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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은 사업주에게 근로시간 4시간당 30분 이상, 8시간당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의 의무를 부여해, 휴게의 양적인 측면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휴게를 위한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듯이 노동자가 충분한 휴게를 취할 수 있는 휴게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휴게시간에 대한 법적인 기준은 명백한 반면 아직까지 휴게공간에 대한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사실상 휴게 할 수 없는 휴게공간은 오히려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장소로 돌변한다. 열악한 휴게환경 속에서 노동자의 몸과 마음이 병들거나, 심지어 사망사고도 발생한다. 매년 여름 폭염이 시작되면 폭염주의와 함께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한 안전수칙들이 일기예보, 뉴스 등을 통해 안내되지만 정작 일터에서는 그러한 안전수칙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건설공사현장의 경우 현장노동자들이 무더위를 피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은 컨테이너, 그늘막 텐트가 전부이며 심지어 그 개수도 전체 노동자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5년간 온열 질환으로 산재가 인정된 노동자 156명 가운데서 무려 76명이 건설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휴게공간은 그다지 중요하지 못한 공간으로 취급된다. 

유통업 서비스·판매 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의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통업계의 휴게공간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상황으로 확인되었다.

휴게실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었고, 2015년 기준 주요 백화점이나 공항 면세점의 경우 휴게실 수용 가능 인원이 전체 직원 대비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곳도 존재하였다. 휴게공간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당시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의 55.7%가 어깨, 등/허리, 다리 등에 근골격계 질환 증상을 앓고 있었으며, 족저근막염과 방광염 치료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각각 6.7%, 19.5%에 달하였다.

휴게공간에서 사고를 당하는 노동자도 발생한다. 2021년 6월 7일,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급식실 휴게실에서 벽에 달린 옷장이 무너지며 휴게실 바닥에 앉아 대기 중이던 조리실무사들 위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4명의 노동자가 다리 등을 다쳤으며 그중 1명은 중상을 입어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사고가 발생한 휴게실은 노동자가 제대로 다리를 뻗을 수 없을 정도로 협소하였다. 수납장 등 가구를 놓을 공간이 없어 옷장을 휴게실 벽면 위쪽에 설치하였으며, 이를 지지할 받침대도 없이 짧은 나사못으로만 고정하였다. 옷장을 벽면에 설치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 또는 노동자들이 떨어지는 옷장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의 여유가 있었다면, 사용자가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안전하게 옷장을 설치하였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다. 

2019년 8월 9일, 2021년 6월 26일 서울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가 교내 휴게실에서 사망한 사건 또한 열악한 휴게공간이 문제였던 것으로 지적된다. 사망한 노동자가 사용하였던 휴게실은 모두 지하공간에 위치하여 창문도 없고 환기나 냉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으며, 환풍기를 켜지 않으면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여 도무지 편히 쉴 수 없었다. 휴게실이 협소한 것은 물론이며 싱크대나 탕비실같이 노동자가 위생을 점검하거나 취식을 할 수 있는 공간 또한 없었다.

다른 대학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의 대학교에서는 청소노동자에게 제대로 된 휴게공간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설령 휴게공간을 제공하더라도, 지하나 계단 밑과 같이 애초에 휴게공간으로 의도되지 않은 곳에 임의적으로 휴게실이라 이름을 붙이는 정도이다. 개별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 측에서 휴게권의 보장, 휴게공간의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지만 그 요구를 귀담아듣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산안법상 휴게공간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법률 제17326호, 2020. 5. 26.)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관계수급인의 근로자 포함)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추어야 한다.

본 개정법은 2022년 8월 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사업의 종류와 규모 등은 시행령으로, 휴게시설의 크기·위치·온도·조명 등의 조건은 시행규칙으로 규정될 계획이다. 

