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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서욱 국방부장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속 군대 모습을 두고 "지금의 병영 현실하고 좀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2020년 이후 선고된 군 구타·가혹행위 판결문 183건(민간법원 134건, 군사법원 49건)을 분석했습니다. 판결문에 담긴 군 구타·가혹행위의 심각성과 근절되지 않는 구조적인 이유 등을 일곱 차례에 걸쳐 보도합니다. 이 기사는 그 다섯 번째입니다. [편집자말]
2020년 4월 오후 10시 10분. 잠을 자기 위해 생활관 침상에 누운 A상병의 얼굴에 냅다 침방울이 날아들었다. "니가 나 엿먹이려고 그러냐. 사과했으면 됐지. 그런 성적인 일까지 말하냐? 패 죽여버릴라."

같은 해 2월과 3월 샤워장 탈의실과 샤워실에서 두 차례 자신을 강제 추행한 가해자. 그는 후임병이 추행 사실을 상급자에게 신고한 것을 알게 되자, 잠에 든 피해자를 찾아가 얼굴에 침을 뱉으며 폭행했다.

2차 가해는 즉각적이었다. 부대 밖을 벗어날 수 없는 군 복무 특성상, 피해자는 가해자를 그대로 맞닥뜨릴 수 밖에 없다. 즉각적인 분리 조치 등 기본적인 피해자 보호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까닭이다.  

사건 발생 2년 전, 국방부는 이미 '성폭력을 근절하고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겠다면서 성범죄 특별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었다. "가해자의 피해자 접근금지 고지지침" 권고는 그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선 적용되지 않았다.  가해자는 1심 판결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마음의 편지에 내 이름 적었지?"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발간한 군대내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병사들이 가혹행위를 목격해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의 가장 높은 응답률은 "보고나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18.2%)"였다. "함께 처벌받을 것 같아서", "보복이 걱정 되어서"가 15.9%로 그 뒤를 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발간한 군대내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병사들이 가혹행위를 목격해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의 가장 높은 응답률은 "보고나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18.2%)"였다. "함께 처벌받을 것 같아서", "보복이 걱정 되어서"가 15.9%로 그 뒤를 이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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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고 있는 것처럼 일과 이후 휴대전화 사용 등으로 악성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 환경으로 현재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D.P.> 방영 이후 국방부 부대변인이 지난 9월 정례브리핑에서 내놓은 답변은 '이제는 신고할 수 있다'였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분석한 2020년 이후 군 구타·가혹행위 판결문에서 드러난 현실은 달랐다. A상병처럼 신고를 해도 곧바로 2차 가해에 직면하거나, 아예 1차 가해와 동시에 피해를 은폐하기 위한 협박이 이어졌다. 

"전역하고도 계속 오래 보고싶으면 신고해라. 진짜 죽여버린다."

2020년 7월 11일부터 그해 8월 26일까지 후임병들을 상대로 16회 강제추행을 저지른 또 다른 가해자는 '전역 후'를 말하며 공포감을 주입했다. "신고할 거면 해라. 내가 니네 집 못찾을 것 같냐? 집앞에서 기다리다가 패줄 거다." 위협도 서슴치 않았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피고인이 워낙 구체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해서 어쩌면 집 주소를 알아내 찾아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제 가족에 해가 갈까 무서웠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실제로 병사 개인 정보를 볼 수 있는 지위를 내세워 고문에 가까운 폭력과 성폭행을 저지른 사례도 있었다. 이 가해자는 2018년 3월 후임병을 '진실의 의자'라 부른 라디에이터에 앉히며 "마음의 편지에 내 이름을 적었냐"고 묻고는, 양 다리에 빗자루 2개를 넣고 비틀었다. 

자신이 보급병이기 때문에 병사들의 집 주소와 전화번호까지 다 알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집에 불을 질러 가만히 두지 않겠다"면서 "아는 사람이 높은 사람이라 뒤에서 봐주기 때문에 마음의 편지가 나와도 너희만 손해다"라고 자신했다. 

