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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지식인 혹은 스타들의 목소리만 넘쳐나는 속에서 진짜 이 사회의 주인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살려내고자 합니다. 노동자 개인의 삶을 인터뷰하면서, 어릴 적 꿈과 직장을 구하는 과정, 일터에서의 보람, 힘든 점, 그리고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의식의 변화 등을 중심으로 진솔한 삶을 기록합니다. [기자말]
"이 일을 하면서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보니 일 배우는 것도 재미있고, 집짓는 행위 자체가 뭔가 만들어내는 거니 일종의 창작의 영역이랄까요? 일 자체의 매력도 있죠."
▲ <노가다 칸타빌레>의 저자 송주홍씨 "이 일을 하면서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보니 일 배우는 것도 재미있고, 집짓는 행위 자체가 뭔가 만들어내는 거니 일종의 창작의 영역이랄까요? 일 자체의 매력도 있죠."
ⓒ 송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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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전기가 발명되기 전 인류에게 빛을 제공했던 향유고래 사냥은 중요한 산업이었다. 미국의 소설가 허먼 멜빌은 실제 포경선을 타고 3년 남짓 고래잡이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걸작 <모비딕>을 썼다. 독자는 포경선을 둘러싼 사물과 사람, 고래와 바다에 대한 구체적 지식의 방대함과 묘사의 치밀함에 압도된다.

2021년 3월에 발간된 에세이 <노가다 칸타빌레>에는 송주홍(35)이라는 노동자 개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건설 현장 모습과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로 가득했다. 한 직업과 노동현장에 대해 거시적인 통찰과 미시적인 경험이 녹아 있으면서도 술술 읽히는 책을, 육체노동을 하면서 퇴근 후에 틈틈이 써서 완성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모비딕>이라뇨?(웃음) <노가다 칸타빌레>는 그야말로 가볍게 쓴 책입니다. 제가 그렇게 깊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 그야말로 출퇴근길 버스나 지하철 같은 곳에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생각했어요. 읽는 분들이 '이런 삶도 있구나!'라고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재미있게 쓰려고 했습니다."

지난 6일 4년 차 건설노동자 송주홍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그의 범상치 않은 글솜씨의 배경에는 글쟁이로 살아온 이력이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한 뒤 10여 년간 기자, 출판 콘텐츠 기획 등 글 쓰는 일을 했다.

"글만 써서 먹고살던 시절에 비하면 생계와 시간 두 가지 면에서 더 나아졌어요. 수입도 더 많고 안정적이고, 퇴근 시간도 일정하니까요. 또 좋은 점이 있는데, 예전과 달리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고, 쓰고 싶은 글만 쓸 수 있다는 겁니다. 처음에 1년 정도 직영 잡부로 일했는데, 여기는 출결이 중요하거든요. 젊은 사람이 안 빠지고 꼬박꼬박 나오니 오야지들이 좋게 봤어요. 기술을 배워보라는 권유를 받아서 3년 전부터 '형틀목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오야지(おやじ, 親父)는 아버지라는 뜻의 일본어로 건설 현장에서 각 공정별로 10~20명의 팀원을 부리면서 공사를 진행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건설현장의 고용은 원청이 하청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하청은 다시 '오야지'와 하도급 계약을 맺는 식으로 이뤄진다. 그중에서 하청업체가 오야지와 맺는 계약은 '불법 하도급'에 해당하지만, 오랜 관행으로 계속되고 있다.

"육체노동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어요. 막상 해보니 거짓 없고 꾸밈없는, 딱 땀 흘린 만큼 보장받는 삶에서 오는 보람이 있었어요. 물론 힘들기도 하죠. 저는 너스레를 잘 떠는 편인데, 정말 입에 단내 나게 일하고 녹초가 된 날 형들 앞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학 나왔냐?'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진짜로 후회한 적은 없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보니 일 배우는 것도 재미있고, 집 짓는 행위 자체가 뭔가 만들어내는 거니 일종의 창작의 영역이랄까요? 일 자체의 매력도 있죠."

우리 사회의 육체노동에 대한 편견
 
"노가다는 그렇지 않다. 몸을 써서 움직여야 무거운 걸 옮길 수있고, 그게 확인되어야 일당을 받을 수 있다. 단순하고 명확하다. 거짓이나 꾸밈이 없다. 지금은 이런 재미와 보람 느끼며 살아간다. 몸 쓰고 땀 흘려야 끼니를 보장받는 삶 말이다."
▲ 송주홍씨가 쓴 노동 에세이 <노가다 칸타빌레>  "노가다는 그렇지 않다. 몸을 써서 움직여야 무거운 걸 옮길 수있고, 그게 확인되어야 일당을 받을 수 있다. 단순하고 명확하다. 거짓이나 꾸밈이 없다. 지금은 이런 재미와 보람 느끼며 살아간다. 몸 쓰고 땀 흘려야 끼니를 보장받는 삶 말이다."
ⓒ 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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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공은 종일 가만히 서서 철근만 엮는다. 죽었다 깨어나도 저 일은 못 하겠다 싶었다. 반면 형틀목수는 다이내믹해 보였다.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망치질도 하고, 나무도 자르고, 무언가 들고 나르고, 여러 사람이 붙어 합동 작업도 하고, 그럴 때면 소리도 지르고 욕도 하고. 아무튼 뭔지는 모르겠지만, 시끌벅적 정신없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저 틈에서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곤 했다. 심장을 쿵쿵 뛰게 했다고 할까. - <노가다 칸타빌레> 중에서
 
"이 일의 또 다른 장점이라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겁니다. 초등학교만 나온 형님들로부터 이제까지 다른 곳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우거든요."

