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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년간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서 부동산 문제는 늘 여론의 화두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 이후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 집값을 모두 잡겠다는 정책 기조를 잡았다. 그러나 이미 상승 곡선에 오른 집값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4년간 25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으나 같은 기간 서울아파트 평당 가격은 93%나 올랐다. 집값이 상승하면서 '갭투자(매매가와 전세금 간 차액이 적을 때 그 차이(GAP·갭)만큼의 돈을 갖고 주택에 투자하는 방식)'와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라는 슬픈 신조어도 생겼다.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방향엔 대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해법은 다르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들과 정치권, 보수언론, 경제지는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 '공급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시장에 주택 매물이 많이 나와야 가격이 내린다고 보는 것이다. 부동산 세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같은 시각에서다.

그러나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또다시 투기가 과열되진 않을지, 과세하지 않으면 부동산 불로소득은 어떻게 사회로 환수할지 등에 대해선 답이 없다. 경제지가 주장하는 시장만능주의자 같은 해법들로 정말 부동산 시장,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부동산과 집값을 둘러싼 진실을 찾기 위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에서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를 만났다.

문재인 정부 주택 공급 부족하지 않다

- 우리나라 집값이 오름세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부 부동산 대책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비판하고 해결 방안은 함께 모색해야겠죠. 그런데 집값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경제지 보도를 보면, 마치 주택 공급을 늘리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식의 보도가 많습니다. 정말로 우리나라는 주택 공급이 부족한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집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원하는 집'이 없는 거죠. 더 좋은 집, 인간의 욕망에 맞춘 더 큰 평수의 아파트 말입니다.

집값은 소득 수준에 맞춰 가게 됩니다. 실질 소득에 맞춰 정상적인 집값이 유지될 때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가수요, 투자수요, 잠재수요 등이 동시에 몰릴 때가 있습니다. 토건 세력들이 집값을 올리려고 작전을 펼 때입니다. 매집하고 가격 담합까지 하게 되면 집값은 오르게 돼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집값이 올랐을 때 잠재수요가 실제 수요로 이어져야 오른 집값이 유지되겠죠.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대출입니다. 대출 요건이 완화될수록 집값을 올리거나 왜곡시킬 수 있는 작업은 편해집니다. 2016~2017년 사이 박근혜 정부에서 대출 완화와 양도세 감면을 시행했습니다. 명목 가격이 오르게 돼 있는 겁니다. 여기에 가수요, 투기수요, 외국 세력 등이 가세하게 되면 적정 주택 가격에서 거품이 형성됩니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집이 모자란다는 말은 박근혜 정부 때 시행한 제도들의 결과인 겁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저금리에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이것이 주택으로 몰리다 보니 빚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파트 외에 주택·빌라·다세대 비어 있는 거 많습니다. 실제 매물을 보더라도 서울의 전세 매물, 월세 매물 등이 작년 9월부터 계속 증가해 오고 있습니다. "

- 이런 다양한 상황이 있음에도 왜곡 보도 때문에 집이 모자란다는 분위기가 조장돼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지에서 집이 모자란다고 할 때 예로 드는 것이 서울에 있는 아파트입니다. 서울 아파트가 부족하다는 말만 반복하죠. 실제로 서울에 아파트 공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인가요.
"디테일 하나씩만 본다면 일부 타당성 있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부동산 시장 개념에서 보면 틀립니다.

한 해 평균 서울 아파트 선호 입주 물량이 3~4만 수준입니다. 그러나 경제 상황이 좋지 못했던 이명박 정부 당시, 서울 아파트 선호 입주 물량이 2만 7천 대 였습니다. 물량이 없으니 집값이 난리 났어야 하겠죠. 하지만 그 당시, 2011~2012년 최초로 서울 강남에 미분양이 터지고, 주택 가격은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경제지의 주장이 안 맞는 사례죠.
  
국토교통부 설명에 따르면 2019년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토교통부 설명에 따르면 2019년 서울 아파트 착공 물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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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파트에 인허가 물량, 착공 물량이 있잖아요. 인허가, 착공을 많이 하면 3~4년 뒤에 실제 살 수 있는 집이 많이 나오겠죠.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연평균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5만 호 가까이 됩니다. 이명박 정부 연평균 서울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3.8만 호, 박근혜 정부가 3.5만 호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집이 생기는 건 아니란 겁니다. 내년, 내후년에 집이 많이 나옵니다. 지금은 과도기이고 현재 시점에선 아파트가 모자란다고 할 수 있어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 경제지는 정부에서 여러 형태의 주택을 포괄해 공급 물량을 산출하는 데 대해서도 비판합니다. 아파트가 아닌 빌라, 다세대주택까지 끌어모아서 공급량이 충분하다고 하는 것은 수요를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말입니다. 아파트 선호도가 높을 순 있지만 다양한 세대, 소득 계층 등을 고려했을 때 다양한 주택 형태를 공급에 포함하는 게 문제라고 보이진 않습니다. 
"네, 맞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보면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유엔빌리지'라고 대기업 총수들이 사는 곳 있습니다. 다 단독 주택입니다. 아파트보다 더 비쌉니다. 경제지, 보수언론에서 말하는 것과 달리 이 경우 단독주택이 더 좋은 거죠.

