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살아 있는 어느 하나 가벼운 목숨이 없다지만 웅담채취용 사육 곰의 현실은 다릅니다. 말린 웅담의 무게 19g이 이들의 삶의 무게로 취급되는 현실.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400여 마리의 곰이 오로지 웅담을 위해 사육되고 있습니다. 녹색연합은 네 차례에 걸쳐 사육 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기자말]
* 1편 <철창서 10년 버티다 죽어야 하는 나...법이 그렇답니다>(http://omn.kr/1vb8j)에서 이어집니다.

전 세계에서 웅담을 위해 곰을 사육하는 일이 합법인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단 두 곳뿐입니다. 부끄럽고 잔인한 이 사육 곰 산업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4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때 1400마리까지 늘었던 웅담 채취용 사육 곰은 이제 400여 마리가 남았습니다. 그동안 곰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대한뉴스 제 1557호-야생동물 사육
 대한뉴스 제 1557호-야생동물 사육
ⓒ KTV

관련사진보기

 
곰을 비롯한 야생동물 사육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곰은 잡식성 동물로 안전관리만 유의하면 병 없이 쉽게 사육할 수 있습니다. 곰에서 나오는 웅담과 피 가죽 등은 국내 수익뿐만 아니라 수입 대체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사육 가능한 야생동물입니다.
 
1985년 9월 6일 자 <대한뉴스>에 나온 내용입니다. 1980년대 초 정부는 재수출을 통한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해 곰 사육을 허용했습니다. 이렇게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된 곰이 493마리입니다. 하지만 이후 멸종위기종 보호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면서 1985년 곰 수입이 금지되었습니다. 1993년 7월에는 한국 정부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가입하면서 곰 수출 길 또한 막혔습니다. 

이렇게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곰에게는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곰을 활용할 길이 막힌 농가는 정부에 끊임없이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1999년에 24년 이상 노화된 곰의 처리 기준이 법적으로 마련됐습니다. 정부가 농가의 경제 손실을 보전한다는 이유로 웅담 채취를 합법화한 것입니다. 2005년 이 기준은 10년 이상으로 다시 한번 완화됐습니다. 10살이 된 곰은 웅담을 위해 도살할 수 있는 게 우리나라 법의 현실입니다.

사육 곰 특별법과 증식금지 사업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 중인 반달가슴곰 두 마리
 웅담 채취용으로 사육 중인 반달가슴곰 두 마리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사육 곰 문제가 점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2010년에는 홍희덕 의원 대표 발의로 '사육 곰 관리를 위한 특별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육 곰 증식 금지 조치, 국가 주도 사육 곰 전량 매입, 매입한 곰의 관리가 법의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사육 곰 매입비 등 대규모 예산이 필요하고, 사육 곰 전수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특별법을 반대했습니다. 결국 발의안은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2013년에 장하나 의원(민주당)과 최홍봉 의원(새누리당)이 사육 곰 관련 2개의 특별법안을 다시 발의해 제정에 대한 기대를 모았지만 매입 예산과 사유 재산 문제 등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 두 건의 발의안 역시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고 말았습니다.

발의된 법안에 들어 있는 전량 매입안은 정부가 곰을 사들여 관리하고 보호하는 것으로 국민 정서와 국제 흐름에도 잘 부합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전량 매입안 대신 증식 금지 사업을 선택했습니다. 사육 곰 정책 폐지를 위해 처음 정부의 예산이 투입된 증식금지 사업을 통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900여 마리 사육 곰 중성화를 완료했고, 동시에 사육 곰 전체 DNA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관리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현재진행형인 사육 곰의 고통

3년에 걸친 증식 금지 사업이 완료되면서 더 이상 웅담 채취용 사육 곰이 새로이 철창 안에서 태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이는 한국 곰 사육 역사에서 큰 전환점입니다. 이제 구례에는 곰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시설이 지어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의 끊임없는 감시와 요구가 없었다면 지금까지의 변화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사육 곰과 관련된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남아 있는 농장에 대한 모니터링과 잔여 개체에 대한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또 매년 발생하고 있는 곰 탈출 문제와 불법 증식 문제 역시 해결이 시급합니다.

1981년 시작된 곰 사육 역사는 긴 시간을 겪으며 복잡하게 꼬여 버렸습니다. 그 얽힌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여전히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협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 사이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정부가 개입을 망설이고, 농가가 손을 놓은 사이 철창 안에 방치되어 왔던 곰들의 고통은 그 누구도 보상해줄 수 없다는 것을. 개체 수로 세어질 때만 의미가 있던 수많은 곰들이 실은 하나하나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라는 것을.

우리가 이 고통을 잠시라도 잊고 외면한다면 잔인한 사육 곰 산업의 끝은 여전히 먼 일이 될 것입니다. 사육 곰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철창 밖으로 내민 사육 곰의 앞 발
 철창 밖으로 내민 사육 곰의 앞 발
ⓒ 녹색연합

관련사진보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녹색연합은 성장제일주의와 개발패러다임의 20세기를 마감하고, 인간과 자연이 지구별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초록 세상의 21세기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