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본당을 찾아 예배와 이영훈 담임목사 예방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예비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본당을 찾아 예배와 이영훈 담임목사 예방을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지난 10일, 야당 대통령 예비 경선에 나선 윤석열 후보가 자신을 비판하는 홍준표 후보에게 "홍 선배님! 우리 깐부 아닌가요? 치열하게 경쟁은 하되 품격 있게, 동지임을 잊지 말고, 과거에서 빠져나와 미래로 향하자"라고 했다.

경선이 끝나면 함께 힘을 모아야할 텐데 같은 당 후보를 뒷날 생각 않고 비판해서야 되겠냐며 한 소리다. 홍준표 후보는 "깐부는 동지다. 동지는 동지를 음해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깐부 하자'는 말을 바로 내쳤다.

'깐부'는 일본말 '카부'에서 온 말

깐부? 도대체 '깐부'는 뭔가? 듣자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대사란다.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에게 오일남(오영수)은 구슬치기 게임에서 "우리 깐부할까?, 우린 깐부잖아, 깐부 사이에는 네 거, 내 거가 없는 거야" 같은 말을 한다. 맥락으로 보면 구슬치기나 딱지 따먹기할 때 같이 편 먹자고 한 말 아닌가.

어릴 적 구슬치기하고 딱지 따먹기할 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내 기억으로는 강원도 우리 동네에서는 '카부'라고도 하고 '가부'라고도 했다. 말밑이 무엇인지 어디서 온 말인지 모르고 귀동냥으로 배워 그냥 썼다. "카부하자"고 하거나 "동맹 맺자" 하고 새끼손가락을 걸면 카부가 됐다. '카부'는 네 것 내 것 없이 구슬통이나 딱지통을 같이 쓰는 사람, 다시 말해 '한편'이다. 이 말이 '깐부'의 말밑이 아닐까 싶다.

'카부'는 일본말이다. 카부의 말밑을 따라가보면 카부나카마(かぶなかま·株仲間)가 나온다. 일본 에도시대(1603~1867) 바쿠후나 다이묘에게 허락을 받고 이익을 독차지할 요량으로 도매상인끼리 만든 동업조합이다. 일본 '어원유래사전'에서 '주식'을 찾으면 "공동 이익을 얻을 요량으로 뭉친 상공업자의 동업조합을 '카부나카마'라고 했고, 투자한 지분만큼 얻는 권리를 '카부시키(かぶしき·株式)'라고 한다"고 풀어놨다.

이 말이 일제 강점기에 우리 말에 들어왔고, '카부(가부) 한다', '카부(가부) 맺는다' 따위 말로 쓰였다. 어른들이 술값이나 모임 때 쓴 돈을 얼마씩 나누어낼 때 '카부시키 한다'고 했는데, 이 말도 '카부나카마'에 뿌리가 있다. '카부시키'는 '각자 내기'다.

경쟁은 하되 품격있는 말로

2018년인가 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하루는 자꾸 '겐세이牽制·けんせい·견제' 놓지 말라고 하더니, 다른 날에는 '야지やじ·야유' 놓지 말라고 했고, 얼마 뒤엔 국민 혈세를 이렇게 막 '분빠이ぶんぱい·분배'해도 되냐고 목청을 높였다. 입에 밴 말이라서 저도 모르게 입술 새로 새는 거야 어쩔 도리가 없겠지만 공식 자리에서 지역 주민을 대표하는 사람이 하는 말치고는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깐부'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행세깨나 하는 사람이 쓴 말치고는 참으로 품격이 없다. 더구나 대통령을 바라는 사람 아닌가. '같은 편, 한편, 한패, 우리끼리, 우리 편' 같은 우리 말을 따돌리고 우리 말 자리를 가로채는 데 앞장선 꼴이다. 그뿐인가. 낯선 말은 알아듣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편 가른다. 더욱이 정치인이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우리 말글살이에 끼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 말과 글쓰기 교육, 어린이문학에 관심이 많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