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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이후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제보자 조성은과 김웅 의원의 통화 내용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원했고 고발사주 의혹의 실체에 접근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웅 의원이 "고발장, 대검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하세요"라고 말하는 등 고발장 제출과 관련하여 검찰과 공모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범죄 사실의 입증을 위해 소명해야 할 내용이 많지만, 단호히 공모 사실을 부인했던 김웅 의원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다만 공수처의 수사 성과와는 별도로 최근 공수처의 행보는 무척이나 우려스럽다.

공수처는 수사기관이다.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은 매우 중요하다. 정치적 중립은 정치적 치우침 없이 공정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것에 있다. 수사기관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서 여당, 야당 혹은 언론의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수용하고 편향된 정치적 주장은 과감하게 배척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수사 개시에 있어 공수처가 가진 기준이 정치적 중립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요소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수처가 입건한 사건을 살펴보면 그러한 기준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 수 없다. 오히려 기계적 중립을 정치적 중립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공수처는 김학의 불법출국 사건과 관련하여 이성윤 검사장을 입건하면서 한명숙 모해위증사건, 옵티머스 부실수사 등을 이유로 윤석열 사단의 수사를 시작했다.

공수처는 여당이 주장하는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를 개시하면서 야당과 보수 언론의 반발을 고려해 국정원장을 입건했다. 반복되는 공수처의 선택에 공수처가 인식하고 있는 정치적 중립이 단순히 기계적 중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더 큰 문제는 공수처가 수사 범위를 확대하면서 중요한 사건의 수사를 지체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공수처의 현재 수사 인력으로는 공수처가 현재 접수한 사건들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없다. 공수처는 현재 13명의 검사가 있다. 10월 중 검사가 추가 임용될 예정이지만 집체교육 등 물리적인 여건을 고려했을 때 공수처 조직의 완비에는 상당부분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검사 인력의 파견 등 검찰과의 유기적인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공수처의 업무 과중은 심해질 것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 고위공직자들은 공수처에 수사를 요청함으로써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선 전 유력 후보들의 혐의에 대한 진실 규명은 대선 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지루한 정치 싸움은 새 정부가 들어와도 계속될 것이다.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공수처가 생겼지만, 공수처를 통해 적폐수사는 더욱더 어렵게 된 형국이다.

공수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특정 사건을 선택하고 집중했다는 점에서 여야의 정치적 비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수사의 결과로 답을 하면 된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면서 사건 수를 늘리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공수처에 가장 중요한 일은 명확한 판단 기준의 수립과 신속한 실체 규명에 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유력 대선후보들의 각종 범죄혐의에 연루되어 있다. 선거 결과를 단언할 수 없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유력한 대선후보가 될 것이고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가 선택하고 집중해야 할 대상은 명백해 보인다. 더는 범죄자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그토록 바랬던 공수처의 존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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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인권, 법률분야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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