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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일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만은 한 마음인 시네마밴드. 이광우 보컬과 이병진 드러머, 이기범 기타리스트, 김영남 베이시스트가 밝게 웃고 있다(왼쪽부터).
 하는 일도, 사는 곳도 다르지만 음악을 향한 열정만은 한 마음인 시네마밴드. 이광우 보컬과 이병진 드러머, 이기범 기타리스트, 김영남 베이시스트가 밝게 웃고 있다(왼쪽부터).
ⓒ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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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와 드럼이 어우러진 경쾌한 연주가 어둠 속에서 울린다. '시네마' 밴드가 연습실을 차린 충남 예산군 예산읍의 한 컨테이너 문을 활짝 열자 밝은 빛과 함께 강렬하고 빠른 박자의 노래가 시원하게 뻗어 나온다. 심장이 쿵쿵 뛸 만큼 강렬한 록 음악에 잠시 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시네마 멤버들은 하는 일도, 사는 곳도 모두 다르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음악을 놓지 않았고, 지난 6월 28일 첫 앨범을 발매해 2주 간격으로 연달아 2·3집을 냈다. '자식이 한 명 더 생긴 것 같다'는 말에 깊은 애정이 느껴진다.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이기범(53)씨는 열여섯 살 겨울 옛 중앙극장에서 처음으로 밴드 공연을 보고 음악의 길로 들어섰다.

"예산 출신 '보라매' 밴드였는데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너무 멋있더라고요. '나도 저거 해야겠다' 하고 시작하게 된 거예요. 새로운 꿈이 생긴 거죠." 당시를 회상하는 표정이 마치 소년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다.

예산고등학교에서 밴드부 활동을 하다 1989년 졸업하며 예산전자공고 팀이었던 베이시스트 김영남(54)씨와 밴드를 결성했고, 영화를 통해 느끼는 것과 같은 진한 감동과 전율을 주자는 의미로 '시네마'라는 이름을 지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쓰이지 않아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었다고. 이름 탓에 지난 2017년 문을 연 예산시네마 간판이 올라갈 때 후배로부터 '연습실 차렸냐'는 재미난 오해(?)를 받기도 했다.

보컬을 맡은 이광우(48)씨, 드러머 이병진(53)씨와는 서울에서 활동하며 연이 닿았다.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보니 지금까지 멤버가 여러 차례 바뀌기도 했지만, 한결같은 열정으로 함께 해 지금은 기범씨가 운영하는 건축자재업체 사무실 옆에 마련한 연습실에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웃한 홍성에 사는 막내 광우씨는 "젊은 시절부터 음악을 해오며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시네마처럼 전업이 아니고 취미로 하는 밴드가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하는 경우는 정말 흔치 않아요. 형님들을 만나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라며 밝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그동안 200여 차례 진행한 공연 가운데 절반 이상은 예당호반축제와 대한민국 온천대축제, 여러 행사장 등 우리지역 무대에 섰다. 덕산시장에서 공연했을 때는 관객들이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어서 혹여 반응이 없을까 걱정을 했지만 의외로 많은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기범씨가 작사·작곡해 앨범에 실은 14곡은 다양한 주제와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고 있다.
 
시네마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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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정보> 김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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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구의 종말이 우리들 눈앞에 놓여있네/ 이 세상 모두를 우리가 모두 부수고 있네… 우리 미래를 위해 우리 세상을 위해 우리 지구를 위해(후략)"

3집 타이틀곡 '지구의 종말'이다. 긴장감이 느껴지는 기타소리가 도입부를 흔들고,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연주와 노래를 통해 분출되는 에너지가 듣는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는다. 2집 '세종대왕'에 수록된 '대한이 살았다'는 지역 독립운동가인 윤봉길 의사를 기리는 곡이며, '테러(Terror)'는 힘없는 이들을 상대로 한 폭력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앨범 하나를 만들기까지는 녹음부터 시디(CD) 제작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한 곡당 최소 50번씩 녹음하고, 서울로 녹음파일을 보내 믹싱·마스터링을 마친 뒤 앨범 표지 등을 디자인해 만들면 완성이다.

지난 8월에 예정됐던 공연을 앞두고 발매를 서둘렀지만 코로나19로 행사가 취소돼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다. 오는 17일 예산군청 추사홀에서 열리는 '블랙홀' 밴드 공연에 게스트로 참가한다고 하니, 부지런히 입소문이 나 모두 '완판'되길 기대해본다.

이들이 바라는 건 지역에서 밴드 음악이 좀 더 활성화되는 것이다. 예당호반축제 당시에는 전국에서 직접 밴드를 모아 공연을 구성할 정도로 활기가 넘쳤지만 축제가 통합되며 설 수 있는 자리가 점점 줄어들었다는 것. 다양한 영감과 문화가 꽃 필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영남씨는 "지역축제나 행사는 우리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뭉쳐 무대에 올랐으면 좋겠어요"라며 "예산리 중앙세탁소 지하에 '록소리패' 연습실이 있었어요. 예산에 있는 밴드는 다 거기서 활동했죠. 하지만 하나 둘 떠나면서 지금 청년들과 우리 세대를 이어줄 수 있는 중간 역할이 사라졌어요. 세대는 달라도 음악을 통해 뭔갈 말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아요. 기회만 된다면 학교 밴드들과도 함께 하고 싶어요"라고 진지한 눈빛으로 전한다.

병진씨도 "혈기 넘치는 젊은 시절 멋모르고 음악에 뛰어들었어요. 나이가 들수록 생업이나 건강 등의 문제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 스타일에 맞는 음악을 하고 싶은 열망이 커 지금까지 온 거예요. 이곳에도 음악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은데, 꾸준히 한 자리에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라고 덧붙인다.

음악이 곧 삶의 목적이며, 무대에 설 때면 희열을 느낀다는 멤버들. 어떤 음악을 하고 싶냐고 물으니 이렇게 입을 모은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우면서도 선도적인 록, 메탈을 하고 싶어요. 사회문제를 꼬집거나 용기와 희망을 줄 수도 있고요. 우리 음악을 들은 사람들이 '시네마는 이런 밴드야'라고 새로운 정의를 내려줬으면 좋겠어요."

인터뷰를 마친 뒤 한 곡을 청하자 기범씨가 공연 때 즐겨 쓴다는 카우보이 모자를 꺼내온다. 록에 담긴 저항정신의 상징과도 같은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각자 자리에 선 멤버들을 보니 30년 내공의 '록 스피릿'이 절로 느껴진다. 청춘과도 같은 이들의 열정에 깊어가는 가을밤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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