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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남단에 자리한 마라도에 가기로 한 날이다. 차를 서둘러 제주도 서남단의 운진항 터미널에 도착한 후, 마라도행 여객선 표를 샀다. 날씨는 조금 흐리지만 다행히 마라도행 배가 왕복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항구의 방파제를 통과해 나온 배는 산방산과 송악산의 절경을 마주보며 점점 깊은 바다로 나아갔다. 배는 바다 위에 길다랗게 누운 가파도를 바라보며 계속 나아갔다. 항구를 나올 때 잔잔하던 바다는 가파도를 지나면서부터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 마라도 가는 바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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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도와 마라도 사이의 바다는 큰 바다이다. 바람이 많이 불 뿐 아니라 파도가 거칠어 배가 운항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강한 파도가 높이 솟구치며 커다란 여객선이 좌우로 세게 흔들렸다. '과연 마라도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자리잡기도 했지만 우리가 탄 배는 씩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선착장 해안가에서 만난 해식동굴의 풍광이 압도적이다.
▲ 고빼기쌍굴. 선착장 해안가에서 만난 해식동굴의 풍광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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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렁이는 파도에 걱정이 되는지 아내가 배 안 객실에서 불러서 다시 배 안으로 들어갔다. 배는 25분을 달려서 드디어 마라도의 자리덕 선착장에 도착했다. 평평한 용암대지로만 알고 있었던 마라도였지만, 선착장 해안가에서 검은 입을 크게 벌린 채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는 고빼기쌍굴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제주도 바다의 내음이 담긴 해산물들은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 돌미역 짬뽕과 톳짜장. 제주도 바다의 내음이 담긴 해산물들은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 노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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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장 앞의 경사 진 계단을 올라서자 섬 위로 시야가 넓어졌다. 마라도 여행의 시작점에서 마라도 짜장면 집들이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곳의 식당들은 모두 TV 방송에 나갔던 경력들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는 마라도 해산물 느낌이 물씬 나는 톳짜장과 돌미역 짬뽕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했다. 놀랄 만큼 감탄사가 나오는 맛집은 아니지만 이 작은 섬에 생긴 스토리텔링이 참으로 성공했다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평평한 초록색 대지가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준다.
▲ 마라도 초지. 평평한 초록색 대지가 마음을 평화롭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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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문바위 앞 장엄한 현무암의 바다를 감상하며 해안 산책로를 걸었다. 바다를 연모하여 바다로 내달리는 듯한 진한 검은색의 현무암 바위 위에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이 점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마라도 해안선 길이가 4.2km이니 한 시간이면 고구마 같이 생긴 마라도의 해안을 한 바퀴 돌 수 있었다. 섬 안에 차가 운행되지 않으니 조용히 화산지형을 즐기며 산책하기가 너무 좋다. 섬에 농사짓는 땅이 없고 나무도 별로 없다. 마라도 경치가 대부분 초록색의 평지이니 대단히 이국적이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식수가 부족한 마라도는 이렇게 물 웅덩이에 물을 받아 사용한다.
▲ 마라도 물 웅덩이. 식수가 부족한 마라도는 이렇게 물 웅덩이에 물을 받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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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해안을 돌면서 보면 초록색 초지와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물 웅덩이들이 곳곳에 보인다. 마라도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물이 부족한 섬인데,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인공샘이다. 이 물 웅덩이도 심한 가뭄에는 무용지물이 된다고 하니 강수량이 풍부한 제주도에서도 마라도는 유일하게 물이 귀한 곳이다.
 
이곳에 서는 한국인들은 남쪽 끝에 왔다는 생각에 뭉클함을 느낀다.
▲ 대한민국 최남단비. 이곳에 서는 한국인들은 남쪽 끝에 왔다는 생각에 뭉클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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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가장 남쪽에 도착하자 현무암 바위 위에 '대한민국 최남단 (大韓民國 最南端)'이라고 새긴 기념비를 만나게 되었다. 기념비는 태평양 바다를 바라보며 우리나라 가장 남쪽의 땅 위에 굳건하게 박혀 있었다. 마라도를 여행하는 이들은 모두가 우리 국토의 가장 남쪽에 왔다는 설렘을 가지고 이 기념비 앞에서 사진을 남긴다.   

기념비 앞에서부터 바람결에 따라온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가 많이 내리지는 않지만 몸에 닿은 빗방울에 팔뚝이 아플 정도이다. 아내는 이 아픈 빗방울을 '빗방울 콩알탄'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 빗방울 콩알탄은 슬며시 온 몸을 적시며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해 주었다. 마라도의 이런 촉촉한 날씨는 나에게 상큼하게 다가왔다. 
 
문어와 전복, 소라를 형상화한 외관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 마라도 성당. 문어와 전복, 소라를 형상화한 외관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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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에서 가장 높은 해발고도 39m의 등대를 지나니, 마라도 이미지와 딱 어울리는 외관의 마라도 성당이 있었다. 작은 섬 마라도에는 놀랍게도 절과 성당, 교회가 모두 있는데, 이 성당은 마라도 주변의 문어와 전복, 소라를 형상화해서 가장 친근감을 주는 곳이다. 성당 내부도 한국 스타일의 나무마루 바닥으로 되어 있어 포근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방석이 깔려 있는 신도석을 보다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아주머니가 예수님을 향해 불교식 큰절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 바람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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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북쪽에서는 마라도의 수호신을 모시는 할망당을 만났다. 이곳은 마라도 인근 바다에서 물질을 하던 해녀들의 안전을 보살펴 주는 곳이었다. 마라도 주민들은 할망당에서 자신들의 대소사에 관여한다고 믿는 할망신에게 자애로운 도움을 청한다. 

마라도 땅에서 할망신을 지금까지 정성스럽게 모시는 것을 결코 미신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그 믿음은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무사하게 살아 나가기를 기원하는 염원인 것이다. 우리나라에 오는 모든 태풍을 가장 먼저 만나는 마라도, 이곳의 파도와 바람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것이다. 경외심이 느껴지는 마라도 해녀들은 할망당에서 마라도의 자연 앞에 항상 도움을 요청했던 것이다. 
 
산과 나무가 없는 마라도에서의 경치에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 마라도와 제주 앞바다. 산과 나무가 없는 마라도에서의 경치에 감탄사가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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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우리가 돌아갈 오늘의 마지막 배가 마라도로 들어오고 있었다. 탈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뛰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우리 뒤쪽에서 걸어오는 젊은 커플은 왠지 느긋하기만 하다. 

"여보, 우리 배 들어온다. 뛰어." 
 
파도가 강한 마라도 앞바다를 쉴 새 없이 운항하고 있다.
▲ 마라도 여객선. 파도가 강한 마라도 앞바다를 쉴 새 없이 운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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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만 기사를 올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제주의 마을, 오름, 바다와 그 안에 깃들인 제주의 이야기들을 여행기로 게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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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외국을 여행하면서 생기는 한 지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지식을 공유하고자 하며, 한 지역에 나타난 사회/문화 현상의 이면을 파헤쳐보고자 기자회원으로 가입합니다. 저는 세계 50개국의 문화유산을 답사하였고, '우리는 지금 베트남/캄보디아/라오스로 간다(민서출판사)'를 출간하였으며, 근무 중인 회사의 사보에 10년 동안 세계기행을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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