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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축령산 자락에는 해발 450미터에서 600미터 사이에 빽빽하게 잣나무가 자라고 있다. 국내 최대의 잣나무림이며 피톤치드 가득한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 해발 450미터에서 600미터 사이에 존재하는 잣나무 숲의 풍경 가평 축령산 자락에는 해발 450미터에서 600미터 사이에 빽빽하게 잣나무가 자라고 있다. 국내 최대의 잣나무림이며 피톤치드 가득한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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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은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원도와 마주 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평은 경기도에서 가장 험준한 산세와 때 묻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가평을 대표하는 8경이 전부 자연경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경기도의 다른 도시에 비해서 가평 여행은 자연 유람의 비중이 높다.

사실 인문과 역사의 향기가 남아있는 문화재 답사는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명제처럼 사전에 어느 정도 배움이 필요하지만 자연을 벗 삼아 떠나는 여행은 튼튼한 두 다리와 넓은 마음만 준비하면 된다. 가평에는 화악산, 운악산, 유명산 등 1000미터를 넘거나 근처에 도달한 명산들이 많지만 산을 벗 삼아 오르기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럴 땐 가평에 산재해 있는 계곡가를 거닐거나 휴양림에 하루 머무는 것도 나쁘진 않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쉬러 온 것이 아니라 가평의 매력을 알고자 하는 답사이기에 성격에는 맞지 않다. 다행히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기본이요, 가평 고유의 정체성을 잘 유지하고 있는 장소이기에 소개할 명분이 충분한 곳이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서는 청평까지 경춘가도를 타고 내려오다가 조종천이 흐르는 포천 방향으로 꺾어야만 한다. 가평군 상면이라 불리는 이곳은 산과 계곡의 조화가 특히 아름답기로 손에 꼽히는 동네다. 가평의 북한강 유역과 달리 번잡하지 않아서 이 지역에 위치한 리조트와 펜션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한적함이 풍기는 길을 지나가다 보면 주위에 잣을 파는 가게와 그것을 이용한 음식점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그렇다. 가평은 우리나라 최고의 잣 생산지로 이름난 고장이다. 가평을 대표하는 막걸리 조차도 잣 막걸리지 않은가? 가평에서도 잣이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지역은 상면에 있는 축령산 자락이다.

그 산을 사이에 두고 이제는 대한민국의 굴지의 명소로 자리매김한 아침고요 수목원과 그 잣나무가 집중적으로 분포는 경기도 잣향기 푸른 숲이 자리하고 있다.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 해발 450~600미터에 위치한 잣향기 푸른 숲은 수령 80년 이상의 잣나무림이 국내 최대 규모로 익히 알려져 왔다. 최근에 잣나무 숲을 거닐 수 있는 무장애 나눔길이 개통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로 뜨고 있다.     

찾는 사람에 비해 주차장 등 인프라는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듯하다. 오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벌써 만차라 급한대로 길가에 주차할 수밖에 없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시원하고 쾌적한 공기가 멀리 잣나무 숲에서부터 내려오는 듯하다.

그곳에 가기 위해선 급경사를 따라 매표소를 지나고 오른편에 위치한 무장애길을 따라 잣나무 숲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멀리 서봐도 꽤나 울창한 숲이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족히 사람 키의 4, 5배가 넘는 우람한 잣나무들이 하늘을 가릴 만큼 솟구쳐 있었다. 경기도를 돌아다니며 내로라하는 경관을 수없이 보았지만 이런 경치는 처음이다.     

마치 캐나다의 어느 한 숲을 온 것처럼 잣나무들의 기골이 장대해 보인다. 그런 숲을 무장애 길로 편하게 걷는 것만큼 좋은 호사는 세상에 없을 것만 같다. 30분 정도 지그재그 길로 잣나무 숲을 천천히 돌아보며 올라가다 보면 어느새 확 트인 길이 나타나고 잣향기 푸른 숲의 방문자센터와 만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숲 속으로 들어가 산림욕을 즐기고 다음 장소로 이동할 것인지 아니면 곧장 화전민 마을로 치고 올라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기존 잣나무 숲과 다른 또 다른 매력을 그 숲 속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 예전 축령산 자락에는 많은 화전민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축령산 자락에는 예로 부터 화전민들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잣향기 푸른 숲 위쪽에는 화전민 가옥을 재현해 놓았다.
▲ 잣나무 숲 위쪽에 위치한 화전민 가옥 축령산 자락에는 예로 부터 화전민들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잣향기 푸른 숲 위쪽에는 화전민 가옥을 재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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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아침고요 수목원 자리에는 특히 화전민들이 모여 살고 돌담에 염소를 치던 조용한 마을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대학교수가 한국적인 정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 아침고요 수목원을 조성했다고 한다. 10만 평의 규모로 다양한 테마의 정원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지금은 가평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명소로 성장했다.

