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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하다. 잠잠해질 만하면 제2차 유행, 3차 유행이 이어졌다. 또 명절부터 이어진 연휴에 선선해진 날씨까지 더해져 사람들의 이동량이 많아졌고, 추가 확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사태는 우리의 일상에 많은 변화를 만들었다. 많은 기업의 근무체제가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로 굳어졌으며, 사람들은 실내 생활 및 활동에 익숙해졌다. ILO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전 세계 근로자의 약 20%가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 역시 2년째 주 2회 이상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으며, 넷플릭스 시청이나 독서 등 실내 활동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곤 한다. 다만, 새로운 사이클에 익숙해질수록 단순한 일상에 무료함이 커져갔다. 업무와 주거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졌고, 일을 끝내도 퇴근 후의 개운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일상에 환기를 시켜줄 방법을 찾다 '워캉스'를 경험해봤다. 워캉스란 Work(일)+Vacance(휴가)의 합성어로, 말 그대로 업무와 휴식을 동시에 취하는 것이다. 쾌적한 환경에서 업무를 할 수 있고 코로나 걱정 없이 여가를 보낼 수 있어 필자에게는 최적의 방법이었다.

작년부터 호텔 업계는 필자처럼 재택근무에 질린 직장인을 타겟으로 한 이색 패키지를 쏟아냈다. 숙박 없이 근무 시간대에 맞춰 8시간 머물 수 있는 '반(半)캉스' 패키지부터 36시간 패키지, 넷플릭스 무제한 패키지, 맥주와 치킨 등 음식이 포함된 패키지까지 다양하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현상이다. 휴양지로 유명한 몰디브의 리조트들도 작년부터 'Work Well'이라는 워캉스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필자는 휴일을 하루 끼고 비즈니스호텔의 24시간 패키지를 예약했다. 가격도 7만 원 초반대로 저렴했다. 오후 여섯 시 체크인에 앞서 근처 마트에서 와인부터 저녁식사 메뉴, 간식, 다음날 먹을 식사 메뉴까지 구매했다. 장을 보는 순간부터, 아니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미 호캉스는 시작됐다. 대중교통을 타고 집에서 30~40분 거리에 불과하지만 이미 제주도에 여행이라도 가는 것처럼 설렜다.
 
 호텔 내부
 호텔 내부
ⓒ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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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캉스를 즐기는 모습
 호캉스를 즐기는 모습
ⓒ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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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호텔인 만큼 룸도 작고 고급스럽지는 않았지만, 근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큰 창에 널찍한 침대, 책상까지 혼자 워캉스를 즐기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완벽했다. 준비한 실내복으로 바꿔 입고 본격적인 호캉스를 즐겼다.

티비로 영화를 보고, 노래를 들으며 와인과 식사를 즐겼다. 집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이지만 평소와 다른 공간에서 즐기니 제대로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석양이 별이 되어가는 풍경을 지켜보고, 다시 새벽까지 휴식을 취하다 잠이 들었다.  
 
 호텔에서 오전 근무를 하는 모습
 호텔에서 오전 근무를 하는 모습
ⓒ 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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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 병을 다 비워 피곤할 법도 한데 다음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노트북으로 노래를 듣고 일출을 보며 식사를 하고, 씻고 책상 앞에 앉았는데도 아직 8시. 일을 빨리 끝내버릴 요량으로 한 시간 일찍 업무를 시작했다.

평소와 다른 공간이 주는 적당한 어색함과 긴장감이 집중력과 업무의 효율성을 높였다. 2~3시간이 걸릴 일을 1시간 만에 마쳤고, 다음날 해야 할 업무의 일부까지 가져와 끝낼 수 있었다. 그리고 산뜻하고 개운한 마음 반, 아쉬운 마음 반으로 짐 정리를 하고 체크아웃했다.

새로운 공간과 경험은 업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일상까지 환기시켜준다. 지루했던 일상의 패턴을 다시 깔끔하게 재정립해주는 것 같았다. 필자 기준 일상을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는 유효기간은 2~3주. 하루 투자 치고는 가성비가 좋다. 또, 여행처럼 비용을 많이 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휴가를 내기 위해 회사에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니 회사 입장에서는 좋은 일 아닌가.

단, 워캉스는 그야말로 바캉스. 즉 이벤트 개념으로 추천한다. 너무 자주 반복되면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특별할 것 없는 일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자. 재택근무에 지친 직장인들이라면 한 두 달에 한 번 정도 자신에게 워캉스를 선물해주는 것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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