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활짝 웃고 있는 모습. 더 많은 사랑과 축하를 만나서 받았다면 웃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접을 수가 없다.
▲ 아기의 모습 활짝 웃고 있는 모습. 더 많은 사랑과 축하를 만나서 받았다면 웃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을 접을 수가 없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아무리 그래도 아기 돌이잖아. 다른 건 다 참아도 이번만은 다시 생각해 봐. 이 시기에 생명이 태어나 한 해 동안 건강한 게 기적이지. 그런 날을 어떻게 넘어가!"

"방역 수칙 잘 지키면서 이번에는 꼭 해 주자. 아기에게도 추억이 필요하잖니."


아이의 조부모님들의 말씀이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아이의 돌잔치를 거창하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우리 부부는 돌잔치에 대한 미련을 일찌감치 거두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지난 기사를 썼는데(관련 기사 : "여보 이것만은..." 첫돌, 아내가 포기하지 못한 한 가지), 그 기사는 아이러니한 반응을 낳았다. 주변 사람들은 '아기의 돌잔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돌잔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양가의 조부모님들의 의견이 강했다.

행사 일주일 전, 급하게 돌잔치를 예약하다 

조촐하게 식사라도 한 끼 같이 하며 아기의 좋은 날을 함께 하고 싶다는 친지들의 의견에 깊게 고민을 하다가 고작 일주일 전에 마음을 돌려세웠다. 무엇보다 아이의 생명을 축하해 주고 싶고, 아이에게도 추억이 필요하다는 양가 조부모님들의 말씀이 두고두고 부부의 가슴을 후벼 팠기 때문이었다. 부랴부랴 적당한 식당을 알아보고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로 조심스러운 사장님의 상담이 이어졌다.

"(거리두기 3단계 기준) 16인 제한입니다. 16인까지만 입장하실 수 있어요. 이용하시려면 모든 분들 발열 체크는 물론 이동 제약과 시간 엄수를 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분들 방문자 기록을 주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11시 반 예약을 부탁드립니다."


16인이라는 애매한 숫자에 제일 크게 부딪혔다. 아버지, 어머니의 형제분 내외만 모셔도 16명이 넘는데 그렇다고 누구는 모시고 누구는 모시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는 오해와 불신 그리고 갈등을 유발할 수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필수로 참여하시겠다는 양가의 아이 할아버님 내외분이 4분이니 일단 남은 숫자는 12, 당연히 참여해야 하는 우리 부부를 빼면 10, 딱 10분만 선정해서 모셔야 하는 미칠 상황이 온 것이다. 친하게 지내는 지인들과 이웃들은 아예 입에 담을 필요가 없었다. 분명 좋은 날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지난 기사에서 언급한 바 있듯 가까이 사시는 아이의 왕할머니와 이모 할머님들을 떠올렸다. 딱 그분들만 초대해도 10분은 족히 넘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친지들께는 돌잔치를 열기로 하고도 모시지 못함을 일일이 사정을 설명하며 양해를 드려야 했다. 아이의 생일을 알고 계시는 모든 지인과 미리 축하를 전해주신 친지들께도 마찬가지였다.

일전의 기사에도 기록으로 남겼듯이 돌잔치를 하지 않는 줄 알고 미리 축하를 해 주신 어른들이나 친지분들이 많았다. 아이의 작은할아버지들이나 아내의 형제자매들은 이런 이유로 이미 아기의 돌을 축하하는 마음을 축의금을 보내왔다.

일단 그날 오실 분들의 답례품부터 구해야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하고 험난한 검색을 하고 한 곳을 정했다. 답례품을 취급하는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아기의 돌 답례품인 디퓨져. 안에 아기의 돌을 축해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내용의 스티커가 담겨 있다.
▲ 돌 답례품 아기의 돌 답례품인 디퓨져. 안에 아기의 돌을 축해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내용의 스티커가 담겨 있다.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16개 정도요? 그거 소량이에요. 저희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매장 같은 데서 낱개로 사세요."

"아 그럼 50개 정도는 어떨까요? 못 오시는 분들이 더 많으셔서 그분들께도 전해 드릴 예정이라서요."


여차저차 사정을 해서 다행히 급하게 아기의 답례품을 마련했다. 감사하게도 찾아 주신 분들은 물론이고 얼굴은 직접 보지 못하시지만 아기의 첫돌을 '랜선 축하' 해주시는 고마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갚아 드릴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답례품에 붙여서 전달하려고 아기의 돌을 축하하고 감사하다는 내용을 담은 스티커도 부랴 부랴 준비했다.

