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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교육청 강삼영 기획조정관이 지난 7일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 해결 방안 등 강원미래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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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한국 교육은 어떻게 변화할까. 지난 7일 강원도교육청 강삼영 기획조정관을 만나 앞으로의 강원교육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강 기획관은 코로나19로 인한 도내 학생들의 학습결손 해결 방안으로 '소규모 맞춤형 지도'를 제시했다. 다음은 강삼영 기획조정관과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모두를 위한 교육' 바탕으로 '학습복지' 강화

-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강원교육청이 가장 먼저 전면 등교를 결정했다. 배경은?

"학습결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계의 단절이 아이들의 사회성 형성과 인지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을 더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전면 등교를 해도 그간의 경험으로 감염병을 안전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 장기간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결손 문제가 심각하다는 여론이 많다. 강원도교육청은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도교육청이 대학에 의뢰해 연구한 결과, 중간층이 줄고 하위층이 늘었다. 주목할 점은 대면수업을 많이 한 학교일수록 중간층이 두터웠다는 것이다. 강원교육청은 전면 등교와 함께 학습·정서 지원 종합 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학습 면에서 핵심은 정확한 진단을 통한 개별 피드백 강화이다.

교사 1명당 2~3명 정도 소인수 지도가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도내 3천여 팀이 신청하는 등 호응을 얻고 있다. 그 밖에도 학교 실정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문제는 방역까지 담당해야 하는 학교 현장의 피로감이다. 교사가 수업과 생활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 만들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 지난 7월 '강원교육 비전2030' 초안을 발표했다. 취지는?

"당장은 재난 대응이 급하지만, 교육은 오늘로 끝나지도, 완성되지도 않기에 멀리 보아야 한다. 내년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2022개정 교육과정, 2025년 고교 학점제 도입, 2028년 대입 개편 등 국가 교육 시스템의 큰 변화가 진행 중이다. 누군가는 이런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하면서 미래역량을 키우는 교육을 준비해야 한다. 또 하나, 학령 인구 격감이라는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구체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전2030은 이런 것들을 준비하기 위한 중장기 비전이다."

- 앞으로 강원교육의 비전을 요약한다면?

"한마디로 요약하면, '모든 아이를 존엄하게 여기고 모두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학습복지'라고 표현하겠다. 민병희 교육감이 추진한 '모두를 위한 교육'의 새로운 버전이다."

- '학습복지'라는 개념을 자세히 설명해달라.

"공교육은 학생의 문해력, 사고력, 문제해결력 같은 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공동체 의식, 협력과 배려 등 시민성을 길러야 한다. 학습복지는 이 모든 영역에서 학생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내는 것이 '학생의 권리'이자 '공교육의 책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교육의 현재 모습은 그것과 거리가 있다. 개인의 발달과 성취보다 입시, 점수, 상대평가에 기반한 순위를 중시하는 풍토가 여전하다. 단편적인 지식 위주 평가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며, 정작 국가 교육과정이 의도하는 '미래역량을 키우는' 교육은 대세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

- 비전2030에서 강조하는 '개별화 맞춤형 교육'도 학습복지의 일환인 것 같다.

"그렇다. 정규 교육과정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하자는 것이다. 천천히 배우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기 초에 담임교사와 학부모, 전문가가 함께 학생을 진단하고, 한 학기 동안 배우고 도달할 목표를 공유해야 한다. 담임교사의 지도만으로 힘든 학생들을 위해 기초학력 전문교사가 지원하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보통 교육과정을 훨씬 뛰어넘은 학생도 있다. 이들에게는 더 높은 성취 목표를 제시하고 적절한 피드백으로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모든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것은 다변화될 미래사회를 살아갈 힘, 즉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키워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 자기주도 학습력을 길러주는 학습 코칭을 중1과 고1 단계에서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

"개별화 맞춤형 교육으로 가야"

- 평가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평가는 줄 세우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을 돕는 섬세한 도구가 되어야 한다. 좋은 선생님은 평가에서 학생의 성장과 피드백을 중요시한다. 학생이 무엇을 잘 하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교감하고 재도전 기회를 주면서, 학생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 이것을 '성장을 돕는 평가'라고 한다.

더 나아가 서·논술형 평가나 프로젝트 평가 등 고등사고력을 측정하는 평가를 정착시키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난 12년은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수업·평가 혁신의 가능성을 모색한 시기였다. 행복성장평가제, 배움성장평가제의 성과를 바탕으로 좀 더 정교한 지원체제를 짜서 수업과 평가 혁신을 전면화해야 한다."

- 교사들은 '개별화 교육'을 하기엔 학급당 학생수가 많다고 주장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려면 학급당 20명까지는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 형편에서 충분히 가능한데, 교원 정원을 움켜쥔 정부가 근시안적 경제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학생이 줄어드니 예산과 교원을 줄여야 한다는 식이다.