그의 책에서 독자들은 형틀목수 일 뿐만 아니라, 건설현장의 모든 분야의 일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중력과 싸우는 곰방꾼, 물이라는 수단으로 시간과 싸우는 미장공, 지붕 없이 일하는 구릿빛 피부의 철근공, 공포와 싸우며 맨몸으로 안전한 현장을 만드는 비계공, 그밖에도 중장비공, 정리팀과 해체팀 등등.

그의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바로 그 집과 건물들이 만들어졌던 시간을 되살려 볼 수 있다. 그의 펜은 독자들이 있는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땀 흘렸던 무수한 사람들을 되살려 보여준다.

"좀 낭만적인 얘기입니다만, 저는 때로 일하면서 내가 짓고 있는 집의 미래를 상상해요. '이 공간에서 누군가 휴식을 취하고, 꿈을 꾸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겠지'라고요. 그런 상상을 할 때면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된 느낌이 든달까요?"

송주홍씨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한국인 노동자 중 드물게 젊은 축에 속한다. 그가 '형님'이라고 부르는 선배들은 대부분 50~60대 장년의 노동자들이다. 건설현장에는 몽골이나 베트남 등 이주 노동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다. 그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듯'하다. 이런 추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육체노동에 대한 편견도 관련이 있다. 송주홍씨는 그의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나도 처음엔 머리나 식힐 요량이었다. 지금은 노가다꾼으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나는 이곳에서 삶을 배우는 중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곳에도 수많은 사연과 감정과 함의가 뒤엉켜 있다. 이곳 또한,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러니까 천대받고 무시당하고, 동정받아야 할 하등의 이유, 없다. 그런 얘길 하고 싶었다. (중략) 적어도 "너 공부 못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는 소리는 안 들었으면 좋겠다.
 
'불법 하도급 시스템'의 벽 조금씩 허물고 있어
 
송주홍씨는 형틀목수로 경력을 착실히 쌓아가면서도 여전히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송주홍씨는 형틀목수로 경력을 착실히 쌓아가면서도 여전히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 송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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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국건설노동조합 소속 조합원이다. 형틀목수 일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오야지 대신 분회장이 이끄는 노조팀에 들어가서 일을 배웠다. 그러나 노가다꾼으로서의 삶에 만족한다고 해서 그의 일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불합리하고 비상식적인 일이 일상처럼 벌어지고', '매일매일 두 명꼴로 죽어나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송씨는 '건설 자본 앞에 힘없고 '빽'없는 노가다꾼이 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나', 뭉쳐서 대항하는 것뿐이라고 역설한다.

작년 한 해 건설노동자의 산재 사망자수는 458명이다.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사망자수를 살펴보면 각각 '535명, 487명, 487명, 499명, 461명, 516명, 434명, 437명, 499명, 506명, 485명, 428명'이다. 송주홍씨가 책에서 지적하듯 10년 넘게 사망자수는 줄지 않았다. 해마다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건설 노동자였다.

"전체 산업노동자 중에 건설 노동자 비율은 고작 16퍼센트 정도인데, 산재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이 노가다판에서 터졌다면, 그동안 정부와 기업이 행해온 안전관리 대책에 문제가 있단 얘기지요. 중대재해처벌법도 여기선 안 와닿는 게, 대책을 세우는 사람들이 현장을 모르기 때문이에요. 안전교육시키고 원청에서 안전관리 요원을 늘려서 배치해 현장을 감시하는 것, 다 좋지만 그런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해요. 가장 큰 문제는 '불법 하도급' 시스템과 '일용직'이라는 고용 형태니까요."

건설현장에서 관행처럼 굳어져 있는 '하청과 오야지가 맺는 계약'은 불법이다. 공사를 빨리 끝낼수록 많은 수익을 낼 수 있기에 오야지들은 현장에서 인부들을 다그친다. 안전관리 요원들이 아무리 돌아다니며 안전을 호소해도 노동자들은 그에 따를 수 없는 절박함이 있는 것이다. 일의 속도를 내지 못해 오야지 눈 밖에 나면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마라' 소리를 듣게 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노동자들은 계속 죽음의 위험 속에 일할 수밖에 없다.

20년 가까운 투쟁 속에 건설노조는 이런 '불법 하도급 시스템'의 벽을 조금씩 허물고 있다. 노조의 직고용 투쟁을 통해 오야지 없이 하청 건설사에서 직접 고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다치거나 임금과 복지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는 건 오야지들을 통해서는 불가능해요. 개인의 호소는 소용이 없어요. 결국 단체로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임단협을 하고 임금이 인상되면 비노조원들도 덩달아 혜택을 보게 되죠. 노조의 노력으로 그늘막이 설치되고 안전화 등 물품 공급도 더 원활해지고요."

건설현장 특성상 보수적인 노동자들이 많아서 3년 전만 해도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현재는 의식이 많이 바뀌어 조합 가입자가 눈에 띄게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했다. 송주홍씨는 형틀목수로 경력을 착실히 쌓아가면서도 여전히 글쓰기를 계속하고 있다.

"두 번째 책도 기획 중이에요. 노가다 판에서 벌어진 '관계'에 대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일반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쓰려고요. 이곳에서 만난 형님들과 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그분들이 살아온 치열한 삶을 통해 제 아버지의 삶을 이해하게 되었어요. 이번엔 그런 깊이를 담아보고 싶습니다."

노가다 칸타빌레 - '가다' 없는 청년의 '간지' 폭발 노가다 판 이야기

송주홍 (지은이), 시대의창(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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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여 년의 교직 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구체적 절망과 섬세한 고민, 대안을 담은<경쟁의 늪에서 학교를 인양하라(지식과감성)>를 썼으며, 노동 인권, 공교육, 미혼부모, 입양 등의 관심사에 대한 기사를 주로 쓰고자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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