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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로 쓰던 게 시집 될 줄이야…희로애락 담아"
"응원해 준 가족, 삼천포종합복지관 식구들에 감사"

 
이삼순 시인.
 이삼순 시인.
ⓒ 뉴스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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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들 / 서로가 이루지 못해 / 가슴태우며 말없이 떠나버린 / 이 아름다운 계절에 / 쓸쓸함이 더해가네 // 솜털 같은 구름 / 한 조각씩 느릿느릿 흘러가고 /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가을의 이별이 / 추억을 훔치고 어디론가 말없이 떠나가네 // 아-그대에게 / 부치지 못한 이 가을 편지"
- 이삼순 시인의 <부치지 못한 가을 편지> 중에서


[뉴스사천=이영현 인턴기자] 경남 사천 남양동 송천마을에 사는 이삼순 할머니는 올해로 여든넷(84세)이다. 그런데 최근 자신의 희로애락을 담은 시집 한 권을 냈다. 제목은 <부치지 못한 가을 편지>이다.

이삼순 시인을 10월 8일 만났다. 그가 글공부를 하는 삼천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다. 따뜻한 눈빛에 연륜이 묻어나는 말투가 처음부터 마음을 끌었다. 농사를 짓고, 바닷가를 벗 삼으며 조개를 캐던 이삼순 시인은 3년 전 삼천포종합사회복지관 문해교실에 입학했다. 글을 좀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이가 등께 뭘 더 배우고 싶은데 어디로 갈까 하다가, 한글은 아니까 글을 좀 더 배우고 싶더라고. 그래서 글을 배워야겠다 싶어 들어가니까, 거기서 김해남 선생님이 시를 가르쳐 주더라고. 덕분에 내가 글을 쓰게 됐습니더."

이삼순 시인이 시를 쓰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복지관 숙젭니더. 내가 생각했던 것도 아니라 주제를 주고 시를 한 번 써봐라 해서 쓴 겁니더. 전부 다 숙제로 쓴 건데 시가 된 거 같아예. 숙제를 자꾸 주고, 나는 자꾸 쓰니까 재미도 있고. 또 쓰다 보니 눈물겨운 일들도 있고. 그래서 내가 생활하다가 이 책을 한 번 쓰고 싶으고, 내가 살아온 희로애락을 적어 놓고 가면 싶으고."

 
'부치지 못한 가을편지'시집 표지
 '부치지 못한 가을편지'시집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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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순 시인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시는 <부치지 못한 가을 편지>다.

그는 "어제가 남편 제사였는데, 여태 남편을 보내고 가을만 되면 쓸쓸하고. 젊을 때 보내 놓응께 때만 되면, 제사만 되면 서글펐어예. 가을에 길을 걷다가 들국화를 볼 때면 한 다발 만들어 저승에다 보내고 싶고, 편지도 써서 보내고 싶고. 그런데 부칠 수는 없으니까. '참으로 부치지 못한 편지로다.' 그래서 이 시를 썼고, 지금도 마음에 남습니더"라며 이 시를 꼽았다.

 
이삼순 시인은 자신을 응원해 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시집 출간의 기쁨을 나눴다.
 이삼순 시인은 자신을 응원해 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시집 출간의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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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순 시인은 자신을 응원해 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시집 출간의 기쁨을 나눴다.

"우리 남양복지관, 그리고 나를 인도해준 선생님들 참 고맙습니더. 내가 정으로 키운 손자손녀들, 그리고 사위들과 손자사위들. 특히 큰 손녀 진이와 우리 가족들, 내 글쓰는 거 찬성해줘서 모두 고맙다~~!"

인생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는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글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으로 문해교실 문을 두드렸을 때 시집 출간이라는 결과를 상상이나 했을까. 84세의 적지 않은 연세지만 이삼순 시인은 글을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문해교실 문을 두드리며 도전했다.

돌이켜보면 그의 인생에 도전은 그리 낯설지 않다. 문해교실에 입학하기 전엔 한국무용교실에 입학해 춤을 배우기도 했다. 이 시대에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는 이라면 새겨 볼 장면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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