그래서 강원도교육청 자체적으로 내년부터 초등학교 1학년만이라도 학급 정원을 20명 이하로 추진하려고 한다. 먼저 길을 만들고 정부의 정책 전환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모든 학년에서 학급당 학생수 20명 이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모든 교육 주체가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

- 학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과 시험을 강화하자는 주장이 있다.

"무엇이 진정한 학력인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객관식 시험으로는 미래 사회에 꼭 필요한 비판적·창조적 사고력이나 의사소통 능력 등을 측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요즘 대입 시험을 수능 하나로 통일하자느니, 초등학교부터 경쟁을 강화하자느니 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주장들이 들린다. 매우 우려스럽다. 논술이나 포트폴리오, 탐구보고서처럼 종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평가를 강화하고 객관식 시험은 형성평가 등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진정한 학력을 키우는 길이다. 교육부도 논술형 수능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한 이유다.

물론 기초학력 진단은 필요하다. 정확한 진단과 피드백을 위해 진단도구도 개선되어야 하고 학교와 교사의 책임성도 높아져야 한다. 정책 수립을 위해 표집 검사도 필요하다. 정확히 진단하고 그 결과에 따른 지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시험이 부족해서 아이들 학력이 떨어졌다'는 주장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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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교육청 강삼영 기획조정관이 지난 7일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 해결 방안 등 강원미래 교육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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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 지원책 필요... 지역교사제 도입도

- 출산율 감소로 강원도에도 작은 학교가 많아지고 있는데.

"정부의 지속적인 교원 감축으로 특히 중등의 상황이 심각하다. 교원 부족으로 작은 학교에 과목별 교사를 모두 배치할 수 없으니 겸임교사가 늘어난다. '학생수 감소 = 교원 감축'이라는 정부 논리를 바꿔내는 것이 시급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작은학교 통폐합 기준이 60명이었는데, 기준대로라면 도내 학교 절반이 없어져야 한다. 지역 현실에 맞는 대안이 필요하다.

지금 강원도는 학생들의 사회성 형성이 어려운, 학생 수 10명 이하의 '지나치게 작은 학교'도 많아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초·중·고 복합캠퍼스 및 초·중 통합학교나 중·고 통합학교 등도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작은학교 희망만들기에 성공한 학교들을 모델로 삼아 특화된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 농산어촌에 충분한 교육기회가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에 도시 집중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한 대책은?

"공교육 시스템은 차이가 없지만 문화적 자극, 경험 등에서 격차를 느낄 수 있다. '마을교육공동체'나 체험학습 지원으로 이런 격차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전추진단에서는 앞서 말한 주요 거점마다 조성된 '유·초·중·고 복합 캠퍼스 단지'에 (가칭)창의융합배움터를 운영해 학생들이 예술·체육 활동, 외국어·코딩 학습, 자율 프로젝트 활동 등을 맘껏 누리게 하자는 제안을 했다. 학생들이 동아리를 짜면 전문 멘토를 지원해주고, 아시아 국가 봉사활동을 확대하는 등 학생들의 문화역량을 높여주는 정책도 적극 고민하고 있다."

- 비전2030 초안에서 지역에 오래 머무는 선생님, 즉 '지역교사제'도 눈길을 끌었다.

"읍면 지역 학부모들에게는 '선생님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불만이 있다. 도시와 농산어촌의 사회경제적 격차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2030비전추진단에서 '지역교사제'를 제안했다. 교사가 특정 시군에 뿌리 내리고 오래 근무하도록 지원하는 인사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별도로 선발하거나 현직 교사들의 희망을 받는 방식이다. 더 나아가면 지역의 대표적인 교대·사범대와 적극적으로 상의해서 지역인재의 입학을 늘리는 것까지 포함된다."

- 학부모들의 또 다른 중요한 관심사 중 하나는 '돌봄'인 것 같다.

"돌봄이 국가 책임이라는 인식은 자리 잡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논쟁 중이다. 다만, 현재처럼 학교가 돌봄 책임을 모두 떠맡는 것은 합당하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 학교와 지자체가 협력하는 공공 돌봄체계가 필요하다. 현재 운영 중인 돌봄 외에 추가적인 돌봄 수요에 대해서는 학교에 돌봄 공간을 확보하고 운영은 지자체가 맡는 모델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한다. 물론 지자체에서 무분별한 민간 위탁으로 넘기지 않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 민병희 교육감 재임 기간의 성과라면 어떤 것이 있는가?

"'모두를 위한 교육' 12년의 성과를 요약하면 ▲무상교육 실현, ▲과도한 경쟁 완화, ▲학교 민주주의다. 민병희 교육감 재임 기간, 무상급식과 고교 무상교육 등으로 공교육에서의 경제적 문턱은 사라졌다. 더불어 춘천·원주·강릉 지역의 고교 평준화도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사교육 참여도도 10년 전 고입 경쟁이 치열하던 때에 비해 줄어들었다. 학교 현장에서의 권위주의나 갑질은 현격히 줄고 민주적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모두 강원교육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