가해자는 항소심이 종결될 때까지도 반성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이 허위진술을 하고있다고 항변했다. 1심은 징역 4년. 항소심에서는 가해자의 나이가 아직 22세라는 점 등이 감안돼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군에선 언제나 말한 사람이 쓰레기"... 피해자 목소리 막는 '두려움'

보직을 신고를 무마하기 위한 소재로 삼는 경우도 있었다. 

"어차피 찔러도 우리 영내에서 계속 마주칠 것이고, 나 찌르면 레토나(군용차량) 휠, 너트 다 빼서 너 운행할 때 차 전복되게 할 거야. 알겠지?" 

경기도 용인시의 한 부대. 운전병 생활관에서 2019년 11월부터 그해 12월 18일까지 후임병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추행을 저지른 가해자는 피해자가 운전병인 사실을 들먹이며 '신고할 테면 해보라'고 했다. 피해자를 자신의 '성적 노리개'라 부르던 선임이었다.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신고하면 칼로 쑤셔버린다."

2019년 2월 경기도 연천군 정비대대의 한 취사장에선 선임병이 후임 조리병에게 "조리병을 그만두거나 내가 괴롭히는 것을 신고하면" 음식을 다루는 식칼로 찌르겠다고 겁박했다. 피해자는 피해 발생 4개월 뒤인 같은해 6월 헌병대대 수사과에서 "취사병 임무 수행을 할 때 사용하는 칼들이 머리에 떠올라 매우 무서웠다"고 진술했다. 

'신고=부적응'이라는 인식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두려움이다. 특정 교육을 통해 이 공식을 주입하는 사례도 발견됐다. 해병대 제1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형이 선고된 사건을 보면 가해자는 일명 '이빨교육'을 통해 후임병들의 신고 의지를 꺾어 왔다. "선임이 요구하거나 지시하는 것은 무조건 복종해야 하고 간부들에게 신고해선 안 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신고할 수 없는 두려움은 숫자로도 증명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 발간한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병사들이 가혹행위를 목격해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의 가장 높은 응답률은 "보고나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18.2%)"였다. "함께 처벌받을 것 같아서", "보복이 걱정 되어서"가 15.9%로 그 뒤를 이었다. 

분석팀은 또한 "군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피해자일수록 성폭력 사실을 문제제기하기 어렵다는 인식에 '매우 그렇다', '어느 정도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병사 45.8%, 여군 73.1%, 간부(남군) 52.5%로, 모두 낮은 위치에 있는 피해자일수록 문제제기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인권위는 이 결과를 토대로 "하위 계급에 있는 피해자에 대한 자유로운 신고와 신고한 피해자에 대한 보호, 2차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통해 진정한 피해자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짚었다. 국방부가 직접 조사한 2019년 군 성폭력 실태 결과도 마찬가지다. 조사 당시 피해자들이 털어놓은 '신고하지 못한 이유'는  휴대전화 같은 신고 수단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보고와 사건이 알려져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의 두려움이 들었다."
"군은 언제나 말한 사람이 쓰레기 취급을 받기 때문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피해자들에겐 휴대전화 등 물리적 지원보다 맘 편히 신고할 수 있는 정신적 환경 조성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신고할 수 있는 접근성이 높아진 것은 맞지만, 수단이 생겼다고 해서 신고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편리한 것과, 마음 놓고 신고할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신고자=폐급(군대에서 부적응자를 비하할 때 쓰는 비속어)'이라는 인식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김 사무국장은 "('신고하면 폐급된다'는 심리의) 기저에는 신고해봤자 가해자는 처벌 안 받고 피해자만 2차 가해를 입는다는 생각이 있다"면서 "제대로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시스템이 없으면 피해자는 계속 이상한 사람으로만 내몰리게 된다. 조직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제도보다 사람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피해 사실을 보고 받고 처리하는 상급자의 역할이 그 임무에 맞게 제대로 이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기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신고 시스템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직업윤리가 의심받을 때가 많다. 상사가 어떤 지시를 해도 (피해자를 위해) 직업 윤리를 지켜야 하는데, 그런 판단이 보장되지 않는 상태"라면서 "결국 외부 감시와 통제 없이 군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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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기자입니다. 서류보다 현장을 좋아합니다. 제보는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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