잣나무 숲에서 자연 그대로의 원시림을 만날 수 있다면, 아침고요 수목원은 아름다운 자연을 바탕으로 인간의 노력이 더해졌기에 또 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수목원의 입구로 들어와 그 경관을 살펴보자. 웅장한 산세를 배경으로 깔끔한 잔디밭과 길가에 각종 꽃이 피어있다. 이곳이 신선이 사는 곳인지 인간의 세상인지 구별하지 못할 정도로 절로 감탄이 나온다. 고산 암석원, 야생화 정원, 달빛정원 등 각종 테마의 정원을 살피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넓은 아침고요수목원의 구역마다 색다른 테마의 정원이 꾸며져 있다. 그 중 한옥과 한국식 정원이 재현되어 있는 한국정원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제일의 스폿이다.
▲ 아침고요수목원의 한국정원 넓은 아침고요수목원의 구역마다 색다른 테마의 정원이 꾸며져 있다. 그 중 한옥과 한국식 정원이 재현되어 있는 한국정원은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제일의 스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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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가장 하이라이트는 아침고요 수목원 가장 깊숙한 지점에 위치한 한국정원이다. 예전 양반들이 실제로 살았음직할 만 한옥에 걸터앉아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온갖 근심, 걱정이 사라지는 듯하다. 실제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곳의 한옥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이제 한옥을 지나면 아침고요 수목원의 가장 깊숙한 부분인 서화연이 나온다. 곡선과 여백으로 표현되는 한국정원의 아름다움이 표현된 연못정원으로 정자와 연못이 어우러진 전통미를 느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방향이 바뀔 때마다 그 경관이 달리 보이며 각기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곡선과 여백으로 표현되는 한국정원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소로 연못의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 서화연의 풍경 곡선과 여백으로 표현되는 한국정원의 진수를 보여주는 장소로 연못의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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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고요 수목원에는 한국적인 풍경만 있는 게 아니다. 다시 입구로 돌아오는 길에는 j의 오두막 정원과 하경정원을 살펴볼 수 있는데 영국 중부지역의 저택에 온 것 같은 정취를 자아내는 곳이다. 영국 코티지 정원 양식의 오두막과 여러해살이 식물로 조성된 정원으로,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다고 한다.

이윽고 멀리서 봐도 범상치 않은 향나무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아침고요 수목원의 상징목으로 1000년 이상의 수령을 자랑한다. 나무 뒤로 펼쳐지는 수목원의 모습이 장관이라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사진을 반드시 찍는 스폿이기도 하다.  
 
영국 코티지 정원 양식의 오두막과 영국식 정원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 j의 오두막정원 영국 코티지 정원 양식의 오두막과 영국식 정원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으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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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가평에는 잣나무 숲, 아침 고요 수목원을 비롯해 많은 자연 명소들이 곳곳에서 우리를 반기고 있다. 가을의 정취가 물씬하게 풍기는 요즈음 꼭 찾아가 보기를 추천드린다.

덧붙이는 글 | <우리가모르는경기도 : 경기별곡> 1편이 전국 온라인, 오프라인 서점에서 절찬리 판매중입니다. 다음 브런치, 오마이뉴스에서 연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 했고, 사진자료 등을 더욱 추가해서 한번에 보기 편해졌습니다. 경기도 여행은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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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문학 전문 여행작가 운민입니다. 현재 각종 여행 유명팟케스트와 한국관광공사 등 언론매체에 글을 기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경기도 : 경기별곡 1편> 저자. kbs 경인 <시사인사이드> 출연 강연, 기고 연락 ugzm@naver.co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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