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골프 레슨
▲ 골프 골프 레슨
ⓒ 언스플래쉬

관련사진보기


골프를 시작했다는 말을 친구가 골프는 직접 치면서 배워야 한다고 바로 스크린 골프장으로 나를 초대(!)했다. 나는 골프채를 쥐는 법만 배웠는데 무슨 스크린 골프를 치냐고 물었다. 친구는 자신은 레슨 없이 선배들과 스크린 골프를 치면서 골프를 배웠다면서 웃었다. 나는 반신반의하면서 견학하는 심정으로 친구를 따라 다음 날 아침 스크린 골프장에 첫발을 들였다.

나는 주말 아침잠을 포기하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약속한 스크린 골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른 아침인데도 스크린 골프장이 활기가 넘쳤다.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아침 운동과 친목을 위해 모인 것 같았다. 골프를 치는 내내 옆방에서 들려오는 긴 탄식과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주말에 스크린 골프장은 방마다 예약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굿샷!
'그렇게 공을 치면 어떡해?'
'그건 아니지. 편 잘 못 골랐네?'
'잘 못 휘둘러서 뒤땅을 쳤어.'
'퍼터를 그렇게 치면 어떻게. 거리가 너무 짧잖아.'
'아! 벙커에 빠지면 안 돼!'
'파 퍼팅 찬스. 아직 역전의 기회는 있어.'


친구들의 흥분한 목소리가 실내에 가득했고 낯선 골프 전문용어가 난무했다. 나도 친구들 앞에서 팔에 힘을 주고 첫 번째 티샷을 치기 위해 티박스에서 드라이버를 힘차게 휘둘렀다. 분명히 공을 보고 휘둘렀는데 빈 스윙 소리만 방 안에 가득했다. 이상하다. 왜 공이 안 맞지?

한 친구가 직접 티박스에 올라와 나에게 드라이버를 잡는 법과 휘두르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좀처럼 공을 맞히지 못하고 헛스윙만 반복하다 지쳐서 티박스에 누워 버렸다. 역시 골프의 실전은 쉽지 않았다.

친구들은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한 듯 신나게 웃었다. 나는 당황해서 공에 집중하고 다시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빗맞은 공이 데굴데굴 앞으로 굴러갔다. 나는 어이가 없고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 큰 드라이버로 공을 못 맞히는 것이 스스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공은 굴러서 겨우 20미터 거리에 멈추었다.

그날 내가 친 골프공은 홀컵이 있는 그린에 올라가기는커녕 화면 안에 넓은 골프장 잔디를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아이언, 드라이버, 퍼터, 웨지 등 이름도 처음 들어 보는 모든 골프채를 동원해서 휘둘러 보았지만 공은 쉽게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다른 친구들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골프채를 휘두르고 그린에 척척 올리며 실력을 발휘했다. 마치 노래방에서 노래를 못 불러서 눈치 보고 앉아 있는 사람처럼 나는 아쉽게 화면만 응시하고 있었다. 결국 그날 골프 경기를 하지 못하고 친구들에게 돌아가며 골프 레슨만 받으며 끝났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골프 레슨
▲ 골프 골프 레슨
ⓒ 언스플래쉬

관련사진보기


중년에 운동을 배우는 새로운 방식

정신없이 스크린 골프를 끝내고 함께 늦은 아침을 먹으며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들에게 주말 이른 아침부터 골프를 하는 이유를 물었다.

"주말에 가족들이 늦잠을 자는 동안 내 자유시간이라  운동을 해."
"주중에는 일이 바빠서 운동할 엄두가 나지 않지만 주말 아침 운동을 하면 몸이 가벼워."
"이렇게 친구들과 모여서 운동을 하면 한 주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
 

내가 주말에 주로 늦잠을 자는 동안, 이들은 모여서 아침 운동을 위해 잠을 미루고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처음으로 스크린 골프를 하면서 비록 공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지만 골프 레슨의 필요성과 운동에 대한 열의가 생겼다.

친구들과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주말에 모여서 같이 웃으면 운동할 수 있는 것만으로 골프를 배우는 의미가 충분했다. 그동안 친구들과 가졌던던 술자리 위주의 모임도 활력 있는 아침 운동 모임으로 바꿀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운동이든 초급자에게는 진입 장벽이 있기 마련이다. 운동을 시작해 보면 체력도 부족하고 자세도 어색하고 내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마음처럼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답답하고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운동을 통해 몸의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생겨났다. 나이가 들수록 자꾸 나도 모르게 고집을 부리고 젊은 사람들을 가르치려 한다. 그러나 운동을 시작하는 순간 겸손함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게 되었다.

골프는 매번 스윙이 달라서 공이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날아간다. 마치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공도 내 마음처럼 안 된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 제대로 맞춘 공은 경쾌한 소리를 내며 앞으로 쭉 뻗어간다.

그동안 살면서 수많은 시행착오와 헛고생을 했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운동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운동도 빨리 실력을 키우려고 서두르고 타인과 경쟁하듯 배우면 과정의 즐거움이 사라질 것이다. 나는 이제 나이에 맞게 천천히 운동을 배우는 과정을 즐기고 싶다.

비록 실력이 금방 늘지 않아도 조금씩 성장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것이 좋다. 골프공을 앞에 두고 스윙을 하는 순간은 오직 공에 집중할 뿐이다. 비록 굿샷이 아니라 헛스윙을 하더라고 다음 공을 잘 치기 위해 마음을 다잡고 다시 티박스 위에 선다.

매트 위에 서면 나는 세상을 향해 새로운 도전하는 청년으로 돌아간다. 오늘도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힘껏 골프채를 휘두른다. 휙.휙.휙. 이것은 분명 바람을 가르는 소리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함께 싣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하루를 일상 여행자로 틈틈이 일상 예술가로 살아갑니다.네이버 블로그 '예술가의 편의점' 과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그림작가 정무훈의 감성워크북>이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