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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여성화

일상, 경제활동, 사회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기반은 바로 '돌봄'이다. 돌봄노동은 아동, 노인, 환자, 장애인 등 취약한 이들을 돌보는 것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전반의 활동을 말한다. 사회를 지탱하기 위해서 돌봄활동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성차별적인 구조 안에서 여성의 역할로 간주되어 주로 여성에 의해서 수행되어 왔다. 그리고 '여성이 하는 일'이란 이유로 돌봄은 평가절하되어왔다. 기후위기로 촉발된 코로나19의 영향은 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서울시 성인지통계(2021)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여성의 하루 가사노동 시간은 2시간 26분, 남성은 41분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가사노동 시간이 3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2시간 1분, 남성은 38분으로, 남성에 비해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이 1시간 23분이나 길었다. 경제활동을 함께 하더라도 가사노동은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은 유급노동자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돌봄은 대표적인 저임금-저가치 노동이다.

저임금의 임시직 돌봄 일자리

우리 사회에서 공적 돌봄제도가 확대된 이후 돌봄 일자리가 증가하고 임금도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성별, 연령에 따라 위계화된 돌봄노동의 배치는 거의 개선되지 않았고, 돌봄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과 임금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여년 사이 돌봄 영역에서 일하는 여성은 늘고 중고령자 비중도 크게 증가했으나 이런 경향은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돌봄 직종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여성정책연구원, 2020). 고용 불안정성도 마찬가지로 더 높다. 돌봄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여전히 전체 취업자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어서 돌봄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등돌봄, 장애인 돌봄, 환자 돌봄, 노인 돌봄, 가사노동 등 대부분 돌봄노동은 저임금의 비정규직 노동의 비중이 높다. 돌봄 담당자가 정당한 임금과 안정된 고용조건, 노동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경우 돌봄 서비스의 질도 보장되기 어렵다.

코로나19 이후 여성 가사돌봄의 가중

코로나19는 한국사회에서 이미 존재했지만 보여지지 않았던 돌봄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돌봄 체계가 잘 되어 있었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이미 문제가 있었던 돌봄 체계가 더 손 쓰기 어려울 만큼 큰 문제로 불거진 것이다.

보육시설과 학교가 운영을 멈추면서 이 몫은 그대로 가족으로 넘어가 가족 내 돌봄을 강화시켰다. 한국여성노동자회가 실시한 '코로나19가 여성의 임금노동과 가정 내 돌봄노동에 미친 영향(2020)'에 따르면 코로나 위기 이후에 돌봄 노동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응답자 56.2%가 코로나 때문에 돌봄이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가장 힘든 돌봄노동은 1위 식사준비, 2위 자녀 학습지도, 3위 청소라고 답했다. 방역 상황에 따라 대부분의 가족이 하루 세끼를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학교 수업도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가정 내 돌봄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일하는 여성노동자 33.5%가 가정 내 돌봄 역시 혼자 담당한다고 답했다. 30.7%는 남편이 분담한다고 답했으나 돌봄노동의 전체량 중에서 남편이 분담하는 노동량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공공돌봄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생긴 사회적 돌봄의 공백은 여성의 몫으로 떠맡겨졌다.

가사돌봄 부담으로 인해 여성들이 임금노동을 중단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돌봄 부담으로 인해서 임금노동을 중단할 위기에 있다는 여성들의 응답이 36.4%에 이르렀는데,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경우가 많은 30대 여성들은 그 불안이 55.2%(그만둘 가능성이 매우 높다 26.6%, 높다 28.6%)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사회적인 재난의 상황에 돌봄이 여성들에게 가중되면서 이로 인해 노동 현장에서의 위치도 위협받는 연쇄 위기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돌봄의 공공성을 위한 정책 제안

돌봄 노동은 기후위기 시대에 대표적인 저탄소 일자리이다. 또한 돌봄 전환 자체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고 대응하기 위한 사회적인 전환에 있어 기본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이 공공돌봄을 담당하는 돌봄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장의 돌봄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선 돌봄 노동자에게 고용안정과 정당한 임금이 지급되어야 한다. 노동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정당한 임금과 대우와 안정과 경력에 따른 인정이 보장되어야 함은 기본이다. 사회의 필수노동으로서 돌봄노동이 가치를 인정받고 남녀노소 누구나 기꺼이 선택하는 전문 직업이자 생업이 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양질의 안전한 돌봄 제공을 위해서는 더 많은 돌봄 일자리가 필요하다. 돌봄 노동자 1인당 배정된 돌봄 대상자 수가 조정이 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충분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장주의가 아닌 돌봄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돌봄을 성별화된 노동, 특정 시기 특정 대상에게 필요한 것으로 간주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여성에게 가중된 돌봄을 넘어서기 위해서 남녀노소 모두가 돌봄을 제공할 수 있고 또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돌봄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기후위기가 가속화될수록 사회 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임계점을 넘기 전에 '돌봄'을 중심으로 방향성을 설정하고, 사회체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올해 여성환경연대에서는 서울특별시 성평등기금의 지원을 받아 ‘여성X기후위기’를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간담회의 내용을 기반으로 정책 제안집을 발간했다. 여성농민/풀뿌리 운동/기후변화 적응대책/돌봄정책 총 4가지 분야로 정책을 제안했으며, 해당 자료집은 여성환경연대 공식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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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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