종전 산안법상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규정이 전무했고 휴게시설에 관한 사항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매우 간략하게 규정되어 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개정 산안법은 노동자의 휴게공간에 관한 사항을 보다 강력하고 자세하게 규율하려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아직 휴게시설과 관련된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내용이 정해진 바 없어 그 실효성을 가늠할 수는 없지만, 휴게시간을 누릴 권리가 노동자의 보편적 권리이듯 휴게공간에 대한 권리 또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개정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주가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감시·단속적 근로자에 대한 근로시간 등 적용제외 승인(주1)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한 조건의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 휴게시설은 아래와 같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① 적정한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시설을 갖출 것
(여름 20~28℃, 겨울 18~22℃)
② 유해물질이나 수면·휴식을 취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음에 노출되지 않을 것
③ 식수 등 최소한의 비품을 비치하고, 청소 등을 통해 청결을 유지하며, 각종 물품을 보관하는 수납공간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
④ 야간에 수면 또는 휴게시간이 보장되어 있는 경우에는 몸을 눕혀 수면 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침구 등 필요한 물품 등이 구비되어 있을 것

종전 규정에는 감시·단속적 노동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수면시설 또는 휴게시설을 마련하도록 규정만 되어있고 그 구체적인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아, 감시·단속적 노동자들의 휴게시설 개선을 지도하거나 사업주의 적용제외 신청을 반려, 취소할 수 있는 근거가 불분명하였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감시·단속적 노동자들의 휴게환경을 개선하고, 부적정한 휴게시설을 운영하는 사업주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개정안에 따른 형식적 요건은 모두 충족하더라도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경우 근무장소와 휴게시설 등이 밀접하게 붙어있거나 혼용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노동자의 휴식권이 실질적으로 담보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같이 개정안에 따를 경우, 근무공간과 휴게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경우에는 어떤 식으로 휴게공간의 개선이 가능한 것인지, 실질적인 휴식권 보장과 관계없이 형식적인 요건만 충족해도 사업주의 감시·단속적 적용제외 신청 승인이 가능한 것인지 등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따라서 개정안에 따른 형식적 요건의 준수를 사업주에게 요구하는 동시에 노동자가 오롯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며 실질적인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행정관청의 적극적인 행정력이 요구된다.

근로복지기본법상 휴게공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휴게공간에 대한 기준들이 산안법 등을 통해 규율되는 반면, 향후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휴게공간의 마련 등은 근로복지기본법을 통해 규율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근로복지기본법(법률 제18424호, 2021. 8. 17.)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대상으로 근로복지사업을 실시할 수 있으며, 특히 다수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배달, 운전 등 노무를 제공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휴게시설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 이때, 휴게시설의 운영은 제3의 기관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택배, 대리운전, 퀵서비스 등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일명 '플랫폼 노동자'로 편입되는 인원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기만 하다. 특히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의 휴게권, 나아가 휴게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권리 또한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측면에서 개정 근로복지기본법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에게 직접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휴게공간을 마련할 의무를 부과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다변화하는 플랫폼 노동의 특성을 개정법이 충분히 포섭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휴게공간 자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휴게시설과 관련된 다양한 논의와 입법이 이루어지고 있다. 노동자에게 더욱 적합한 휴게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들이 표면화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휴게공간에 대한 논의는 단순히 노동자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노동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보전하여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따라서 휴게공간과 관련된 법령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의 삶과 어우러지는 공간으로서 휴게공간을 바라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각주]
1) 감시・단속적 근로자*의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정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음**(근로기준법 제63조) 
* (감시적 근로자) 감시업무가 주업무이며 심신의 피로가 적은 업무(경비원 등)
(단속적 근로자) 근로가 간헐적으로 이루어져 휴게・대기가 많은 업무(시설기사 등) 
** 근로시간 한도, 연장・휴일근로 가산수당, 주휴일 및 휴게 규정 미적용 
출처 : 고용노동부 '아파트 경비원 등과 관련한, 감시·단속적 근로자 승인제도 개선방안'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선전위원이자 노무사인 임혜인님이 작성하였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10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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