다세대주택도 고급으로 지은 데가 있습니다. 한남동엔 다세대 한 세대가 몇 십 억하는 곳도 있습니다. 일부에서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해, 또 경제지에서 건설사 등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내다보니 그런 식의 허위 보도가 나온다고 봅니다.
 
주거실태 현황 중 주택유형 통계
 주거실태 현황 중 주택유형 통계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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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주거실태 현황을 보면 50% 가까이가 단독주택·다세대주택·연립주택에 거주합니다. 그중에 강남구 등엔 고급 다세대 빌라도 많죠. 나머지 서울시민의 50%는 길바닥에 사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주거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겁니다. '주택시장에서 모두가 아파트를 기대하기 때문에 아파트가 제일 중요한 공급물량이다'라고 하는 개념은 잘못된 접근이죠."

'주택 가격 올랐다'만 보도하는 경제지

- 경제지가 주문하는 것 중엔 '부동산 규제 완화'도 있습니다. 임대차 3법 규제 완화도 있고요. 하지만 기사를 보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완화하라는 건지 알기 어려운데요. 경제지가 말하는 규제의 실체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재건축 용적률 완화, 두 번째는 양도세 완화입니다. 다 기존 투자 세력에 도움 되는 말들입니다. 임대차 3법 규제 완화는 그냥 같이 넣어놓은 겁니다.

작년 7월 통과된 임대차 3법은 ▲ 2년+2년 총 4년 거주 권리를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 ▲ 전·월세 임대료 5% 상한제 ▲ 전·월세 신고제가 주 내용으로 무주택 서민의 주거복지 안정에 기여할 거예요. UN 경제사회문화적권리위원회에서 2013년부터 임대료 인상 제한 등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는데 이제 통과한 거죠. 그런데 투자 세력과 소유주들이 이 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서 임대차 3법을 더 강화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완화라는 건 말이 안 되고요.

재건축 용적률 완화도 말장난입니다. 재건축 관련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그 규정을 곧바로 적용해서 집 지을 수 없습니다. 집이 당장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용적률이 늘어나면 그에 맞게 사업계획을 다시 잡아야 하겠죠. 4~5년은 더 걸립니다.
양도세 완화는 일부 타당성이 있습니다. 2주택자의 양도세는 75%, 3주택자의 양도세는 85%인데 완화하게 되면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가 있겠죠."

- 부동산과 관련해 경제지의 대표적 허위 보도를 소개해주신다면요.
"첫 번째는 신고가(新高價) 허위보도입니다. '어느 지역 아파트 단지가 몇 개월 만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런 보도 많이 보셨을 겁니다. 저는 그런 보도를 보면 어김없이 그 단지를 확인해 봅니다. 신고가도 있지만 가격이 떨어진 매물도 있습니다.

언론사라면 두 가지 데이터와 정보를 소비자에게 모두 전달해야죠. 하지만 그러지 않는 보도가 비일비재합니다. 최근 2~3년 동안 모니터링을 해 보면 이런 기사에 거론된 아파트 10개 중 8개가 매물 반 이상은 하락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보도를 안 합니다.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들이 잇따른다는 경제지 보도들
 신고가를 경신하는 아파트들이 잇따른다는 경제지 보도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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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평균 가격 관련 왜곡 보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억, 5억, 10억짜리 주택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어느 달엔 한 달에 10억 주택이 10개 거래됐다고 하면 평균 가격이 10억입니다. 그런데 어느 달엔 5억 주택이 5개 거래됐다고 해 봅시다. 평균 가격이 5억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낮아진 달은 보도가 안 됩니다. '서울 주택 매매 평균 가격 10억 돌파'라는 기사가 나오고 난 후 어떤 보도를 보았는지 생각해 보세요."

- 주택 가격이 올랐다는 정보만 취사선택해서 보도하는 문제가 있네요.
"마지막으로 전·월세 매매 물량의 허위보도가 심각합니다. 2020년 8월 21일부터 허위매물 신고제가 시작됐습니다. 그래서 8월 말부터 허위 매물이 없어졌습니다. 이제 진짜 매물만 있게 되고요. 만약 공인중개사가 허위매물을 실으면 내야 하는 기본 벌금이 500만 원입니다. 포털에서도 하나의 집을 두 공인중개사가 소개하면 두 개의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물건으로 정리합니다.

