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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빵.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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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을 지향하면서부터 식비가 꽤 줄었다. 외식 비용은 큰 변동이 없지만, 무엇보다 배달음식을 끊다시피 한 것이 큰 몫을 한다. 가끔은 두부나 버섯을 튀긴 배달음식이 나오길 간절히 바라는 동시에, 먹어봐야 살이나 찔 테니 이대로 쭉 야식 시장이 비건의 불모지가 되길, 이중적인 소망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논비건일 때보다 거금이 팍팍 나가야 할 때가 있으니, 바로 빵을 살 때다. 우선, 내가 아는 비건 빵들은 다 비싸다. 싸고 비싸고는 상대적이고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지만, 같은 품목을 시중의 논비건 제품과 비교하자면 더 비싸지 않은 예를 찾아볼 수 없었다. 값이 비슷하다면 크기가 반토막.

처음에는 좀 아쉽기도 했다. 뭔가를 더 넣는 것이 아니라 안 넣는 것인데 더 비쌀 게 뭔가. 하지만 이것이 내 안일한 오해였다는 것은 머지않아 깨닫게 되었다. 계란이나 버터 등 동물성 재료를 대체하면서도 맛이나 질감 등에서 섭섭하지 않아야 하니, 연구 및 개발 비용도 심심치 않게 들어가리라 짐작할 수 있던 것이다. 

또한, 모든 비건 브랜드를 접해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만나본 곳은 다 좋은 원료를 엄선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었다. 이에 더해 포장재까지도 소홀히 하지 않아서 우리 몸과 환경에 보다 친화적일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나는 가격에 납득하며 기꺼이 지갑을 열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 때문일까. 가끔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비건이 몸에 좋은 건 알겠는데 너무 돈이 많이 드는 거 아니야?" 하는 인식을 접할 때가 있다. 내가 비건을 대표할 수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것 투성이지만, 그 안에는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비건에 대한 오해

우선, 비건은 단지 식생활을 말하는 게 아니다. 누군가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한다면 스스로를 살리는 성스러운 일이 분명하지만, 동물의 가죽이나 털 등을 끊임없이 소비한다면 비건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비건이 되려면 오차 없이 완벽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식생활에 국한된 개념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생활 전반에 걸쳐 동물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뜻하는 것으로 나는 이해하고 있다. 다만, 누군가의 의식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아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식단인 것으로 보인다.

식생활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비건은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완전 채식을 뜻한다. 이로써 더 건강해질까? 안타깝지만,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하루 종일 과자와 사탕, 탄산음료만 먹어도 비건일 수 있지만 그런 식단으로 몸이 건강해지길 바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죽하면 '정크 비건'이라는 말도 있다.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지만 건강식과는 거리가 먼 식사를 뜻한다. 나 역시 정크 비건이기도 했다가, 갈수록 나라는 존재 역시 돌보고 싶은 마음이 커져 서서히 바뀌게 되었다. 그러니 건강과의 연관성은 각자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 정답에 가까울 듯하다.

그렇다면 비용은 어떨까? 빵에 대한 볼멘소리를 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비싸지 않다. 한 달 치 식비에서 동물성 식품을 빼보자. 지출이 줄어들지 않을 수 없다. 그 자리를 채우게 되는 것은 대개 두부나 버섯, 채소가 될 텐데, 가격이 들쭉날쭉하다 해도 동물성 식품의 위세를 뛰어넘기는 힘들다. 

다만, 좀 부지런해질 필요는 있다. 성분표를 수시로 읽어야 하고 채식이 가능한 식당을 찾아야 하며 때로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정성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게 된 죄책감의 무게가 너무도 달콤해서, 비건을 향한 내 열망은 더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되는 순간들이 있다. 가령, 비건이 아닌 친구의 생일에 어떤 케이크를 준비해야 할까. 비건 케이크는 며칠 전에 주문해야 하고 평소라면 갈 일이 없는 동네에 일부러 찾아가서 불편한 부피와 무게를 감당하며 간 길을 다시 돌아와야 한다. 품은 품대로 들고 비용 부담 또한 훨씬 크다.

한여름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약속 장소에 도착하고 보면, 그냥 나 하나만 먹지 않으면 간단한 것을 괜한 고생을 했다 싶기도 하다. 잔치에 고기가 빠질 수 없다는 친구들은 어차피 육류를 주문해 맛있게 먹을 텐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또한, 채식 식당을 찾다 지쳐 들어간 일반 식당에서 고기나 계란 등을 빼 달라고 했다가 따가운 눈총을 받을 때, 얼마나 민망한지 모른다. 식당이 정신없이 붐빌 때는 시도한 적도 없고 여유로울 때만 조심스레 부탁을 드려 보는데, 흔쾌히 들어주시는 곳도 있지만 딱 잘라 거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난처한 순간마다 현명한 사람들은 어떻게 처신할까 궁금해진다. 하지만 정답은 모르겠고, 있다 해도 내가 그것을 따라 할 수 있는 배짱이나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니 나는 내 나름의 답을 찾을 수밖에.

내 선택이 정답일지 모르지만 

아직까지 나는, 기꺼이 발품을 팔고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비건 케이크를 준비한다. 내 의지를 드러내는 방법이 소비에만 있지는 않겠지만, 그 역시 한 축을 담당하는 것은 분명할 터. 그러니 동물성 식품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도 훌륭하다는 것을 가까운 이들에게 소개하며 즐거움을 얻는다. 

다행히, 아직까지 비건 케이크에 만족하지 않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단점이 있다면, 적당히 달콤하면서도 덜 느끼한 맛 덕분에 케이크 한 판을 당일에 다 먹게 된다는 것 정도. 

또한, 나는 거부당할지라도 굴하지 않고 계속해 식당에 갈 때마다 동물성 재료를 빼고 조리해 주십사 부탁을 드려 본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진다면 모든 식당에 채식 메뉴가 하나쯤 생기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보며. 

한편, 최근에는 끊임없이 성분표를 뒤적거린 끝에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기업 제품 중 동물성 원료가 들어가지 않은 식빵을 찾게 되었다. 그간 상대적으로 비싼 빵을 먹어온 터라 저렴한 값에 쾌재를 불렀고, 넉넉한 양에 한 번 더 감격했다.

대기업보다는 작은 업체가 흥하길 소망하지만, 빈약한 내 주머니 사정도 무시할 수 없다. 나는 경제적으로 풍족해서 비건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이런 제품이 잘 팔릴 때 비건 시장이 더 확장되고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은 더 낮아질 수 있지 않을까 은근한 기대도 가져보았다. 

고민 끝에 결정했다 해도, 내 선택이 정답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내가 먹는 것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내 소비는 결국 무엇을 지지하게 되는지 한 번쯤 관심을 갖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 비건에 가까운 삶이란, 그 관심에서 싹트는 것이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해 본다.

태그:#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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