제강점기를 견뎌내고 민주주의 국가를 꿈꾸었던 사람들의 비극적이고 처절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민중을 고통의 도가니에 몰아넣던 반민족세력, 반민주세력을 픽션으로나마 정죄하고, 나아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산내학살 희생자와 유족들의 한을 달래고 있다.

이 소설은 작가가 10년 동안 공을 들여 준비한 작품이다.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일하면서 산내민간인학살희생자위령제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이 사건을 소설로 써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의 결심은 10년 동안 그를 괴롭혔다.

"누구에게 약속한 것도, 책임질 만한 자리에서 선언한 것도 아닌데, 목숨이라도 담보 잡힌 사람처럼 저는 중간에 포기할 용기조차 내지 못했다"고 그는 서문에서 괴로웠던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소설이지만 역사적 사실에 대한 고증이 필요해 자료를 찾느라 석 달 동안 한 줄도 쓰지 못한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마음이 무거웠고, 시름이 깊어져 갔으며, 산내에서 돌아가신 낯모르는 영령들께 죄책감마저 들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그렇게 길고 긴 세월을 견디어 작품이 완성됐지만, 다시 세상에 책으로 출간되기까지 또 다시 5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 책은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학살이라는 주제가 주는 무게감도 상당하지만, 작가의 고통과 인내가 담긴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소설 한권의 출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 책에 담긴 의미가 너무나 크다.

다만 작가는 독자들에게 "골령골의 비극에 너무 몰입하지 않았으며 좋겠다"고 당부한다. 그저 "대전 사람들이 살아 움직였던 시간, 한순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을 인생, 전쟁과 함께 죽음의 골짜기로 끌려갔지만, 눈부시게 사랑하고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창조해냈던 뜨거운 삶을 눈여겨 보아 달라. 죽음보다 훨씬 크고 아름다웠던 삶에 더 주목해 달라"고 당부한다.

한편, 대전산내민간인학살사건은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 6월과 7월, 이듬해 1월까지 대전 동구 낭월동 13번지 일원 산내 골령골에서 제주4·3사건 및 여순사건 관련자, 정치범 등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대전·충남·북 보도연맹원 등 민간인 최소 1800명에서 최대 7000명을 한국군경이 법적절차 없이 집단 학살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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