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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코로나 검사 줄에 서니 만감이 교차했다.
▲ 보건소의 코로나검사줄 처음으로 코로나 검사 줄에 서니 만감이 교차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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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이런 것인가 보다. 휴일 아침 느긋이 눈 뜨고 누워있는데 내리는 빗소리가 좋았다. 오늘부터 기온이 뚝 떨어진다고 하더니 이 비가 찬 기운을 몰고 오는구나 싶어 남편과 텃밭의 배추나 보러 가자고 말하고 있었다.

"선생님, 저 코로나 확진이래요. 일단 말씀드려요." 고등부 학생의 메시지였다.

바로 전화를 하니 학생의 울먹이며 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희 반에 밀접접촉자가 있는데 제 친구예요. 그런데 제가 걸렸데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피해를 드려서요."
"무슨 말이야. 코로나 걸린 네 건강이 더 걱정이지. 네 탓이 아니야. 난 괜찮아. 보건소에 바로 문의하고 학원이 조치할 부분을 공지하면 돼. 학부모님들도 모두 엄마 아빠니까 이해하고 걱정해 주실 거야. 네 몸을 잘 돌보고, 스트레스받으면 더 아프니까."

보건소에 문의를 하니, 000 학원장이냐고, 전화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일단, 내가 먼저 코로나 검사받으러 나왔으니 학원 전수조사는 잠시 뒤에 받겠다고 했다. 처음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로 향했다. 남편, 아들, 딸 모두 두 세 번의 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데 나만 한 번도 없다고, 아마 코로나도 나를 더 무서워 할거라고 자신했었다.

코 안으로 면봉이... 눈물이 쏙

너무 긴장하는 나를 데리고 남편이 앞장섰다. 길게 이어진 검사 줄만 봐도 가슴이 답답했다. 나도 이곳에 오는구나, 한숨만 가득했다. 어제 모 학교의 전체 검사 여파로 사람들이 휴일임에도 꽤 많이 와 있었다. 남편이 가져다준 서류에 개인정보를 쓰고 기다렸다. 검사실이라는 부스의 차갑도록 파란색 문이 정말 야속했다.

걱정으로 얼룩진 만상이 가져오는 마음의 경계가 얼마나 뾰족한지 검사실 앞에 서 있는 나를 날카로운 빙산이 둘러싼 느낌이었다. 다른 이들이 검사를 받는다고 할 때 '잘될거야, 걱정마, 별일아냐' 라고 말했던 내가 막상 검사를 받으려 하니 엄마 품에 안겨있는 어린아이보다도 더 어리고 소심해졌다. '혹시 내가 걸린다면. 나는 백신을 2차까지 다 맞았는데. 아니, 학원생들이 검사받고 확진소식이 온다면...' 두려운 생각에 끝이 없었다.

입안과 코 깊숙이 낼름거리는 면봉 하나가 왔다 가더니, 눈물이 쏙 나왔다. 옆방에서는 아까 그 어린아이의 울음이 들려오고 날씨까지 궂으니 어딘가에 핑계를 대고 싶었다. 그것도 잠깐, 만약을 대비하여 바로 어제까지 일주일 동안 내가 무엇을 하고 다녔는지 동선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사람사는 일, 나의 일상이 이렇게나 복잡했던가.

보건소의 전수조사에 협조하고 나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휴일에 편안히 쉬고 계실 학부모들에게 내가 맞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하려니 손이 떨리고 마음이 진정되질 않았다. 긴 호흡을 한 후 단체 문자를 드렸다.

- 존경하는 학원가족 여러분께. 편안한 휴일이실 텐데 어려운 말씀 드립니다. 아침 9시, 보건소로부터 저희 학원생 중 한 명이 확진 받았다고 전화 받았어요. 아~~이런 일이 있네요. 어제 00여고 단체검사에서 나왔답니다. 지난주 10.6일(수) 4시~6시 30분까지 이 학생이 시험대비용 자율학습을 했고요. 저만 만나는 고등생입니다. 초중학생들과 같이 공부하지 않지만 혹시 모르니 3시부터 7시까지 학원에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검사받도록 보건소와 협조 약속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누굴 탓하지 마시고, 저를 돕는 맘으로 자녀분의 코로나 검사를 부탁드립니다. 저와 선생님들 모두 아침 일찍 받고 왔습니다. 마음이 답답하지만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여러분의 협조 부탁드립니다. 이 문자는 보건소보다 먼저 가는 글이니, 오후에 다시 한번 보건소의 공지안내문자가 있을 겁니다. 이해 부탁드려요.-


문자 전송 후 학부모님들의 걱정과 위로의 전화가 다발적으로 왔다. 상황을 이해해주시는 어머님들의 말씀에 두근거리는 가슴 한쪽이 다소 진정되었다. 두 시간여 사이에 부모님들은 자녀를 데리고 발 빠르게 움직여 주셨고 검사를 받고 왔다고 통지해주셨다. 동시에 확진자 학생에게 위로의 말씀을 댓글로 남기셨다. 확진 학생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학부모님들의 위로와 걱정에 진정되는 마음
 
코로나의료진들의 상세한 설명과 안내를 들으며 검사실 앞에서 대기했다
▲ 개별검사소의 파란색 문이 더 춥다. 코로나의료진들의 상세한 설명과 안내를 들으며 검사실 앞에서 대기했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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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물 한 모금 안 먹는 나에게 남편의 정성 어린 죽 한 그릇이 왔다. 긴장하면 아무것도 안 먹는 줄 알기 때문에, 따뜻한 물을 먼저 먹으라고 했다. 내일도 내 나름의 기념할만한 행사 하나가 있는데, 이것도 못할까봐 걱정만 앞선다.

이렇게 미약한 사람인데 강인한 척하며 사는 인생이었던 것 같아 내심 부끄럽기만 하다. 어서 빨리 결과가 나오고, 무엇보다 학원생들의 결과가 무탈하길 기도할 뿐이다. 위기가 극복이라고 하니 나도 역시 이 위기를 극복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에 또 다른 감사가 충만할 것이다.

'00 학생 어머님! 맘이 많이 힘드시죠~~ 학생들에게는 전체적으로 코로나 검사받도록 공지했고요. 언제나 어려운 일 뒤에는 더 단단해지는 삶이 있지요. 00이 잘 격려해주세요, 잘 이겨낼 거라고요. 저도 기도할게요^^ 어머님도 홧팅!!!'

학생의 어머님에게 문자를 보내고 따뜻한 물 한잔을 마셨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특별한 숙제를 내게 주었다. 동시에 코로나 검사결과를 기다리면서 마음을 달래려 그림 한 장도 그렸다. 다섯시간이 지났다.

[Web발신]
박향숙님 10/11 코로나19 유전자검출검사(PCR)결과 음성입니다. -군산시보건소-


문자 하나에 오늘 하루 내 사활이 걸렸었구나. 학생들의 결과가 다 나오는 내일까지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문자의 내용을 바로 학부모에게 보고하니 엄청난 축하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돌이켜보니 이분들의 격려와 믿음이 없었다면 오늘 하루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코로나 시대 처음으로 '코로나'가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체감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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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과 희망은 어디에서 올까요. 무지개 너머에서 올까요. 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임을 알아요. 그것도 바로 내 안에. 내 몸과 오감이 부딪히는 곳곳에 있어요. 비록 여리더라도 한줄기 햇빛이 있는 곳. 작지만 정의의 씨앗이 움트기 하는 곳. 언제라도 부당함을 소리칠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일상이 주는 행복과 희망 얘기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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