대망의 당일, 챙겨야 하는 수십 가지의 아기의 용품을 챙겨서 아기 돌잔치가 열릴 뷔페에 도착했다. 아기가 돌잡이를 할 상을 만들고 그 앞에 아기의 건강과 안녕에 감사하는 의미로 작게나마 나물과 떡 그리고 아기가 사랑해 마지않는 옥수수와 제철의 과일인 사과와 배, 그리고 샤인 머스캣도 올렸다.

2년 만에 친지들을 제대로 뵙는 자리였다. 아내는 2년 만에 마음먹고 화장이란 걸 제대로 해봤고, 아빠는 2년 만에 한복을 꺼내서 입었다. 오랜만에 화장을 한 아내를 보면서, 그리고 한복을 입으며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쓰라린 마음이 올라왔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아기의 돌잔치를 치르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인원을 체크하고 중간중간 외출에도 제약이 있었으며 식사 때 말고는 마스크를 올려야 했다. 음식을 덜으러 갈 때는 비닐장갑을 착용했다가 벗기를 수십 번을 반복해야 했다.

오랜만에 본 친지들께서 환하게 웃었을 때는 단 한 번뿐이었다. 대망의 아기 돌잡이를 하는 순간이었다. 이 자리에 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아기의 모습을 촬영을 부탁드리고 아기 옆에 섰다. 아기는 머뭇거리지 않고 돌잡이에 임했다. 엽전, 현금, 모형 돈(그러고 보니 돈을 많이도 올렸다. 내심 바랐나 보다), 판사봉, 붓, 벼루, 마패 등이 올라간 전통 돌잡이 상이었다.

"잘하셨어요, 그래도 돌은 해야죠"
 
망치를 잡은 아기가 힘차게 돌 상을 내려치고 있는 모습.
▲ 아기 돌잡이  망치를 잡은 아기가 힘차게 돌 상을 내려치고 있는 모습.
ⓒ 최원석

관련사진보기

 
아기는 판사봉을 잡았다. 그동안의 집콕 생활을 분풀이하듯 연신 판사봉으로 돌 상을 두들겨 대었다. 그 모습이 친지들과 가족들에게는 귀여웠는지 매우 좋아하시며 크게 웃으셨다. 잔치가 끝나고 아기의 답례품을 전달하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시국에 아기를 출생하고 기른다고 수고했다'는 격려가 돌아왔다.

그랬다. 돌이켜보면 지난 일 년은 고단하고 번거롭고 화가 나는 세월들이었다. 게다가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아 더 화가 나는 세월들이었다. 이 세월을 함께 하신 이 시대의 엄마 아빠들께, 수고했다는 진심 어린 인사를 전해드리는 바다. 진심으로 수고 많으셨다. 고생이 많았다고, 수고가 많았다고 수없이 받았던 많은 응원과 격려들을 여러분께 바친다.

이 시기에도 아기의 기념일을 각자 다른 모습으로 준비하고 아기에게 전해 주고 계실 그 수많은 엄빠들의 사랑에 아기가 힘차게 판사봉을 치는 모습에서 느껴지던 시원함을 담은 감사와 존경을 보낸다. 제일 기억에 남았던 축하 메시지를 이 시대의 모든 아기의 엄마 아빠들께 전하며 글을 마친다.
 
"잘했어요. 정말 잘하셨어요. 그래도 돌은 해야죠. 

나중에 시간 지나면 사진 밖에 남는 것 없어요. '나는 왜 그때 사진이 없어요'라는 말을 후에 듣게 되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어요. 아기도 아기 엄마 아빠도 진짜 고생 많으셨어요. 

행사 치르는 거 곁에서 보니 왜 안 하시려고 했는지 100번 공감이 가더라고요. 이렇게나 힘들구나... 코로나 없이도 육아는 안 그래도 힘든데 이 시기라 여러 가지로 이렇게나 힘들구나 이번에 절감했어요.

지난 1년... 정말 고생하셨어요. 진짜 수고 많으셨어요." 

- 아기의 이모 할머님의 말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릴 예정입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랫동안 자영업자님들을 컨설팅하며 요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는 콘텐츠 디자이너이기도 합니다. TV에 출연할 정도로 특별한 아기 필립이를 '밀레니얼 라테 파파'를 지향하며 '감성적인 얼리어답터 엄마'와 하필 이 미칠 코로나 시대에 키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와 관련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