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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하루종일 꿀꿀하고 가을비가 내리네요. 늦은 저녁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저의 세상 얘기를 들려 드릴게요. 이 PPT자료 안에는 다섯 개의 퀴즈가 있구요, 달달한 초콜릿을 선물로 드립니다. 첫째 퀴즈! 여러분께서 알고 계시는 저, 모니카를 다른 말로 표현주신다면 저는 어떤 사람일까요?"

"제가 보아온 선생님은 길이 되는 사람, 없는 길도 만드는 사람, 행동에 반드시 결과를 책임지는 사람인 것 같아요."

이런 극찬을 받아도 되는 자리에 서 있는 나는 누구일까. 두 번의 기회를 얻어 누구나 쓸 수 있는 일상 에세이를 쓰고 독립출판으로 황송하게도 작가라는 이름으로 작가특강 자리에 섰다. 군산의 동네서점 예스트가 예쁜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몇 달 전 작은서점 지원사업으로 진행되는 올해 마지막 작가특강에 '누가 하시겠어요?'라고 배지영 작가(한길문고 상주작가)가 물었다. 자격조건으로 책을 한 권 이상 낸 사람이라고 해서, 속으로 '두 번째 책도 나올 거니까 나도 하고 싶다'라고 손을 번쩍 들었다.

어찌나 번개처럼 빠르게 손을 들었는지 함께 책을 낸 다른 분들은 나이와 속도에 밀려 하고 싶다는 말도 못했을 거다. '특강 한번 해주세요'라고 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기회가 있을 때 치라 하지 않았던가.

평소 강의와 강연에 익숙했던 터라 전달할 스토리만 정리하면 자료 만들기는 뚝딱이었다. 만들면서 동시에 말하기 연습이 저절로 되니 강연자료 준비에 특별한 노고가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뜻하지 않았던 복병 '코로나 검사'에 걸려 강연이 취소될 위기에 놓였다. 못하게 된다면 이것도 운명이려니 싶어 배 작가에게 전화로 문의한 후 준비했다.
 
작은서점 지원사업인 10월의 작가특강으로 저를 추천해주신 배지영작가가 만들어준 포스터
▲ 박모니카 작가특강 작은서점 지원사업인 10월의 작가특강으로 저를 추천해주신 배지영작가가 만들어준 포스터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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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신속하게 코로나 검사가 음성으로 나온 후에야 강연을 잘하고 싶다 라는 맘이 일었다. 한 시간 안에 청중을 지루하지 않게 하려면 PPT 15장 내외, 말의 속도 중간, 재밌는 퀴즈로 소통, 특히 너무도 나를 잘 알고 있는 청중이 나에게 호기심을 갖게 하는 기술, 작은 선물준비 등 혼자 중얼 중얼거리며 강연자료를 만들었다.

집안 잔치처럼 조촐하게 정담 있게 강연이 시작되었다. 이숙자 선생님, 구르미 선생님이 주신 국화꽃을 앞에 두고, 배 작가의 소개 멘트에 박수를 받았다. '길이 되는 사람'이라고 극찬까지 받았으니 이 시간을 통하여 진정한 작가의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이 시간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얘기로 세 가지를 준비했어요. 첫째, 행복에 대해서, 둘째, 내 삶의 신세계, 글과 책의 세상에 대해서, 마지막으로 지금도 늦지 않은 꿈에 대해서입니다."
 
오늘 서 있는 이 자리에 진정한 작가의 의자를 놓고 싶다고 말했다
▲ 강연의 첫머리 오늘 서 있는 이 자리에 진정한 작가의 의자를 놓고 싶다고 말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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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고 있는 행복에 대한 명언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행복이란 두 글자로 이행시를 지은 분께 초콜릿을 드렸다. 지금의 내 행복 근원에는 결혼 전에 부모요, 결혼 후에 남편의 배려와 지지가 1등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커서 우리 부부 곁을 떠나는 시간이 많을수록 신기하게도 남편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짐을 직접적으로 고백한 것이다.

일상의 주요 세 무대-학원일, 봉사일, 글쓰기 일-를 순차적으로 전했다. 특히 올해 주요봉사활동으로 시작한 필사시화엽서나눔을 함께 봉사해주심에 감사드렸다. 코로나로 답답한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 시작한 시 필사의 펄럭임 하나가 이제는 몇몇 문우들과 지역 학생들의 필사시화엽서제작으로 발전했고, 더 나아가 우리들의 엽서를 받으시는 무료급식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기다림을 꽃피웠다고 전했다.

우연히도 강연에 온 사람들 모두가 필사시화활동을 함께 해서 나의 말 한 마디에도 공감의 목소리로 화답해주었다. 봉사자들의 작품을 그냥 나눔만 하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모음집으로 만들었던 시화집을 보이면서 내 두 번째 책 출간보다 더 더 의미있고 보람된 추억이라고 말했다. 시화집의 제목인 '<씨앗으로 영그는 소리>는 어느 시인의 시에서 나온 문구일까요?'를 퀴즈로 내니 안나샘이 '이해인 시인이에요'라고 답해서 역시나 시화집 표지그림 작가다웠다.

나의 평범한 일상인 일터와 봉사활동이 무대 위로 드러나게 된 결정적 토대는 바로 글쓰기라는 신세계가 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렇다. 오십 중년이란 단어가 노년을 앞둔 단순히 시간적 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중후하고 중심이 되는 시기임을 글쓰기를 통해 처음 알았다. 인생길의 막바지라고 생각하고 보고만 있을 것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구부러진 길 뒤에 있을 또 다른 세상을 만날 것인가를 밀도있게 사유하게 되었다.

나의 큰 바람 중 하나는 일 년에 한 권씩 책을 출간하는 일이다. 지역작가 에세이반이라는 문고리를 잡고 나니 이제는 그 고리를 단단히 잡고 싶다. 내년에는 어떤 종류의 이야기를 쓸 것인가 생각해보면 이미 기획안이 머리에 스친다. 중요한 것은 게르지 않고 꾸준히, 길든 짧든 매일 글을 쓰는 일이다. 이번 두 번째 출간도 꾸준하게 쌓인 글감을 재정리해서 내 삶의 서로 다른 영역을 볏 짚단 쌓듯 누적시킨 결과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늦지 않은 꿈에 대해서'를 말했다. 욕심 많을 수도 있지만 가장 큰 두 가지 줄기가 있다. 하나는 동네책방이든 동네 도서관이든 내가 가진 책과 함께 공공독서장소를 만드는 것이다. 그곳에서 책을 기부받고 기부하는 사람들과 돌고 도는 선 순환제도의 참 맛을 느끼고 싶다. 또 하나는 코로나 이후로 멈춰있는 해외 자원봉사와 지역의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활동을 매일매일 생각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남편의 후배가 너무도 정중히 싸인을 원해서 기쁘면서도 황송했다
▲ 강연장에서 싸인을 하는 영광 남편의 후배가 너무도 정중히 싸인을 원해서 기쁘면서도 황송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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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의 손님들에게 마지막 퀴즈로 이런 문제를 냈다.

"제 두 번째 에세이집 <오마이 라이프로의 초대>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시 구절인데요, 다음에 들어갈 글자를 맞추는 거예요. 누가 제 책을 읽어보고 오셨을까요~~"

"다섯번째 퀴즈 – 행간을 지나온 0들이 0처럼 따뜻하다. 바로 이기철 시인의 <따뜻한 책>의 첫 구절입니다."

지인이 대답했다. '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라고. 내년에 세 번째 책이 나오다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책'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당당하게 작가의 의자에 앉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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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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