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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의 고민을 씁니다. 이번 주제는 '노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83세를 넘고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어 곧 100세 시대가 된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건강수명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는지?

건강수명이란, 기대수명 중 질병이나 부상의 고통 없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65.7세였던 건강수명은 성인병의 증가로 2018년 64.4세로 낮아졌다. 당신이 50대에 들어선 순간, 온전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은 15년도 채 안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도 이젠 늙었나 봐!" 40대 때 농담처럼 이야기하던 '노화'를 50대에는 마냥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다. '50은 이제 인생의 고작 절반을 의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생의 변곡점을 지나 내 몸 여기저기에 처음 찾아온 노화를 실제로 겪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기억, 운동, 감각, 언어, 신체 등에서 예전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오류'가 일어난다면 '이게 혹시 첫 늙음?'의 스위치를 한번 켜봐야 한다는 것이다. 첫 늙음을 자각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무(無) 대책을 서서히 대책으로 바꾸기 시작해야 한다" - <나는 나답게 나이 들기로 했다> 이현수, 31쪽
 
노화 대책을 세우기 위한 실천 중 하나가 '정기 건강검진'이다. 우리나라 정기 건강검진율은 80%에 이르지만, 아직도 많은 여성이 꺼리는 진료가 산부인과 검진이 아닐까 싶다.

산부인과 같이 가는 친구들
 
세 명 모두 산부인과 검진을 미루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당장 가자!"며 손을 잡고 가까운 산부인과에 들어갔다.
 세 명 모두 산부인과 검진을 미루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당장 가자!"며 손을 잡고 가까운 산부인과에 들어갔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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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경험과 상관없이 다리를 올리는 검사 자세도 불편하고, 민감한 부위에 차가운 기구가 닿는 느낌도 꺼려진다. 나 역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산부인과 검진을 미루다 늘 해를 넘기곤 했다.

작년, 친한 친구 둘과 만났을 때 세 명 모두 산부인과 검진을 미루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당장 가자!"며 손을 잡고 가까운 산부인과에 들어갔다. 진료를 기다리던 환자들은 여자 셋이 우르르 들어오자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나는 월경 날짜가 불규칙하고 점점 간격이 길어졌기에 완경(폐경) 검사를 부탁했다. 며칠 후 완경이라는 검사결과 전화를 받았다. 다른 두 친구는 아직 아니란다. '다 같은 50세인데, 왜 나만?' 내가 또래보다 월경을 일찍 시작해서 그런가보다 스스로 위로했지만, 나만 노화가 시작된 듯한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첫 늙음'의 스위치가 켜진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한 친구는 부정맥 시술을 받은 이후, 카페인이 심장에 무리를 줘서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 디카페인 커피 맛은 성에 차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젠 커피도 마음대로 마시지 못하는구나!' 하는 상실감이 컸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편해졌다고 한다. 나이 들수록 조금씩 몸에 제한이 생기는 노화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친구는 얼마 전 양쪽 발목 수술을 번갈아 했다. 40대 때는 아프면 화부터 나고 짜증이 났는데, 50세에 들어오니 내 몸이 말하는 경고를 주의 깊게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단다. 먼저 왼쪽 발목이 아플 때 빨리 주의를 기울였다면, 오른쪽 발목은 덜 상하지 않았을까 후회하기 때문이다. 이제 내 몸을 더 알아가고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아끼려고 노력해야겠다고 한다.

건강에 좋은 행동도 차곡차곡 입금

독일의 노화 전문가 스벤 뵐펠도 50대 이후에는 건강을 은행 계좌 관리하듯이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건강에 좋은 행동은 계좌에 돈을 입금하는 것으로, 건강에 해로운 행동은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는 것으로 생각해 보라.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음식을 먹고, 잠자고, 호흡하고, 쉬고, 사회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계좌가 넉넉히 찰 수도 또 빌 수도 있다. - <50 이후, 더 재미있게 나이 드는 법> 21쪽
 
올해도 두 친구와 함께 산부인과 건강검진을 다녀왔다. 작년 검진 날짜에 맞춰 같이 가자고 재촉하는 친구들 덕분에 미루지 않아서 좋다. 혹시 진료 결과가 안 좋더라도 즉각적으로 위로받을 수 있다는 든든함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친구들과 함께 한 시간은 고스란히 추억이 되니 이 또한 즐겁다. 진료 뒤에는 평소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일 년에 한 번 산부인과에 함께 가는 일은 50대를 맞이한 친구들의 즐거운 이벤트가 되었다.

진료를 마치고 식사를 하다 버킷 리스트 이야기가 나왔다. 영화처럼 죽기 직전에 하는 버킷 리스트가 무슨 소용이냐, 소화 잘 되고 두 다리로 잘 걸을 수 있는 '건강수명'이 다하기 전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실행하자고 마음 모았다.

우리는 친구의 버킷 리스트를 무조건 같이 해주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이 보이는 호텔 발코니에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10가지 요리가 넘게 나오는 사이프러스식 정찬 메제(meze) 먹으며 밤새 와인 마시기. 하와이에서 전통 훌라춤 제대로 배우기.

혼자 하기 힘들어도 함께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우리는 그날로 버킷 리스트를 위해 매달 10만 원씩 모으기 시작했다. 벌써 90만 원을 모았다. 친구들과 버킷 리스트를 실행할 기대감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내년에도 우리는 손잡고 산부인과에 갈 것이다. 그리고 매달 버킷 리스트 통장에 돈을 모으듯 '건강 통장'에도 건강에 좋은 행동을 차곡차곡 입금할 것이다. 50대에 진입한 우리에게 얼마 남지 않는 건강수명을 신나게 즐기기 위해!

시민기자 글쓰기 모임 '두번째독립50대'는 20대의 독립과는 다른 의미에서, 새롭게 나를 찾아가는 50대 전후의 고민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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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세상의 나뭇가지를 물어와 글쓰기로 중년의 빈 둥지를 채워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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