결론적으로 보면 작년 9월부터가 진짜 매물 현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년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이 3만 7천여 개, 월세 7천여 개, 전세 7천 8백~8천여 개 였습니다. 그것이 8월 이후로 6개월 동안 한 번도 쉬지 않고 물건이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매물이 씨가 말라'와 같은 보도들만 나오죠. 이건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아파트 단지나 신축 아파트 단지 등만 가지고 보도하는 겁니다. 지난 연말 실제 매물 현황을 보면, 아파트의 경우 서울 매매 물건이 3만 7천여 개에서 4만 4천여 개까지 올라갑니다. 7천 개가 늘어난 겁니다. 그런데도 보도를 안 합니다. 언론에서 엄청나게 허위 보도한다고 느끼고 있죠."

집값 안정, 데이터 변화 나타나고 있다

- 그럼에도 무주택자 서민들은 경제지에서 말하듯 규제가 완화되고 주택 공급이 늘어난다면 내집마련이 수월해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언론에서 공급을 늘리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실제로 정부는 공급을 늘리고 있습니다. 언론에서 요구하는 획기적인 공급과는 시간차가 있지만 말입니다. 3기 신도시, 공공주도 3080, 공공 재개발 등은 진행되고 있거든요. 지금은 무주택 서민들이 상당히 어렵고 힘들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당히 과도기입니다. 흐름을 보면 1990년도 노태우 정부 때 1기 신도시를 추진합니다. 전국에 20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었죠. 이후 1990년부터 1997년 IMF가 터지기 전까지 집값이 안정됐습니다. 물량의 힘이 그렇게 셌던 겁니다.

문재인 정부가 약 200만 호 이상의 공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량 등을 고려해볼 때 3~4년 뒤부터는 집값이 내려가고 안정될 겁니다. 아주 상당히 과도기이기 때문에 무주택 서민 여러분들이 낙심하지 않아도 됩니다. 금리도 인상하고 있고요. 인구 구조도 생각해보면 집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다각도로 생각해서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게다가 정부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추구하지 않습니까. 정부 주요 시설을 지역으로 이전하는 등의 정책이 가시화되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주택 가격 안정이 쉽게 될 수도 있습니다."

-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문재인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 일관성과 방향성에 대해선 긍정적입니다. 다만 일부분, 임대차 3법의 독소조항 즉, 실거주 예외 조항으로 인해서 그것을 악용하는 세력들 때문에 시장이 왜곡된 부분이 있습니다. 이건 좀 실패라고 보고요.

임대 사업자 세제 혜택 유지에 대해서는 그런 정책을 줄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임대 사업자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는 경기가 나쁠 때 시행하는 겁니다. 경제 순환이 안 되어 건설사가 부도나는 등 문제가 있을 때, 집이 남아돌 때, 이럴 때 그 집을 누군가 사서 임대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자본의 동맥 경화 현상을 풀어주기 위해 시장에 주는 혜택인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때는 아닙니다.

그 강력한 세제 혜택 때문에 강남에서는 줄을 서서 집을 사고 사업자 등록을 할 정도였습니다. 시장의 투기꾼이나 전문가들은 집값을 잡는 데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죠. 작년부터 임대사업자 제도를 일부 폐지했는데, 더 빨리하면 좋았을 겁니다.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습니다."
 
한문도 교수가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한문도 교수가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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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집값 안정을 바라는 시민 여러분께도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아쉬운 정책도 있지만 그나마 이 정부에서 다행인 것은 3기 신도시의 속도입니다. 이번 3기 신도시에는 '패스트 트랙'이라고 해서 토지 보상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두었습니다. 대토(代土) 보상이라고 해서 토지 소유주에게 현금 대신 개발사업으로 조성된 토지를 주는 방식, 입체환지라고 해서 토지 소유주에게 대지뿐만 아니라 건축물 일부와 건축물이 있는 토지의 공유지분을 주는 방식 등을 마련해둔 겁니다.

그래서 이전에 비해서는 물론, 그 자체로도 3기 신도시는 빨리 진행될 겁니다. 이 추세라면 3~4년 뒤 집이 많이 나오겠단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고, 그럼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싸게 내놓으려 할 겁니다. 저는 2023년도부터, 빠르면 내년 말부터는 집값의 변화가 분명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데이터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태그:#민주언론시민연합, #부동산, #집값, #경제지, #당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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