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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와 식량난

한국은 식량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매우 높고, 식량자급률은 45.8%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농림축산식품부, 2019). 정부에서 신경쓰는 쌀 자급률은 92.1%이지만, 밀은 0.7%, 옥수수는 3.5%, 콩은 26.7% 정도로 매우 낮다. 앞으로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재해는 더욱 빈번해질 것이고, 그로 인해서 안정적인 식량 생산이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은 절반 이상의 식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식량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수입곡물의 상당 부분이 GMO(유전자 변형 식품)이며, 1인당 연간 GMO 소비량은 45㎏으로 세계 최대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LMO)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GMO 총수입량은 1164만 톤으로, 2017년 960만 톤, 2018년 1021만 톤을 넘어 매년 대폭 늘어나고 있다. GMO 종자를 쓰지 않는 농민들도 대부분 스스로 씨를 받지 않고 다국적기업의 종자를 사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소수의 다국적기업이 종자산업을 독점하고 있고, 경제성이 높은 작물을 중심으로 수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생산주의 농업 정책

한국은 과거 농업국가에서 소위 선진국으로 이행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농민을 줄이고 농업 단위를 대형화하는 대규모 영농 중심의 정책을 펼쳐 왔다. 그 결과 현재 농민 수는 급감했고, 농민의 노령화, 소수의 대농 중심 정책, 생산 중심이 아닌 수급을 맞추는 수급 위주의 정책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농지 가격 상승 및 고가의 대형 농기계(콤바인, 트랙터, 이앙기 등)로 새로운 농민의 진입 장벽마저 높다. 이러한 진입 장벽으로 인해 농사를 짓지만 자기 농지를 갖지 못하는 영세농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인해 농산물 단가가 떨어지면서 농민들은 생계를 위해 농사 규모를 늘렸고, 이 과정에서 많은 농민들이 기계화, 화학 농법 등에 의지하게 되었다. 농지와 기계 모두 고가여서 농가 대출은 증가하고 소득 구조는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여성농민, 지원정책의 사각지대

기후위기 시대 식량안정화를 위해서라도 농민 생활의 안정화는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현재 농민지원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성농민은 사각지대에 서 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농업경영체 등록제도'를 중심으로 마련되어 있는 농민 지원체계이다. 여성 농민 대다수는 소농이자, 농지가 없다. 현재 '농업경영체 등록제도'는 농지를 소유하고있는 농업경영주를 중심으로 농민의 지원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여성 농민은 본인 명의의 농지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농사를 짓고 있음에도 농업인 증명에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농민수당, 직불금 등의 복지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한 부부 공동 경작의 경우에도 경영주는 남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 2016년 '공동경영주 제도'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경영주' 중심으로 지원이 되었기 때문에 '공동경영주'로 등록하더라도 어떠한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여성농민은 실제 농업에 종사하더라도 농업인으로 인정되지 못하고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가부장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농촌에서 여성농민들의 노동강도는 매우 높다. 농업뿐만 아니라 가사노동과 생계를 위한 겸업, 마을 활동 등으로 몇 겹의 노동이 쌓여있다. 여성농민이 이중삼중의 노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농가 중심 정책에서 여성농민의 노동은 여전히 무급노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실제로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농민이 농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마련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 올해 여성환경연대에서는 서울특별시 성평등기금의 지원을 받아 ‘여성X기후위기’를 주제로 간담회를 진행했으며, 간담회의 내용을 기반으로 정책 제안집을 발간했다. 여성농민/풀뿌리 운동/기후변화 적응대책/돌봄정책 총 4가지 분야로 정책을 제안했으며, 해당 자료집은 여성환경연대 공식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태그:#여성환경연대, #기후위기, #여성농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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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창립한 여성환경연대는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모든 생명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녹색 사회를 만들기 위해 생태적 대안을 찾아 실천하는 환경단체 입니다. 환경 파괴가 여성의 몸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여성건강운동, 대안생활운동, 교육운동, 풀뿌리운동 등을 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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